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아이언맨 2 Iron Man 2 (2010) by 멧가비


물리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비록 혹평이 중론이나, "악당의 기질이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탐구는 눈 여겨 볼 만 하다.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해 "지나친 자의식"이란 답을 우회적으로 내놓는다. 풀어 말하면, 문제의 원인을 자신 내부에서 찾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에서 악은 시작한다는 것이다.


안톤 반코. 하워드 스타크의 연구 파트너로서 아크 리액터 개발의 성과에 절반 가까이 지분이 있었지만, 이를 당시 소련으로 유출해 이득을 보려다가 하워드에 의해 축출, 소련으로 추방당한 남자. 인과를 따져보면 자신의 잘못이 분명 있는데 근거 없이 하워드 스타크를 원망하다가 죽어간 인물이다. 그의 아들인 이반 반코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이 스스로 소형 아크 리액터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어떻게 "잘 사용할지" 보다, 그것으로 고통을 줄 상대부터 생각한 부분에서 캐릭터의 본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안톤 반코는 냉전이라는 시대적 한계에 희생당한 측면이 있지만, 이반의 시대는 자유롭다. 토니 스타크에게 직접적인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크 리액터 기술 지분에 대해서는 더 법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반은 다짜고짜 나타나서 채찍질부터 한다. 프랑스에 떡하니 나타났다는 건 여권에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럼 가진 기술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그 동안 딱히 복수의 칼을 갈며 살아 온 것도 아닌데도, 힘을 갖추자마자 폭력으로 분출할 생각부터 했다는 거다. 설정상 그 전에도 이미 강력 범죄로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도 하니, 애초에 깡패 불한당 기질을 그냥 타고 난 인물이란 소리다.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 인명을 해치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어떤 식으로든 면죄부를 줘 버리면 한국 영화계를 한 때 좀먹었던 "조폭 코미디"와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행히 영화는 이반 반코라는 캐릭터에게 과학 깡패 이상의 어떤 드라마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편집이라든가 각본이라든가, 이 캐릭터에 대한 갈등으로 미키 루크가 화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관점에선, 시놉시스 단계에서 이미 멋진 악당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말인 게, 이반 반코, 악당 캐릭터로서 참 멋 없다. 복수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목적의식도 없을 뿐더러 그 복수 역시 공감할 만한 명분을 가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반 그 자신의 능력으로 시도할 수 있는 복수는 사실 프랑스 레이싱 경기장에서의 실패로 끝났다. 이후의 리매치는 사실 운빨 좋게 저스틴 해머의 눈에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게다가 밑도 끝도 없이 강한 그 몸빵. 외골격 까지도 아니고 아크 리액터 장비를 그저 아주 약간 몸에 걸쳤을 뿐이지만 아우디 R8에 서너번이나 치인 충격을 이겨낸다. 보통 사람이라면 입으로 내장을 다 토해냈을 것 같지만 복수귀 이반은 입가에서 피를 약간 흘릴 뿐이다. 이게 아무리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라도 도가 지나치다 싶게 말이 안 되는 장면인데, 사실 꽤 멋지기도 하다. 그게 문제다. 미키 루크의 이반 반코 캐릭터는 본격적인 첫 등장, 딱 거기 까지만 가치가 있었다는 점이 말이다.



영화의 이야기 측면에서 재미있는 건 "2인자들"의 영화라는 점이다. 토니 스타크가 시험적으로 만들었던 수트를 입고 워머신이 된 제임스 로스 중령, 하워드 스타크로부터 토사구팽 당한 아크 리액터의 2인자 안톤 반코와 그 아들, 토니 스타크에게 밀려 군수 업자로서 2인자인 저스틴 해머 까지. 이 셋이 좀 더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갈등, 그리고 그 중심에 불안한 1인자인 토니 스타크를 배치하는 이야기였더라면 좋았을텐데 정작 영화는 에네르기파 대결로 싱겁게 끝난 점 아쉽다.



이 영화는 본의 아니게 훗날 설정 구멍을 안게 되기도 한다. 토니의 결심 여부에 따라 아크 리액터를 몸에서 떼어낼 수 있는 거였으면, 팔라듐이니 뭐니 중독으로 고생하면서 시한부처럼 막 나갈 필요도 없었던 거 아닌가.







연출 존 파브로
각본 저스틴 드록스, 돈 헥, 래리 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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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8/06/17 00:58 #

    반코가 프랑스로 건너가기 위해 의문의 조직으로부터 위조여권을 건네받는데 그 조직의 정체가 실은 텐링즈였고 이게 3편으로 연결되는 복선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감독 바뀌면서 공중분해된 덕에 별 의미가 없어졌지만.;;; 아무튼 이런걸 생각하면 반코의 국외이동 자체가 불법일 가능성이 농후한...
  • 멧가비 2018/06/17 01:01 #

    그러고보면 MCU에도 좋은데 안 살린 설정이 은근히 많아요. 특히 아이언맨2편은 무슨 살코기 다 발라내고 비계만 남은 삼겹살 같네요.
  • 잠본이 2018/06/17 01:13 #

    처음부터 탄탄한 계획에 따라 움직인게 아니라 이리저리 땜질을 거듭했다는 반증이겠죠.
    사실 여기까지 끌고온것만 해도 참 놀랍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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