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토르 천둥의 신 Thor (2011) by 멧가비


영화는 일견,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와 비슷하다. 단지 날개옷 대신 망치요, 망치가 없어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 하는 건 선녀 대신 천둥신일 뿐.


보통의 슈퍼히어로 영화라면 주인공이 힘을 얻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전통의 구조를 비틀어, 주인공이 힘을 잃고 추락하면서 시작한다. 진지하고 무게감 있던 성격도 어딘가 모르게 얼뜨기처럼 변해, 본래라면 감초 조연이 했을 법한 개그들을 주인공이 혼자 도맡는 지경까지 간다. '도널드 블레이크-토르'라는 이중 자아의 설정을 배제하고 얼티밋 세계관의 단일 자아 설정을 채택했다는 건, 즉 주인공이 처음부터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것. 어찌보면 이야기를 단조롭고 심심하게 만들 수도 있는 선택인데, 주인공에게서 능력을 빼앗고 시작한다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작품 자체는 단순한 플롯에, 천둥신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도 전원일기 스케일. 그러나 에릭 셀빅이 '헐크'와 '앤트맨'을 언급하는 대사만으로 당시 슈퍼히어로 장르 팬들은 열광하고, 영화의 대중평과는 별개로 매니아들에게는 호소력이 있는 이 기묘한 구조가 당시 영화에 대한 평가를 극명하게 나누던 요소다. 십 년이 채 안 된 영화이지만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지표, 마블 스튜디오가 시도하는 모든 게 신기하고 궁금하던 시절이다.


뉘우침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인식, 그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여 태도를 고치는 것 까지를 말한다. 현실에서 이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리고 토르는 그것을 해낸다. 토르에게는 얄팍한 자존심과 괜한 오기가 없다. 비교하건대, 스티브 로저스는 원래부터 흠 잡을 데 없는 인격을 지닌 인물이고 토니 스타크는 성장이라기 보다는 그의 안에 원래부터 있었던 다른 무언가가 때마침의 계기를 통해 깨어난 느낌에 가깝다. 헐크는 뭐, 헐크고. 이른바 "어벤저스 빅 4" 중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직관적인 내면적 성장을 이루는 인물인 셈이다.


이미 아스가르드의 황태자요 천둥을 다루는 능력자라는 든든한 스펙을 갖고 시작한 인물에게 있어서 육체가 아닌 심리적 성장을 요구한다는 것은 각본의 의도만큼은 영리하다는 소리다. 시리즈 전체의 후속작인 [퍼스트 어벤저]에서 어스카인 박사는 아직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스티브 로저스에게 말한다. "약한 자만이 힘을 존중할 줄 안다"고 말이다. 어쩌면 그 대사를 다른 의미로 먼저 증명한 것은 힘을 잃은 토르 쪽이다.







연출 케네스 브래너
각본 애쉴리 밀러, 잭 스텐츠, 돈 페인, 래리 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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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세히 보면 마블 스튜디오의 노하우 축적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교묘히 드러내는 무서운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존재는 그 전에 나온 마블의 또 다른 스페이스 코미디 [토르] 1, 2편을 마치 이 영화를 위한 습작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팀 업 무비 제작의 노련함. 이제 마음 먹기에 따라선 캐릭터들 각각의 단독 영화 없이도 충분히 ... more



비정기 한 마디

"다시 보고싶다 오렌지캬라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