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2018) by 멧가비


레퍼런스로 삼은 것들의 코드를 보기 좋고 자연스럽게 내러티브에 녹여냈던 작품들이 있다. 영화에선 [킬 빌]과 [캐빈 인 더 우즈], [오스틴 파워스] 등이 그러했고 드라마로는 [기묘한 이야기]나 [커뮤니티]가 그런 쪽이다. 이 영화, 얄팍하고 공허하다. 그저 추억을 말초적으로 자극할 소재들을 국자로 퍼서 투박하게 때려붓기만 한다.


내가 아는 캐릭터들이 다른 영화에 "얼굴을 비춘다"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감흥도 느낄 수가 없다. 그냥 내가 그 캐릭터들 이름 구글 검색창에 쳐서 이미지 검색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지. 비슷한 영화로 [주먹왕 랄프]가 있었는데, 차라리 그 경우에는 설정상 그 까메오 캐릭터들이 정말 그 캐릭터 본인이기라도 하지, 이 영화에서는 정말 그 캐릭터가 아니라 '오아시스' 유저들이 구입한 아바타 스킨이거나 커스터마이징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즉 내가 아는 캐릭터들의 껍데기만 화면 안에 뿌려져 있을 뿐이라는 거다. 현실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유명한 캐릭터 모습으로 꾸민 다른 유저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거 보면서 추억 돋고 흥분할 이유가 내게는 없다.


아, [샤이닝]은 알토란 같이 잘 써먹었지. 그건 좋다.




내용도 어딘가 미심쩍다. 빈민촌에 살면서 현실도피 하려고 게임을 끊지 못 해 빚을 지고 그 빚 갚으려다 과로사하고, 이거 딱 현실의 도박이랑 마약을 섞어 놓은 거다. 고전 게임을 레퍼런스 삼아 추억팔이를 하면서, 정작 영화가 던지는 뉘앙스는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모순.


영화가 시작한 후 오아시스 유저들은 오아시스의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해 경쟁한다. 게임 속 승부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 예전에 있었고 지금도 있나 모르겠지만, '리니지' 게임장 돌리는 건달들이 그런 식이지 않던가.


물론 작중에서는 '아이오아이'가 명백히 게임장 조폭 포지션을 맡았으나, 그와 경쟁하는 유저들 역시 크게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흔히 비교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경우, 원작에 맞춘 동화적인 연출로도 이야기 내면에 깔린 불쾌한 욕망이 모두 가려지진 않는다. 하물며 이 쪽은 게임 때문에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시작하는 매몰찬 영화이기 때문에, 이스터에그 찾기에 인생 전부를 담보 잡은 일반 유저들이 어딘가에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스터에그 쟁탈전이 끝난 후,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문득 문득 비루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클라이막스와 결말 만은 그렇게 순진한 척 "순수한 게이머 소년은 그렇게 행복해졌노라 메데타시 메데타시"하고 대충 땜질 하는 거 위선적이다.








연출 스티븐 스필버그
각본 어니 클라인, 자크 펜
원작 어니 클라인 (동명 소설,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