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2007) by 멧가비


첫사랑에 대한 영화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다만 첫사랑이라는 것을 일종의 강박증처럼 개념제시하며 그 표현 방식이 관념적일 뿐. 민우의 첫사랑 이야기인지 미미의 이야기인지, 정신 분열적 첫사랑을 사유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납득 가능한 서사 같은 건 없는 영화니까. 내가 아는 한 가장 파괴적인 첫사랑 영화다.


영화는 첫사랑의 정의를 분열된 기억의 흐릿한 파편 하나 쯤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상대 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진부한 감성을 초현실 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기도 하는 그로데스크한 연출 방식. 이 영화 쯤 되면 감독 이명세는 본격적으로 예술 영화 비슷한 무언가에 꽂혔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게 비단 초현실적인 연출 기교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연출 방식은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세 감독 김혜수 주연의 93년작 [첫사랑]에서부터 이미 그러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리에 왱왱 도는 건 "금보다 비싸다는 다금바리" 씬들이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횟집 다다미 방에서 민우는 출판사 직원이나 예비 장인을 만나는데, 상대역만 바뀌고 같은 세트에서 같은 앵글, 같은 대사가 반복되는 데자뷔 적 반복. 여기에서는 "반복해서 꾸는 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보통 똑같은 꿈을 여러 번 꿀 때는 그것이 기분 좋은 꿈인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언젠가는 꿈 속에서 그 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자각몽의 영역에 들어서기도 한다.


무언가 자각몽의 주체를 압박하고 옥죄듯, 다다미 방이 화면에 등장할 때 마다 같은 방이지만 미묘하게 좁아진다. 실제로 씬 마다 벽을 조금씩 좁혀가면서 촬영했단다. 카메라와 인물 사이에 선풍기가 위치하게 될 때 인물들의 음성은 선풍기 날개에 부딪혀 파열된다. 마치 관객이 저 자리에서 대화를 엿 듣는 것처럼 말이다. 불쾌한 꿈처럼 초현실적인 씬에서 오히려 관객에게는 현장감을 제공하다니. 정말 꿈처럼 뒤죽박죽이다.


민우 스스로는 희미하게 잊었다고 생각하는 첫사랑의 기억이라는 것은 그렇게 불안한 자각몽 쯤 되는 걸까. 아니면 첫사랑을 잃은 후의 파괴된 정신 세계가 그러했다는 걸까. 영화 말미에 가서는 첫사랑을 떠올리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해지고 또한 무의미해진다. 영화는 잊었던, 그러나 잃어버리고 만 첫사랑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민우의 이야기인지, 죽는 순간 단말마처럼 박제되어버린 미미의 주마등인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이치에 맞는 기승전결이나 이해되는 인과 관계를 버리면 이 영화가 더 편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첫사랑을 잃고 분열적인 후유증을 겪은 기억을 가진 사람에게라면 특히나.






연출 각본 이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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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솔직히, 존나 난해하긴 하다. 내가 씨발 예술 영화라고는 개뿔 모르고 장 뤽 고다르 몇 편 본 게 전부지만, 이 영화처럼 자다 일어나서 보는 기분은 아니었는데. 이건 극장에서만 세 번을 봤는데도 끝내 영화의 장면들이 머리에서 순서대로 정리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