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퍼스트 어벤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by 멧가비


개봉 당시의 저평가, 그러나 후속작들의 공개 이후 덩달아 평가가 상향조정 됐다는 사실이 독특한 영화다. 중론은 "알고보면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성을 기본부터 다져뒀던 영화다"라는 것. 하지만, 이 영화가 훗날 재평가 받은 것은 과연 그것 때문만일까.


현실에 있었던 비극적인 세계전쟁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단지 한 명의 초인이 무용담을 쌓는 활극의 배경 쯤으로 캐주얼하게 다룬 것이 저평가의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일견 그럴 수도 있다. 정의로운 금발 백인 청년이 선진 과학의 선택을 받아 나찌에 대항하며 영웅으로 성장한다는, 다분히 막연한 낙관주의가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앞서 공개된 아이언맨과 헐크, 토르 영화가 각각 현대의 테러리스트와 군수 산업의 이권 분쟁, 자기파괴적인 이중인격 괴물, 셰익스피어적 가족 해체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과 비교된다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아성찰을 빙자한 무기왕의 뻔뻔한 노선 변경, 이를 요절복통 과학 대소동극으로 필터링했던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영화에서 현실 미국에 대한 시니컬한 풍자를 읽는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토록 의욕적으로 갈망하던 군인이 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중 군계일학이 될 '슈퍼 솔저'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어떠했나. 윗선은 기껏 국방비 쳐들여 제작한 슈퍼 솔저를 채권팔이 마스코트로나 뺑뺑이를 돌리고 자빠졌질 않았나.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게 있어서 전쟁은, 전쟁과 관련한 거의 모든 과정은 사실 결국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는 뜻이다. 그를 무대 위의 채권맨이 아닌,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날 수 있게 큰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이 각각 전범국 과학자(에이브럼 어스카인)와 과거엔 그에 못지 않은 제국주의로 방귀 깨나 뀌던 나라의 첩보 요원(페기 카터)이라는 점은 그래서 아이러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감독인 조 존스턴은 [로켓티어]를 통해 이미 2차 대전을 배경으로 그럴싸한 슈퍼히어로 시대극 한 편을 완성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결과론적이지만, [로켓티어]는 결국 이 영화의 고용 감독으로 내정받게 만든 아주 오래 전의 포트폴리오가 된 셈이다.






연출 조 존스턴
각본 조스 위든, 크리스토퍼 마커스, 스티븐 맥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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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타마 2018/06/14 14:05 #

    만화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봤을때... 과연 영웅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모순이 가득한 캐릭터죠. 특수한 능력이 있는... 그러나 그건뿐인... 모순가득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 같아서, 영웅물 보다는 인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든달까나...
  • 멧가비 2018/06/15 05:10 #

    저랑은 정반대의 해석이라 재미있습니다. 다른 어벤저들에 비하면 특별한 능력이랄 것도 없지만 개인적인 동기나 감정적 이유 없이 순수하게 공공선을 위해 싸우는, 정말 정석적인 영웅물, 이라는 느낌이었거든요 제게는.

    하지만 말씀처럼 그런 관점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참고하겠습니다.
  • 나인테일 2018/06/14 22:44 #

    채권팔이 뺑뺑이가 된건 어차피 2차대전부터는 티거 전차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게 너도 한방 나도 한방 미국대위도 한방이라서 말이죠. 로저스가 싸움을 매우 잘 하는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카탈로그 스펙을 월등히 뛰어넘는 개인적인 역량인거고 그래봤자 2차대전같이 사람 목숨을 믹서기에 갈아넣는 전쟁터에서는 혼자 백명이나 천명쯤 삼손처럼 떄려죽인 뒤에 소모될 뿐인데 전쟁의 규모에 비해 이건 그다지 득도 없는 일이죠. 과학의 기적이라 할만한 인재를 그렇게 소모하는건 당연히 수지가 안 맞고 차라리 연예인으로 카메라 앞에서 굴리는게 더 나은거죠.

    그리고 40년대에 미국은 세계경찰 아니었어요. 아직 영국의 국력이 온전했고 나치와 공산당이 눈에 불을 켜고 있던 시절에 신대륙 촌놈이 초강대국이라고 우기면 비웃음거리죠 그건.
  • 멧가비 2018/06/15 05:04 #

    연예인은 초인적인 힘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죠.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한 명이 전세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영화 내용으로 충분히 묘사되었습니다. 어느 쪽이 돈값을 할지는 상황에 따라,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화가 어느쪽을 선택했는지를 기준으로 서술했습니다. 이 글은 영화의 함의 혹은 영화에서 읽을 수 있는 행간을 주관적으로 기술하는 글이지, 실제로 슈퍼솔저가 포함된 전술을 짜는 목적이 아니니까요.

    세계경찰을 언급한건 본문에도 썼듯이 현실 미국에 대한 풍자, 즉 현대의 미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대극이지 진짜 40년대 영화가 아닙니다.

    본문에 오독할 여지가 있나보군요.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네요.
  • 진주여 2018/06/15 02:24 #

    스타크가문과의 찐득한 인연으로 그려지는 마블 시네마틱유니버스의 깊은 선도 인상깊었습니다.
  • 멧가비 2018/06/15 05:07 #

    그 점 공감합니다. 드라마판 [에이전트 카터]에서는 하워드 스타크가 캡틴을 어떤 식으로 추억하는지가 조금 더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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