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발명 The Invention Of Lying (2009) by 멧가비


이 영화 처음 봤을 때의 뒷통수 맞은 기분.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 대한 코미디라고? 여기서 나는 도라에몽을 떠올린다. 작중에서 (당연히) 묘사하진 않으나 작품 속 도라에몽의 초월적인 도구들은 독자로 하여금 그 이상의 상상을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늘 있었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고 나는 딱 도라에몽을 떠올렸다.


그러나 주인공 마크가 길에서 만난 여자에게 거짓말을 해 섹스 문턱 까지 왔으나 이내 포기하는 부분. 시발 영화가 나한테 꿀밤을 멕였다. 영화가 나한테 "이 새끼야 너도 그 생각했지?" 라고 비웃으면서 눈을 흘기는 기분. 뒷통수를 그렇게 맞는다.


영화는 화장실 유머로 점철되는 쉬운 길을 가는 대신, 거짓말이라는 것의 개념을 고찰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의 가장 큰 거짓말이 탄생하는 과정을 스무스하게 제시한다. 거두절미 결론, 마크가 사후 세계를 창작해 내고 종교 지도자가 된다, 끝.


물론 그 발단에는 임종을 앞둔 어머니를 안심시킨다는 선의가 있었고, 자신의 거짓말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을 진정시키다는 대의가 있었다. 하지만 차 떼고 포 떼고 보면, 결국 종교라는 게 누군가의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대한 구라"라는 소리다. 블랙이다 못해 독하기 까지 한 리키 저베이스의 코미디 성향을 고려하면,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 저 일침 한 마디를 교묘히 감춰놨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마크가 시민들 앞에 나서서 천국에 가는 법 어쩌고를 설파하는 클라이막스가 백미. 그리스도교 전설에서 십계명이라 거창하게 부르는 것과 비슷한 행동 강령을, 석판 모양과 닮은 피자 박스에 대충 적어서 읊는 장면 말이다. 그 심드렁하고 귀찮은 듯한 표정이라니!






연출 각본 리키 저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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