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재감상 -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 by 멧가비


현재까지 MCU 시리즈가 걸어 온 큰 스토리, 그 분기점. [아이언맨]부터 [인피니티 워] 까지를 세면 마침 순서도 대충 가운데 쯤이다.


영화의 전반부 악당은 막시모프 쌍둥이. 어떠한 이권의 분쟁이나 다른 욕망 없이 오로지 복수만을 목표로 삼은 캐릭터들로서 [시빌 워] 헬무트 지모의 선배격이다. 싸움에 휘말려 가족을 잃은 유럽인이라는 점 역시 동일하다. 그러나 쌍둥이가 시작한 복수 행보는 소코비아 전투로 번지고, 이는 세계 시민들로 하여금 어벤저스에 대한 반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동시에 헬무트 지모라는 또 다른 복수귀를 탄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사망, 그들의 고향에는 재앙이 내렸으며 결과적으로 남은 한 명은 훗날 소코비아 협의안에 의해 도망자가 된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명백한 타겟 없이 맹목적으로 시도한 복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실패한 복수다. 가만 보면 "어벤저스" 타이틀이 걸린 영화에서 복수(avenge)에 성공하는 건 어벤저스 뿐이다.


후반부 악당인 울트론의 존재 역시 큰 그림에서 중요하다. 고용된 하수인이었던 로키와 달리, 타노스의 의지로 탄생해 직접적으로 어벤저스에게 도전했던 첫 악당이다. 넓은 의미로는 타노스의 아바타이기도 한 셈인데, 그래서인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대신 (망상에 더 가까운) 신념 하나로 대학살을 획책하는 점이 닮아있다. 그런가하면 제작 실무를 맡은 토니 스타크와도 내-외면 모두 조금씩 닮았는데, 창조주를 닮았으면서도 이를 부정하고 오히려 저주한다는 점에서, 좋은 각본과 더 많은 분량이 할당됐더라면 '프랑켄슈타인 괴물'이나 [블레이드 러너]의 로이 배티를 잇는 좋은 휴머노이트 안타고니스트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아쉽다. 그래도 클라이막스 작품 내내 보여준, 마치 '스미스 요원' 같은 모습은 다른 MCU 악당들에게는 없는 부분이라 좋다.


어벤저들, 특히 캡틴과 토니의 의견 대립, 무력 충돌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영화 자체가 [시빌 워]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마치 불주사 놓기 전에 주는 사탕처럼, 1편에서의 비즈니스 관계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 제법 친구처럼 돈독해진 어벤저들. 현재 까지의 MCU 영화들 중 어벤저들이 모여서 한담이나 나누는 가볍고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다. 


시리즈 내에서 저평가 받는 편이지만 내 취향, 개봉 당시와 달리 거듭 감상할 수록 장점들이 많이 보이는 영화다. 특히 시리즈 전체를 따져봐도 이렇게나 멋진 시퀀스들로만 빼곡하게 꽉꽉 들어찬 영화는 없다. 도입부의 하이드라 기지 습격부터, 회식 중 울트론 난입, 서울에서의 캡틴과 울트론의 탑차 결투 등등. 그리고 소코비아 대첩에서의 대민 지원 장면들 특히 좋다. 개인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영웅 캐릭터가 시민들을 돕는 장면이 나오면 좋아하거든. 뭣보다, 헐크버스터 나온 영화잖아.


영화의 결정적인 문제는 그 멋진 장면들을 예고편으로 다 보여줬다는 데에 있다.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 마케팅의 문제점으로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나는 이 영화를 그 문제의 지표로 삼곤 한다.



토르가 바튼네 꼬맹이들 장난감 밟아서 부수는 씬은 당시엔 그저 "토르가 또..." 정도의 개그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후 이어지는 소코비아 사태와 라고스 사건 까지 생각하면, 초인이란 존재들에 의해 세상이란 이렇게나 부숴지기 쉽다, 라는 암시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 직후 토르는 [라그나로크]를 통해, 다른 어벤저들이 없는 곳에서 또 하나의 파괴-상실을 겪기도 했으니.







연출 조스 위든
각본 조스 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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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극장 영화들 중, 드라마 쪽의 설정이 영화로 연결된 최초의,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 작품이다. [어벤저스] 1편에 나왔던 구형 헬리캐리어를 "누가" 수리해서 닉 퓨리에게 제공했는지,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2에 자세히 묘사된다.


덧글

  • 정호찬 2018/06/20 19:42 #

    워싱턴에 추락한 건 아크리액터 장착한 신형 아닌가요? 에오울에 나온 건 1탄에 나온 터빈식 구형이고(어떻게 울트론 센트리 함교에 쳐들어올 때까지 근접방어전이 하나 없냐)
  • 멧가비 2018/06/20 21:12 #

    그렇군요. 확인해보니 그게 맞네요. 감사합니다.
  • Dannykim 2018/06/20 20:19 #

    최근 마블 영화가 비주얼적으로 번들번들한 느낌의 질감이나 메탈릭한 컬러감의 사용이 늘어난 느낌인데 그것도 이때쯤이 기점이었던 것 같군요.
  • 멧가비 2018/06/21 01:36 #

    그런가요, 저는 오히려 마블 영화들은 CG 사용 빈도에 비해 되도록 유광 느낌은 자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또 감상하게 되면 그 점도 눈여겨 봐야겠네요
  • 잠본이 2018/06/21 01:01 #

    여러모로 시빌워를 위한 밑밥깔기였다고 생각되는데 덕분에 울트론이 너무 얄팍해졌죠.
  • 멧가비 2018/06/21 01:45 #

    지금 봐선 타노스 열화판 정도로 보이네요
  • lelelelele 2018/06/30 00:09 #

    전체적인 완성도땜에 까이지만, 그래도 후속작 떡밥투척용으로만 따져보면 자기 역할은 무사히 한게 아닌가 싶어요. 자기 작품내에서 볼거리 할거리도 얼추 하긴 다 했고... 그것땜에 또 까이기도 하는거 같지만요.
    시빌워 라그나로크 인피니티워 블랙팬서 총 4개의 작품들 밑밥 떡밥 깔아놓은거만 해도..
    요새 MCU도 외적으로 여러 논란이나 제작사 앞날의 비전, 정보들땜에 상당히 시끄러운 느낌인데, 불과 몇년전인데도 불구하고 차라리 이 시절이 좋았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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