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 by 멧가비


내게 이 영화는 MCU 통틀어 두 번째인 영화다. 어떤 점인가 하면, 악당이 뭘 어쨌고 사건이 어떻게 됐고는 존나 알 바 아니고, 주인공이란 놈들이 어떤 놈들이냐 밖에 관심이 안 가는 영화라는 점이 [아이언맨] 1편 이후로 두 번째다.


[어벤저스]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그 팀 업을 목표로 치열하게 달려온 시리즈. 이쯤에서 시야를 우주 저 멀리 어딘가로 돌리고 잠시 한숨도 돌린다는 느낌인데, 돌려도 너무 돌린다. 이렇게 긴장감 없는 반푼이들을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랍시고 내세우다니. 슬로 모션으로 멋지게 걷는 장면에서 홍일점이 코평수 한껏 벌려가며 하품하는 영화를 마블에서!


다른 마블 영화들보다도 특히 연출자의 색이 많이 보이는, 연출자의 지난 경력을 돌아보는 게 작품 이해에 중요한 영화일 것이다. 제임스 건은 컬트 중에서도 상 컬트 작품들로 유명한 '트로마'에서 경력을 시작했는데, [톡식 어벤저]라는, 정말 말 같지도 않은 흉물을 세상에 내놨던 바로 그 곳이다. 건은 촉수괴물과 좀비가 날뛰며 혈육을 사방에 뿌려대지만 웃기기만한 SF 호러 코미디 [슬리더]로 감독이 된다. 그리고 그의 첫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에서는 슈퍼히어로라는 망상에 빠진 우울한 중년 아웃사이더를 주인공을 내세운다.


건의 대표작들에는 이율배반이 있다. 감독 데뷔작인 [슬리더]는 촉수 괴물과 좀비 떼가 사방 날뛰며 육편을 뿌려대지만 뿌려댈 수록 점점 웃겨가는 영화다. (욘두 역의 마이클 루커가 그 촉수 괴물이다)그의 첫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에서는 슈퍼히어로를 자처하며 가면을 썼지만 오히려 민간에 피해만 끼치는 우울한 중년 아웃사이더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의 첫 마블 영화는, 시리즈 사상 어쩌면 가장 큰 스케일의 사건을 다루지만 주인공은 악당 보스에게 댄스 배틀을 신청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영화 [무비 43]에서는 휴 잭맨이 턱에 불알을 달고 나온다. 대체적으로 그의 영화는 "저래도 돼?" 라는 인상을 준다.



그렇게 개그로 절반, 그리고 70년대 올드팝의 낭만으로 나머지 절반이 채워진 어쩌면 캐주얼한 스페이스 오페라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마블 스튜디오의 노하우 축적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교묘히 드러내는 무서운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존재는 그 전에 나온 마블의 또 다른 스페이스 코미디 [토르] 1, 2편을 마치 이 영화를 위한 습작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팀 업 무비 제작의 노련함. 이제 마음 먹기에 따라선 캐릭터들 각각의 단독 영화 없이도 충분히 괜찮은 팀 업 무비를 하나 뚝딱 내놓을 수 있다는 과시와도 같은 영화다. 한 편의 영화에 팀의 결성과 모험담을 모두 담았지만, 가디언즈 멤버들 중 누구 하나 뒤쳐지는 자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루트는 그루트라는 말 밖에 못 하지만 [어벤저스]에서의 헐크에게 절대 존재감으로 밀리지 않는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있으면 현재 '폭스'와 한솥밥을 먹게 된 마블 스튜디오에서 [판타스틱 포] 프랜차이즈를 되살릴 가능성이 발견된다.






연출 제임스 건
각본 제임스 건, 니콜 펄먼



여담 1
증명된 바 없지만 나는 제임스 건이 [이나중 탁구부]나 [멋지다 마사루] 등 90년대 일본 개그만화 팬일 것이라 확신한다.


여담 2
[토르 다크월드]에 이어, 또 한 번 후비안들을 설레게 만든 마블 영화.


핑백

  • 멧가비 : MCU 탐구 - 엔드게임 소회 2019-04-30 15:43:51 #

    ... 스포일러 방패 (((★))) 스포일러 망치 [ ]---- 스포일러 화살 <----<<< 스포일러맨 (▷◁) - 생각해보니 캐런 길런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촬영 들어갈 때 부터 지금 까지 삭발로 보낸 시간이 엄청 많았을텐데, [닥터 후] 출연 당시랑 아주 조금 밖에 안 겹친 게 천만 다행이다. - 세상이 ... more

덧글

  • 우르 2018/06/16 22:32 #

    개인적으론 MCU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로 오면서 에이미의 미모가 다시 각광받는게 뿌듯하더군요
  • 멧가비 2018/06/17 01:02 #

    절대 맨 얼굴이 나올 일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 잠본이 2018/06/17 00:40 #

    여담1은 확실히 가능성 있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비정기 한 마디

"다시 보고싶다 오렌지캬라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