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니 이미 평가가 끝났다고 봐야하는 작품이지만 이제와 재평가하자면, 당시 그리고 이후에도 혹평의 중심이었던 공룡들의 디자인 문제.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클래식 삼부작" 중 1편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된 실험작이었고 2편은 스필버그의 거만한 태업에 가까웠으나 테크닉 측면에서는 큰 한 걸음이었다는 각각의 의의와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그 스필버그조차도 고사한 후속작을, 가족 모험물 전문가 조 존스턴을 데려와 찍는다? 멸종한 공룡들을 기어이 복각한 20세기 과학자들처럼, 스튜디오 역시 더 할 얘기가 없을 이야기에 굳이 사족을 달기로 결심한 것이다.
검증된 캐릭터 앨런 그랜트 역시 다시 불려와 좋게 말 하면 해설역이요, 막말로 삐끼 역할에 동원된다. 유혈 묘사는 철저히 배제하고 이야기의 포커스는 노골적으로 미국식 가족주의. 러닝 타임과 예산도 줄었다. 대놓고 한 철 장사 하겠다는 소리다.
그러나 과유불급. 전작들과 달리 아무런 장애물 없이 직면하게 된 인간과 공룡들, 그 거리가 너무 가깝다.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다는 설정은 오히려 이야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지나치게 공룡들을 가까이 잡는 카메라 앵글은 시야를 비좁게 만든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한 철 장사를 하겠거든, 최소한 공룡들을 기깔나게 보여줄 궁리 하나 정도는 했어야 한다. 의욕은 있었으나 그걸 뒷받침할 감각의 부재다.
이제 공원의 전기 담장도, 화기로 무장한 포획팀의 보호도 없다. 완벽히 무방비로 공룡 섬에 내몰린 인간. 이 설정들이 시사하는 바는 다소 메타적이다. 가깝다고, 직접적이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거든. 당장 저 영화 속 부부만 봐도 이혼하고 나서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질 않나.
전작들에 있었던 과학적인 냄새와 고민들은 싹 사라지고 가족 멜로만 남은 영화인데, 가볍고 단순해져서 사실상 아예 다른 취향의 작품이라고 봐야겠다. 수각류 끝판왕들의 대결이라든가 익룡의 본격 개입 등 새로운 볼거리는 좋다. 랩터를 지나치게 의인화 해서 다소 유치한 생각이 드는 면이 있는데, 이게 오랜 후 후속작들에 좋게든 나쁘게든 영향을 끼칠 줄은 이 때는 몰랐지. 유치하게 나갈 거면 앗쌀하게, 공룡 섬에 고립된 초딩의 생존기를 줄거리로 삼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연출 조 존스턴
각본 피터 버크먼, 알렉산더 페인, 짐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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