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 Ant-Man and the Wasp (2018) by 멧가비


전작 [앤트맨]은 두 쌍의 부녀, 그리고 한 쌍의 유사부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후속작, 딸들의 이야기. 호프, 가족을 완성하려는 딸. 에이바, 가족을 모두 잃고 죽어가는 딸. 그리고 캐시, 이런 딸 낳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장가 가겠다.


월트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의 시너지가 가장 좋은 시리즈다. MCU 영화들이 중심에든 곁다리에든 대체적으로 가족 이야기를 배치하고 진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앤트맨의 두 영화는 특히나 90년대 디즈니 가족 영화에 더욱 근접한다. 크리스마스에 개봉해도 어울릴 정도로.


디즈니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인어공주]나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 월트 디즈니 셀 애니메이션 최전성기의 작품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스코트라든가 감초 조연 캐릭터들이 주인공 이상으로 극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점. 반대로 [포카혼타스], [헤라클레스] 등의 작품들은, 조연 누구였지? 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아마 더 많을 걸. 아무튼, 그걸 이 영화가 그대로 재현한다. 주인공들은 할 일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밀어주고 인터벌에 코미디를 담당해주는 보안 회사 삼총사. 그 깔깔이들이 옆에서 뒤에서 웃음 안 비게 계속 딜 넣는 걸 보고 있으면, 아 맞다 이거 디즈니 영화 맞지 참,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결론부터 말 하자면 어딘가 심심했던 1편에 비하면 괄목상대라 할 만하다. 영화 속에는 특유의 리듬감이 있는데, 차가 달려도 끝까지 달리지 못하고 물건을 빼앗아도 오래 들고 있지 못하는, 리듬이 깨짐으로써 발생하는 리듬감. 하다 하다 갈매기 까지 끼어들잖아. 각본을 진짜 신나게 잘 쓴 거다. 자동차 추격 시퀀스는 [용형호제] 1편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러 세력이 뒤죽박죽 물고 물리는 소동극 플롯은 '미타니 코키' 영화들을 연상시킨다. 따라한 것 같다는 게 아니라, 그 분야들에서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이 생각날 정도로 아주 좋다는 뜻이다.



격투 액션 시퀀스들은 보통의 액션 영화들과 다른 느낌으로 좋다. 주인공 둘은 작아지고 적대자는 흘려낸다. 양 쪽 다 때리기 힘들게 생겨먹어 가지고선, 서로 휘두르는데 맞질 않고 섀도우 복싱만 줄창 한다. 어느 부분에서 피하고 어느 타이밍에 맞고, 설계를 기가 막히게 잘 짰다. 타격감이 없어서 멋진 액션이라니 세상에.


언젠가 포스팅으로 쓸까 하지만 전작의 '옐로 재킷'은 내가 MCU 사상 최악으로 꼽는 악당 캐릭터다. 괄목상대라 했다시피, 바로 그 다음 영화의 악역, 안타고니스트인 고스트는 MCU 통틀어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맘에 든다. 플롯 구조상으로는 악당의 포지션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자신도 궁지에 몰린 절박한 신세인 점이  MCU 안에서는 유니크하다. 아버지와 관련한 복수심을 강조했더라면 '이반 반코'의 짝퉁이 됐을 것이며, 빌 포스터가 음흉한 흑막이었다면 고스트는 '버키'의 열화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모두 피해서 오로지 물리적인 생존이 목적인, 그저 위기에 빠진 제 3의 주인공으로 기능하게 한 점 놀랍다. 반해버렸다.


이번 영화에 (쉴드 출신인) 고스트가 등장함으로써 한 가지 씁쓸하게 된 점이 있다면, 영화판에서 "쉴드는 사라졌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첫 영화가 됐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는 TV 뉴스를 통해 쉴드의 완전 부활이 선포된 게 꽤 오래 전인데도 말이다. 늘 알고는 있지만, 영화 쪽에서 드라마랑 선을 그을 때마다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까지들 안 해도 되잖아.







