MCU 10주년 재감상 - 아이언맨 Iron Man (2008) by 멧가비


아이언맨이 당시 "쿨하다"고 여겨진 부분은, 가난하지 않고 소수자도 아니고 이중인격의 딜레마도 겪지 않으며 저주 받은 흡혈귀 따위도 아닌, 컴플렉스 없이 자신만만한 영웅이라는 점이다. 신체 일부를 기계 장치로 대체한 설정 마저도, 이를 이용해 기업의 향방을 결정하고 스스로는 불한당들에 대항할 힘으로 삼는 전화위복일 뿐 그에게는 컴플렉스나 트라우마가 아니다. 즉, 절대로 의기소침해 하지 않는, 어찌 보면 얄밉기 까지 한 남자가 주인공인 슈퍼히어로 영화는 현재 까지도 보기 드물다.


흔히 비교되는 대상으로 배트맨이 있다. 배트맨 브루스 웨인이 마치 몰락한 흡혈귀의 후예라도 된 듯 저택에 틀어박히고 낮에는 "탕아의 가면"을 쓰는 반면, 토니 스타크는 전망 좋은 말리부 별장에 사는 "진짜 탕아"라는 점이 다르다. 취재하러 온 기자를 침대로 끌어들이고, 전용기 승무원들을 폴 댄서로 만들어 버리는 비범함은 대외용 가면이 아닌 그의 진짜 모습이질 않는가. 심지어 책임감을 느끼고 각성해 아이언맨이 된 후에도 여전히 방탕함의 일부는 버리지 않는다.


사선(死線)을 넘은 후 돌아와서는 미국식 치즈 버거부터 찾는 무기왕. 어쩌면 다른 나라들의 관점에서 미국을 바라 볼 때의 동경과 질투의 복합적인 심정을 의인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확하게는, 질투의 대상이 되고픈 미국의 자의식을 사람으로 만들면 토니 스타크이지 않을까.


중동인 멘토와 미국 백인 악당을 각각 한 명 씩 배치함으로써 정치적인 시비는 면한다. 하지만 그 백인 악당의 수족 노릇을 하면서 토니 스타크를 죽음 직전 까지 몰고 가며 결국 아이언맨이라는 얼터 에고를 창조케 한 건 중동 테러리스트들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자신들이 가진 건 빼앗으려는 제 3세계 국가를 상징하는 무리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영화는 90년대 헐리웃 액션 영화들에 담겨 있던, 특히 9/11 이후 정점에 달했던 "Anti-Middle Eastern sentiment"의 정서를 노골적으로 함의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보면 시대를 앞서 간 점도 있는 영화다. 스트리밍 개인 방송 붐. 특히 남이 뭔가 만드는 걸 멍하니 구경하는 문화는 2008년 당시엔 없었으니까.







연출 존 파브로
각본 호크 오스트비, 마크 퍼거스, 맷 할로웨이, 아트 머컴

핑백

  • 멧가비 : MCU 10주년 재감상 - 퍼스트 어벤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2018-06-14 12:13:50 #

    ... 가족 해체에 고뇌하는 북유럽 신이었던 것과 비교된다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아성찰을 빙자한 무기왕의 뻔뻔한 노선 변경, 이를 요절복통 과학 대소동극으로 필터링했던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영화에서 현실 미국에 대한 시니컬한 풍자를 읽는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토록 의욕적으로 갈망하던 군인이 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중 군 ... more

  • 멧가비 : MCU 10주년 재감상 - 어벤저스 The Avengers (2012) 2018-06-14 12:15:06 #

    ... 퍼히어로 캐릭터들이 거치도록 판을 짠다. 아직 21세기에 적응 중인 캡틴 아메리카는 지나치게 진지하기만 해 자신과 다른 자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1편에서부터 늘 그랬듯이 자의식 과잉. 브루스 배너는 마지못해 팀에 참여했지만 아웃사이더 기질로 겉돈다. 토르에겐 오직 로키를 잡아갈 생각 뿐, 미드가르드인들 ... more

  • 멧가비 : MCU 10주년 재감상 리뷰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 2018-06-16 15:20:28 #

    ... 번째인 영화다. 어떤 점인가 하면, 악당이 뭘 어쨌고 사건이 어떻게 됐고는 존나 알 바 아니고, 주인공이란 놈들이 어떤 놈들이냐 밖에 관심이 안 가는 영화라는 점이 [아이언맨] 1편 이후로 두 번째다. [어벤저스]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그 팀 업을 목표로 치열하게 달려온 시리즈. 이쯤에서 시야를 우주 저 멀리 어딘가로 돌리고 잠시 한 ... more

  • 멧가비 : MCU 10주년 재감상 -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 2018-06-20 11:56:15 #

    ... 현재까지 MCU 시리즈가 걸어 온 큰 스토리, 그 분기점. [아이언맨]부터 [인피니티 워] 까지를 세면 마침 순서도 대충 가운데 쯤이다. 영화의 전반부 악당은 막시모프 쌍둥이다. 어떠한 이권의 분쟁이나 부차적인 이유 없이 오로지 ... more

  • 멧가비 : MCU 탐구 - 캡틴 마블 보니 새삼 콜슨 대단하다 2019-03-17 16:01:02 #

    ... 레벨로 설정돼서 꽤나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딱 봐도 유능함 스탯 몰빵캐지 정치 잘 할 것 같은 타입은 아니더라. [캡틴 마블]에서 퓨리한테 눈도장 찍은 이후 [아이언맨] 사이의 미싱 링크에 뭔가 어마어마한 경력을 쌓았거나 최소한 완벽한 신용을 얻었다는 거다. 이게 마냥 사수 잘 만난 덕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게, [캡틴 마블] ... more

  • 멧가비 : 샤잠 Shazam! (2019) 2019-04-11 18:52:14 #

    ... 특공대] 등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포셋 코믹스 시절 부터의 원작이 끼친 영향력일 것이다. 테스트를 통해 점차 능력을 숙지해 나가는 시퀀스는 심지어 [아이언맨]을 철저히 벤치마킹했음이리라. 어쨌든 그렇게 많은 레퍼런스들이 떠오르지만 본작만의 고유한 색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성인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건 ... more

  • 멧가비 : 어벤저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2019-04-30 15:47:23 #

    ... 터들은 왜 다들.. 몇 가지의 불만, 그걸 말 하는 것 조차 미안해지는 충분한 감동. 그게 결론이다. '스타워즈 세대'니 '해리 포터 세대'니 하는 것들이 있지만, [아이언맨]부터 시작된 이른바 '인피니티 사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강제로 '마블 세대'로 묶어 버리는 저력이 있었다. 그 한 챕터의 마감 앞에서 그 챕터를 사랑한 팬들 ... more

덧글

  • 포스21 2018/06/03 09:13 #

    확실히... 뭔가 열심히 만드는 걸 구경하는 맛이 있었죠. ^^
  • 멧가비 2018/06/05 00:54 #

    2편까진 그랬고 3편은 반대로 부수는 맛이 있었죠
  • 잠본이 2018/06/04 00:37 #

    뱃맨이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돈지랄을 한다면 이 아저씬 그냥 숨쉬는 것 자체가 돈지랄...
  • 멧가비 2018/06/05 00:53 #

    그러네요ㅋ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