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어벤저스 The Avengers (2012) by 멧가비


공동체를 조직함에 있어서 필요한 태도 중 하나는 자의식을 잠시 접고 타인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영화는 그에 이르는 과정을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거치도록 판을 짠다. 전작들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각 인물들의 성격이 묘사되었기 때문에 이 과정은 스무스하다.


아직 21세기에 적응 중인 캡틴 아메리카는 지나치게 진지하기만 해 자신과 다른 자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1편에서부터 늘 그랬듯이 마이페이스. 브루스 배너는 마지못해 팀에 참여했지만 아웃사이더 기질로 겉돈다. 토르에겐 오직 로키를 잡아갈 생각 뿐, 미드가르드인들의 입장을 돌아볼 섬세함은 없으며 그들을 팀으로 프로듀싱한 닉 퓨리조차 비밀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로키는 자신의 상처와 비틀린 욕망 안에 갇혀 있을 뿐이니, 그들을 상대할 적으로서 맞춤이다.


아이러니한 건, 자의식에 갇혀 자기 목소리만 높이지 않았던 건 초능력이 없고 높은 위치에 있지도 않은 쉴드 3인방. 로마노프, 바튼, 콜슨 뿐이다. 여기서 콜스만은 조금 미묘하다. 캡틴 아메리카 새 유니폼을 그 따위로 만든 것 보면 적어도 오타쿠 뽕에 취해있었던 건 분명해 보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덜컹거리던 "팀"은,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함으로써 조금씩 아귀가 맞춰지기 시작한다. 캡틴은 40년대에 그랬듯이 여전히 나쁜 놈들을 혼내주고 싶을 뿐이다. 토니의 희생은 개과천선 서사의 클라이막스다. 토르 입장에서는 집안 싸움의 연장선상이고, 배너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찾은 것이기도 하다. 로마노프와 바튼에게는 그 뉴욕대첩이 아직은 '쉴드 임무'였던 시기이고.


그렇게 각기 다른 그림에서 빼 온 직소 퍼즐 조각들이 어이없게도 그럴싸하게 다른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영화다. 그저 완성도 높은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연속해서 만드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제법 잘 계획된 "팀 업 무비"를 천천히 완성하겠다 이미 예고됐던 바. 이것은 여태까지의 시리즈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으로의 프레임을 깬 작업이다. 슈퍼히어로 장르를 넘어, 2천 십년대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영화들에게 영감과 비전을 제시했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건은 세계관의 충돌이었다. 옷과 헤어스타일로 구분할 뿐인 만화 캐릭터들을 만화의 한 컷 안에 모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리고 그 막연해 보이던 결과물의 공개와 기념비적인 성공. 이제와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6년 후에 활개칠 악당을 미리 등장시킨 영화라는 점에서도 말이다.


또 하나 이 영화의 큰 의의. [에이전트 오브 쉴드]는 명백히 이 영화로부터 출발한 스핀오프다. 그리고 이는 이후 드라마를 통해 소개되는 마블 코믹스 캐릭터들의 숫자를 늘리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시발점 역할을 하게 된다.







연출 조스 위든
각본 조스 위든, 자크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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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이 뭘 어쨌고 사건이 어떻게 됐고는 존나 알 바 아니고, 주인공이란 놈들이 어떤 놈들이냐 밖에 관심이 안 가는 영화라는 점이 [아이언맨] 1편 이후로 두 번째다. [어벤저스]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그 팀 업을 목표로 치열하게 달려온 시리즈. 이쯤에서 시야를 우주 저 멀리 어딘가로 돌리고 잠시 한숨도 돌린다는 느낌인데, 돌려도 너무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