연출 페이튼 리드
각본 폴 러드, 크리스 맥케너, 앤드루 배럴, 에릭 소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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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의 마지막 MCU 영화, 벌써 금단 현상이 오는 것 같다


덧글

  • 진주여 2018/07/12 14:42 #

    아이언맨2부터 나왔던 골리앗 프로젝트 떡밥때문에 최종보스가 골리앗 vs 자이언트맨 배틀을 기대했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ps
    ??? :데일리 플래닛이 어디죠? 저는 30년동안 양자역학을 연구해온 교수입니다.
  • 멧가비 2018/07/18 10:56 #

    그러고 보니 빌 포스터가 골리앗이었군요. 나오려면 시빌 워 전에 나왔어야지...
  • lelelelele 2018/07/12 22:02 #

    쉴드와 드라마 영화 관련 설정해서는, 아마 선긋기보단 세세한 부분에선 신경써주지? 못하는 이유가 더 커서일거라고 생각됩니다. 바로 옆에 사무실도 붙어있고, 어찌됐든 한솥밥 먹는 가족이긴 하지만 영화부서와 드라마부서는 각자 할일이 따로 있으니, 큰 부분에선 몰라도 세세한 부분에선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되서요. 뭣보다 더 큰 자본이 움직이는 영화쪽에 메인이다보니 말이죠.
    인피니티워 개봉 이후 루소형제 인터뷰가 많이 풀렸던데, 영화 제작하면서 기존 작품 감독들이랑도 다 협엽하고 의논해서 각본가들과 함께 작업하는데 무지 힘들었다고 그러던게 기억나더군요. 영화쪽만 해도 시리즈 다 갈무리하는 작업이 이리 힘들다면, 드라마쪽까지 세부적인 면에서 함께 하려면 아마 관계자들 머리 터져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샌 작품완성도는 그렇다쳐도, 홈커밍처럼 세계관 시간 설정 어긋난 거 까지 팬덤에서 다 잡아낼 정도니... 단순 시리즈물도 아닌 유니버스 실사화 작품 만든다는게 정말 빡쎈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1편때만 하더라도 에드가 라이트의 그늘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으니 100% 온전히 페이튼리드감독의 완성품일수는 없었을텐데, 2편을 보니 확실히 1편도 거저 만들어진건 절대 아니었던거 같다고 느꼇어요. 그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결국 상업적으로 성공했는데... 페이튼 리드는 스튜디오랑 궁합이 좋은 감독 중 한명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고스트는 원래 아저씨스러운 인물이었던걸로 썬더볼츠 코믹스에서 봤던거 같은데, 영화에선 인상이 꽤나 달라져버렸네요. 거기다 능력도 본인 스스로 발동할수 있으니 만화보다 더 격이 높아진거 같기도 하고...
  • 멧가비 2018/07/18 11:04 #

    세세한 부분 놓치는 것 치고는 쉴드 드라마가 꾸준히 방영되고 있는데 쉴드를 사라진 조직 취급할 수는 없죠. 의도했든 아니든 선은 그어진 거라고 봐야죠.
    이해도 하고 당연하다고 봅니다. 영화 시리즈를 보는 관객들한테 드라마에 대한 사전 이해까지 바랄 수는 없으니 별개로 진행돼야죠. 하지만 안 해도 될 말 까지 굳이 해서 드라마 쪽 설정을 부정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론 에드거 라이트 영화들을 대부분 다 좋아해서 각각 대여섯 번씩은 봤는데, 솔직히 지금에 와서 다시 앤트맨 1편에 그 사람 흔적이 얼마나 남긴 남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페이튼 리드가 참 잘 하는구나 싶고, 오히려 1편도 온전히 리드가 다 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고요. 라이트보다 리드가 실력이 좋다기 보다는, 그냥 더 좋은 궁합인 것 같다는 거죠.
  • 니킬 2018/07/13 12:55 #

    빌도 적의 조력자 포지션이지만 고스트가 막 나가려는걸 막고 도닥여주고, 다른 악당인 소니 일당도 주로 FBI를 이용하거나 직접 나설 땐 당하는 역 아니면 삼총사랑 엮여서 ‘진실의 약’이 빵 터지는게 정말 ‘디즈니다움’이 잘 섞였다 싶더군요.
    1편은 요즘 케이블채널에서 재방송을 돌려서 최근에 다시 봤는데, 옐로 재킷이 악해진건 ‘행크 핌과 같은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입자의 악영향 때문인지가 아직도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 멧가비 2018/07/18 10:55 #

    월트 디즈니가 인수합병 한다고 발표했을 때 조금 걱정했는데 이 영화 쯤 되니 인정해버리게 되네요. 디즈니를 뿌려도 좋은 데다가 잘 뿌리더군요.
    옐로 재킷은 뭐...어떻게 된 거든 뭐가 중요하겠어요. 옐로 재킷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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