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케이지 시즌2 (2018) by 멧가비


시즌1이 루크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그 숙적(?)인 블랙 머라이어의 가족사 이전 가문 내력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머라이어는 그 자신이 유능한 악당이라고 보긴 힘드나, 그렇게 별로 능력도 없는 주제에 탐욕과 자의식은 강하고 허영에 찌든 인물이라 기 빨리는 맛에 보게되는 유형의 캐릭터다. 어떤 면에서는 그래서 순수한 절대악과도 같은 캐릭터인데 그의 부모 세대 까지 등장한다? 비슷한 타입인데다가 대통령이랍시고 더 비싼 머리, 더 비싼 옷에 사고도 더 크게 친 "그 것"이 활개치는 꼴을 수 년간 현실에서 봤는데, 드라마에서 까지 씨발.


그렇다고 주인공 루크를 심정적으로 응원하게 되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역시나 시즌2. 영화로 치면 삼부작의 소포모어. 주인공의 몰락이나 타락을 묘사할 것이 요새로선 거의 확정적인 타이밍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봤는데도, 역시나 그 이상으로 미쳐 날뛰는 게 이번 시즌의 루크였거든. 덩치게 아깝게 원체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경솔하게 구는 면이 있었지만, 애인이랑 말싸움 하다가 주먹으로 벽 치는 건 진짜 최악 아니냐. 보통 그런 거 중학교 때 이후로 하면 꼴불견이잖아.


클레어도 문제인 게, 이 캐릭터가 [데어데블] 시즌1부터 꾸준히 쌓은 호감도가 있어서 어느 정도 상쇄가 된 거다. 초반에 루크더러 생부 만나라고 보채는 부분은,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무리수를 클레어라는 캐릭터한테 할당해 버린 느낌이다. 애초에 이번 시즌 초반에 루크가 지치고 짜증나 있던 건 머라이어의 건재함과 여타의 끊이지 않는 범죄들, 사라져버린 사생활 등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데 자꾸 생부랑 화해하면 분노가 다스려질 것처럼 훈수질을. 그 시점에서 루크가 생부 만나봤자 불 난 집에 부채질 밖에 안 되는 거였다.


루크랑 싸우고 초반에 퇴장 시키기 위해서였던 건지도 모르지. 클레어가 시즌 피날레 까지 함께 했더라면 루크가 할렘 갱 두목이 된다는 이판사판 식 결정은 안 했을테니 말이다. 아니면 로자리오 도슨이 스케줄이 안 맞아서 촬영을 많이 못 했던가. 마지막 회에서 얼굴도 안 나오는 것 보면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시즌1이 뉴욕 할렘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의 커뮤니티즘과 생활상을 묘사했다면, 이번 시즌은 미국의 흑인 문화권 안에서도 아프리칸들과 캐리비안들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한국 영화에서 한국인들이랑 조선족들 으르렁 대던 장면들도 떠오르고. 아무튼, 자메이칸들이 많이 나와서 덕분에 거의 한 회에 한 곡 이상 씩은 좋은 레게 음악을 풀로 들을 수 있는 점 좋았다. 스티븐 말리 까지 나올 줄이야.


이번 시즌 좋은 점. 디펜더스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영화 쪽보다 악당 묘사가 좋다. 당연한 게, 분량은 영화 한 편 보다 훨씬 긴데 액션은 적으니 나머지 시간에 대화라든가 회상, 일상 장면 등을 잔뜩 때려 넣어서 캐릭터 묘사가 입체적일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악당 놈들은 영화의 악당들보다 훨씬 더 미운데, 그 디펜더스 시리즈 중에서도 머라이어가, 스스로 완전히 작두 탔다고 뻑에 가 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정말 질펀하게 뒈졌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배우 진짜 때려 죽이고 싶게 연기 잘 하더라.


근데 부시마스터를 생각하면 각본 전체는 불만족. 부시마스터는, 루크를 중심으로 보면 도전자이자 또 한 명의 도시 범죄자일 뿐이지만 부시마스터 그 스스로의 시점에서는 그 역시 스톡스 집안에 의한 피해자요 처절한 복수자다. 어쨌든 이렇게 복합적인 인물인데 그 결과는 허무하게도 동포들의 몰살과 그 자신의 복수 실패, 그리고 초라한 퇴장. 루크 말처럼 머라이어와 자멸하는 결말이었다면 좋았을 거다.


물론 머라이어의 딸이 머라이어를 독살하기 까지의 과정에서 부시마스터의 복수심을 이해하고 머라이어에게는 환멸을 느낀 점이 강하게 작용했으니, 간접적으로는 복수 자체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머라이어의 최후를 부시마스터가 두 눈으로 봤으면 좀 좋았겠나.



덧글

  • lelelelele 2018/08/10 21:56 #

    만화책의 마이너한, 그리고 따로 노는 캐릭터들인 코튼마우스, 블랙머라이어, 부시마스터 나이트셰이드 등을 드라마식으로 각색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어낸건 마블티비부서와 제작, 각본가들이 이래저래 짱구 좀 굴린거 같더라고요.
    루크케이지가 할렘의 갱이 되는건, 근래의 만화책에서 마법에 걸려 악해진 버전을 실사화에 맞게 적용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거기다 고용되는 해결사같은 모습도 만화책의 '히어로포하이어' 시절을 적절히 변용한거 같아요.
    나이트셰이드 틸다존슨은 만화책에선 대충보니까 마블코믹스 스트릿캐릭터 특유의 빌런/히어로라기엔 경계선이 좀 애매한 인물이던데, 시즌3에선 또 어떻게 각색할지 궁금하긴 합니다.
  • 멧가비 2018/09/01 05:53 #

    사실 시즌2 별로 기대를 안 했었는데, 결말을 그렇게 때려버려서 3을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게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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