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페이지 Rampage (2018) by 멧가비


조금 큰 고릴라와 훨씬 큰 파충류 괴수의 싸움. 이거 레전더리 픽처스의 "몬스터버스"에서 열심히 기획 중일 "킹콩 vs 고지라" 프로젝트를 엉뚱한 놈이 선수쳐버린다.


어릴 때, 킹콩이랑 고지라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커서 돌아보면 터무니 없는 호기심이었다. 가상의 괴수를 두고 쓸 데 없이 정색해서 논하건대, 킹콩이 못 이기는 차원이 아니라 일대일로 붙을 체급이 아니다. 그래서 토호의 1962년작 [킹콩 대 고지라]에서는 킹콩이 전기 먹어 체급을 뻥튀겼고, 그 꿈의 매치를 다시 한 번 재현할 레전더리 시리즈에서는 그래서 킹콩이 처음부터 오버 사이즈로 리부트 되고야 말았다.



어쨌든 말인 즉슨 이게 싸움을 붙일 수가 없는 매칭이라는 건데, 하지만 "더 락"이 파트너라면 가능하더라. 더 락은 어느샌가 마블이 안 만드는 영화들에서의 캡틴 아메리카 같은 사람이란 말이지. 유머 감각 부족한 21세기의 아놀드 슈월츠네거요, 밍밍한 척 노리스 같은 느낌도 이제는 슬슬 들려고 한다. 나오면 믿음직스럽지만 재미는 없는 형.


클라이막스가 어떤 느낌이냐 하면, 슈퍼전대 드라마 후반부의 미니어처 파트인데, 전대 중에 레드만 나오고, 그 레드가 제국 괴수에 맞서 메카에 탑승하는 대신 외부에서 고릴라 모양의 로봇을 원격조종하는 느낌이다. 철인 28호와 전대 메카의 절묘한 퓨전.


이야기는, 아니 씨발 사실 이야기라 부를만한 것도 없고 그냥 거두절미 괴수 난장판 영화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대놓고 클리셰이면서도 클리셰 아닌 척 뭔가 새롭고 기발한 척 안 해서 좋다. 좋다기 보다는, 그냥 인정. 재미도 없는 사람들 얘기 할 시간에 고릴라 한 번 더 보여주니 땡큐다.


괴수 난동 시퀀스. 괴수물의 시각효과 기술은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감탄한다. 정체된 듯 하면서도 컴퓨터 그래픽 영화들은 시나브로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CG 괴수들이 실사 피사체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거나 화면 밖으로 타격감을 전달하는 물리적인 기술이 뛰어나다. 하지만 한 끗 아쉬운 연출. 난리통에 대피하거나 피해 입는 시민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생생하게 보여주는 카메라 워크가 없어, 현장감과 위기감이 부족하다. 아무리 비디오 게임이 원작이라지만 어느 순간에는 정말 그냥 게임 같다. 좋은 괴수물이려면 동시에 좋은 재난물이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후자 쪽을 아예 포기했나보다.


조지는 좋은 고릴라 캐릭터다. 느끼한 눈망울 쏴대던 피터 잭슨 킹콩보다는 적어도 쿨하긴 하다. 램페이지 괴수 셋 중 제일 작은데 어쨌든 다 까부수는 것도 멋지다. 관건은 다구빨이다. 인간이 먹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설 수 있었던 이유를 간접적으로 재확인한다.


램페이지 상태가 된 세 동물 중 하나가 가장 온순한 영장류라서 다행이고, 제일 사이즈 커진 놈이 그 유명한 늪지의 호구 형이라 또 다행이다. 우리 편인데 성깔 더러운 침팬지였더라면? 생각도 하기 싫다. 개는 뭐, 그냥 날아다니는 개고.







연출 브래드 페이튼
각본 라이언 잉글, 라이언 콘덜

덧글

  • 로그온티어 2018/06/29 22:30 #

    그래도 주만지2 에서는 나름 웃겼습니다
  • 멧가비 2018/06/30 09:01 #

    각본을 웃기게 주면 웃기긴 하죠. 슈월츠네거가 어느 영화에 나오든 배우 자신에게서 풍기던 유머러스함이나 존재감 같은 게, 드웨인 존슨한테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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