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 헌터 Trolljegeren (2010) by 멧가비


잘 만든 B 영화의 덕목 중 하나는, 그 자신이 B 영화임을 애써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는 점이다. 잘 만든 B 영화의 뻔뻔함에는 자본이나 유려한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있다.


'트롤'이라 함은 북유럽 신화라든가 노르웨이 민담 등으로 전승되는 일종의 골칫덩이 괴물. 그리고 중간계의 아버지 톨킨은 이를 위압적인 몬스터로 환골탈태 시키기도 했다. 이 트롤을 현대의 호러 영화에 등장 시킨다 하면, 미친 과학자 집단의 실험이 낳은 괴물이라든가 등등의 부수적인 재해석이 들어갈 것을 예상하기 마련일텐데.


하지만 이 영화는 노르웨이 전승, 톨킨의 판타지 괴물인 채 그대로의 트롤을 실사 화면에 데려온다. 심지어 리얼리티가 생명인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예컨대, 98년 [고질라]처럼, 신화 속 괴물을 현대 과학이 이해-통제 가능한 무언가로 격하시키는 우를 범하기는 커녕 그 쪽 근처에도 가지 않는단 소리다.


다분히 동화적인 설정을 뻔뻔하게 밀어부치는 패기. 민간 전승에서 묘사되는 모습 그대로, 심지어 주먹코나 세 개씩 달린 대가리 까지 그냥 대차게 보여준다. 과감한 거다. 이 정도 까지 뻔뻔하면 되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등장하는 배우들도 민담 속 요정 비슷한 괴물을 상대하는 연기를 하면서 그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진지하기 짝이 없다. "B 영화는 무슨 맛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모범 답안 중 하나가 이 영화의 태도일 것이다.


부러운 일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영화가 있으면 좋을테니까. 맨날 처녀 귀신이나 구미호만 우려먹을 게 아니라, 두억시니라든가 지하국대적, 금돼지 같은 흉측하면서도 토속적인 괴물이 뻔뻔하게 등장하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상옥 감독의 [불가사리]가 33년 전 영화다.



본편이 끝난 후 당시 노르웨이 57대 총리인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의 실제 기자회견 영상이 첨부된다. 노르웨이의 송전탑 문제에 대한, 뭔지 잘 모르겠는 이야기인데, 아무튼 총리가 농담인 건지 뭔지 모르게 트롤을 언급하자 옆에서 벙찌는 남자의 표정이 압권이다. 물론 총리의 저 트롤 발언은 정말 민담 속 그 트롤이 아니라, '트롤 가스전(Troll gas field)'을 언급한 거라곤 하는데, 어쨌든 혹여나 저 한 마디에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거라면 그것 또한 대단한 일이다.






연출 각본 안드레 외브레달


덧글

  • 2018/07/18 15:50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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