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2014) by 멧가비


전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보안 기관에 뿌리를 내린 40년대 제국주의 잔당 '하이드라'. 그리고 하이드라의 주구(走狗)가 되어 어깨에는 공산주의의 붉은 별을 달고 돌아온 버키, 윈터 솔저. 미국 역사의 주적들이 망령처럼 돌아온다. 그리고 영화가 '프로젝트 인사이트'를 통해 제시하는 메타포는 명백히 '애국자법'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마블 유니버스판 애국자법을 획책한 것은 바로 하이드라. 정말 암울한 세계관이다 미국인들에게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도 중론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언자의 초능력 따위가 아니라, 시민들이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 그 자체를 이용해 잠재적 위협을 솎아내는 방식이라는 점 말이다. 현대의 "빅 브라더"는 이제 이오시프 스탈린을 닮은 무소불위의 권력자 따위가 아닌, 감시받는 자들 스스로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크 나이트]에서의 배트맨처럼 시민들의 통신수단에 장난질을 할 필요도 없다. 이미 현실은 세인(世人)들 스스로 감시의 통로를 사방에 열어두고 있으니까.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 답, 감시자를 없앤다. 이 영화는 내게 [왓치맨]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전작 [퍼스트 어벤저]에서는 근육이라는 형태의 갑옷, 그 속에 들어있는 브루클린 말라깽이 스티브 로저스의 인간미에 촛점을 맞춘 바 있다. 이어지는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시대착오의 영웅이 과연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해 말한다. 근본적으로 심성이 깨끗하고 정의롭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자기가 자신의 그러한 올곧음을 잘 알고 있으며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타협하지 않고 직진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캡틴 아메리카의 고뇌를 다뤘다는 평에 동의하지 않는다. 캡틴은 단 한 번도 고뇌는 커녕 망설이지도 않는다. 늘 직선. 아이언맨의 비행, 호크아이의 화살처럼 유선을 그리는 대신, 가로 막는 것은 부딪혀 밀고 나간다. 닉 퓨리를 저격한 "괴한"을 잡기 위해 건물 벽을 뚫으며 달리고, 활로가 차단 된 빌딩에서는 수직으로 낙하하며, 미니건을 쏘는 상대에게는 방패를 세우고 그대로 돌진한다. 캡틴은 짬짜면 같은 것 먹지 않는 남자야. 구구절절 말이 아니라 이렇게 행동으로 설명된 캡틴의 성격은 후속작 [시빌 워]에서의 그의 선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여담. 싸움만이 아니라 후반부 캡틴의 연설 장면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영화를 연출함으로써 순식간에 명성을 얻은 루소 형제가 이전 까지는 TV 드라마 위주의 경력 뿐이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 중에서의 대표작은 시트콤 [커뮤니티]. 커뮤니티의 주인공들 중 리더 역할인 제프 윙거는 '연설'로 먹고 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연출 조 루소, 앤서니 루소
각본 스티븐 맥필리, 크리스토퍼 마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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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8/06/17 00:42 #

    사실 고민은 언제나 토니 몫이었죠. 시빌워에서도 그렇고 무한전쟁에서도...ㅠㅠ
  • 몽고메리 2018/06/17 04:04 #

    에밀리 반캠프 좋아요 ㅎㅎ
  • 멧가비 2018/06/17 23:56 #

    이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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