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2018) by 멧가비


전작 [쥬라기 월드]가 [쥬라기 공원]과 같은 구조로 이야기를 진행했듯, 이번 영화 역시 [잃어버린 세계]의 플롯을 답습하며 시작한다. 아니 그런 듯 했다. 일부 장면들은 오마주를 넘어 거의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 이전까지 주역이 연달아 두 편에 등장하는 건 시리즈 중 [잃어버린 세계]가 유일했는데, 그 주역인 제프 골드블럼도 나오고. 이건 그냥 또 [잃어버린 세계]의 2천 십년대 판이잖아. 제목 외에 부제가 붙은 점 까지도.,


...했던 지레 짐작은 공룡들을 수송선에 실은 이후에 깨진다. 사실 영화는 '세상이 복각 공룡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언급한 시리즈 사상 첫 영화이기도 하다.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고 멸종 위기인 점도 맞지. 하지만 자연적으로 종을 유지해온 게 아닌, 인간이 설계한 피조물이자 비즈니스의 산물이라는 점 역시 사실이다. 의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더라도 수긍 가능했을 다층적인 문제다. 떠나는 수송선을 향해 호소하듯, 화산 폭발에 삼켜지는 섬에서 마지막으로 울부짖던 브라키오 사우르스의 모습. 여기에서 느껴지는 묘한 동정적 감정 같은 것 역시 시리즈 사상 어떤 작품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적이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수송선은 괴수를 싣고 본토를 향한다. 아주 오래 전 [킹콩]이 그러했고 21년 전 [잃어버린 세계]가 그걸 오마주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는 삭 시네루를 탄다. 공룡들은 도시를 난도질하는 대신 갓 잡은 물고기처럼 경매대에 오른다. 이 부분은 전작 [쥬라기 월드]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가 "클래식 삼부작"과의 뚜렷한 다른 점을 분명히 못 박는데, 새 시리즈 두 편에는 그 전에 없었던 명백한 인간 악역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클래식 삼부작이 비교적 인간과 공룡, 문명과 야생의 충돌을 순수하게 묘사했다면, [쥬라기 월드]부터는 공룡들이 인간에 의해 도구로 다뤄지는 개념을 좀 더 노골적을오 묘사함으로써 주제의식을 알기 쉽게 드러낸다.


경매 시퀀스에서 이어지는 또 한 번의 국면 전환. 록우드 저택 시퀀스의 그 타이트한 연출. 인도랩터는 그냥 공룡을 넘어 영화를 좀 더 순수한 호러 장르로 탈바꿈 시킨다. 게다가 그 저택 추격전도 두 파트로 나뉘는데, 전반부에서의 인도랩터가 슬래셔 영화의 무차별 도끼 살인마 같다면 후반부의 인도랩터는 마치 달밤에 창문으로 들어와 악몽을 꾸게 만드는 고딕 괴담 속 부기맨 같다. 전작에서 공룡들이 지나치게 의인화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번엔 아예 그 쪽을 정공법으로 돌파한 것. 괜찮은 승부수다. 덕분에 영화 초반에 제시됐던 논쟁적 관점은 맥거핀처럼 휘발되어 아쉽지만, 그 빈 자리에 들어선 게 이토록 근사한 호러 시퀀스라니, 인정할 수 밖에.


전작의 인도미누스 렉스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작아진 이번의 끝판왕. 게다가 실내 경기다. 하지만 그게 영화를 새롭게 만든다. 아이디어랑 연출이 좋으면 사이즈며 스케일이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지. 사이즈가 중요하다더니 큰 재미 못 봤던 미국산 고질라 영화가 본작의 반면교사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점 한 가지는 메이지라는 캐릭터의 존재. 대단한 비밀이 있을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지 않았지만, 복제인간은 좀 너무 나갔지. 게다가 뜬금없이 복제인간 설정 끌어들인 것도, 세계관 확장을 안배해서라든가 하는 이유도 아니고, 그저 버튼 누를 역할 떠넘기기 위한 비겁한 의도로 밖에는 안 보인다. 안 그래도 지나치게 순진한 인도주의적 태도가 우습다면 우스운 영화이기도 한데, 거기다가 주인공들 중 하나가 삘 받아서 공룡들을 세상에 풀었다는 식으로 결론내면 이래저래 후속작에서 수습하기도 애매하니까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한테 미룬 거, 좀 심하다.







연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각본 듀렉 코널리, 콜린 트레버로


덧글

  • Dannykim 2018/06/15 22:32 #

    저는 공룡 캐릭터의 의인화가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싶었어요. 의인화 그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제작진의 방식이 마음에 안들었달까요. 공룡에겐 선악이 없다고 공언 했음에도 결국 나론 결과물은 선한 공룡과 악한 공룡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보여졌는데 이런 노골적인 선악 대결구도 배치가 무게감 있는 주제나 여러 신선한 설정들을 희석시키고 어린이 공룡 영화스럽게 만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인도랩터에게서 느껴지는 공포감도 클래식 시리즈의 랩터가 보여줬던 무자비한 야생의 포식자보다는 슬래셔무비의 살인마에 더 가까워서 아쉬웠어요. 더 이상 쥬라기공원 1편 때만큼의 공룡에 대한 경외심 공포심을 느끼긴 힘들겠지만 다음편에선 좀 더 클래식한 느낌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 멧가비 2018/06/16 01:44 #

    말씀처럼 공룡들한테 가치판단의 여지를 준 부분은 확실히 좋진 않네요.
    저도 클래식 1편의 순수한 바이오펑크 느낌이 그립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시리즈의 성격이 너무 멀리 온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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