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아이언맨 3 Iron Man 3 (2013) by 멧가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가 전쟁 비즈니스, 애국자법 등 현실 미국 내부의 이야기를 은유한다면 이 아이언맨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외부의 위협을 끌어들인다. 1편은 중동의 테러리스트, 2편은 냉전시대 망령의 역습이었다면 3편은 수미쌍관, 다시 텐링즈 이야기다. 토니 스타크의 말리부 자택이 붕괴하는 장면의 이미지에서 9/11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조금 다른 얘기지만, 토니의 병적인 수트 양산. 마치 지하 벙커에 맹목적으로 생필품을 쌓는 생존주의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1편에서 토니는 대중 앞에서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커밍아웃 한다. 때문에 이후의 출연작에서도 "스타크는 곧 아이언맨"으로 세간에 인식되는 것이 주, 군수 사업을 접은 후의 인간 토니 스타크에 대해서는 좀처럼 언급되질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승리였으나, 뉴욕 대첩이 남긴 무력함과 죽음의 공포는 토니로 하여금 보다 강한 무력을 추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관념의 주체는 "아이언맨으로서" 였기 때문에 방법 역시 더 많은 수트를 개발, 수트를 더욱 가까이에 대기 시키는 쪽으로만 편중 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이 아니다. 그는 일찌기 "내가 아이언맨이다" 선언했으나 아이언맨은 그의 발명품일 뿐, 토니 스타크는 그냥 토니 스타크다. 이 점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언맨의 무력함에 토니 스타크 자신마저 먹혀든다. 처음과 마지막에 페퍼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는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수트는 사람이 입으라고 만든 거지 수트가 곧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대개 말하 듯, 구원은 자기 자신으로 부터 나온다. 수트 없이 싸워야 하는 불가피한 게릴라전. 수트를 쿠킹 호일처럼 찢는 치명적인 괴물들과 싸우면서 토니의 자아분열 혹은 강박증은 오히려 희미해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 돌리기의 귀재였던 토니는 처음으로 페퍼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전하고, 이제서야 수트 밖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우연히 만난 물리학 신동 꼬마에게서 순수하게 과학에 몰두했던 과거의 자기 자신을 비춰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는 한 마디로,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벗는 과정"이다. 클라이막스 시퀀스 역시 그렇게 설계되어있다(사이드킥인 제임스 로스 역시 수트 없이 대통령을 구출한다). 중국 변검술처럼 이 수트 저 수트 입었다 벗었다 하는 액션 디자인은, 영화의 주제의식을 화려한 액션 시퀀스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MCU 10년,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확실히 익스트리미스 사건 이후 토니는 이전보다 비교적 안정된 언행을 보인다. 그러나 [시빌 워]에서 다시 한 번 정신적 데미지를 크게 입게 될 것을 알기에, 이 3편에서의 정서적 성장이 한 편으로는 짠하다.






연출 셰인 블랙
각본 셰인 블랙, 드루 피어스

덧글

  • 잠본이 2018/06/17 00:47 #

    게다가 어른의 사정으로 어벤저스 2에선 이때의 성장이 리셋되어 또다시 갑옷을 챙기고 트라우마 타령을 하는지라 영 거시기한 마무리가 되어버렸죠.
  • 멧가비 2018/06/17 01:09 #

    확실히 MCU도 캐릭터 운용이 완벽하진 않다는 반증 같습니다. 하지만 어벤저스2에서의 행보는 이 영화랑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는 게, 아이언 군단이나 울트론 등은 결정적으로 토니 자신이 착용하는 수트의 형태는 아니죠. 헐크버스터는 의미가 좀 다른 물건이고요.
  • 잠본이 2018/06/17 01:12 #

    페퍼 "더이상 안만든다고 한거 아니었어요?"
    토니 "내가 안입는다고 했지 아예 안만든다고 하진 않았다!" (뻔뻔)
    이래서 헤어질뻔한 거군요(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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