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Jungle (2017) by 멧가비


과잉의 자의식은 가끔 무언가를 망치곤 하는데, 그것은 주로 인간관계지만 가끔은 자신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경우, 주인공 요시와 그 여행 친구들은 자신들의 목숨 자체를 위협 받는다. 영화는 어쩌면, 합리와 이성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에 대한 날카로운 은유다.


선을 지키느냐 넘느냐 한 끗 차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니 여행이라고 오죽하랴. 더 넓은 세상을 두 발로 직접 걸으며 체험하고 나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 여행자의 바람직한 마음가짐이겠다. 그러나 누군가는 거기서 선을 넘는다. 그 선은 자의식의 선이다. 더 넓은 세상을 목격한 나, 세상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로운 나, 따위의 캐릭터에 취해버리면 여행의 본질은 사라지고 실체 없는 승부욕과 아집만 남는다. 모두가 하지 말라면 일단 다시 생각해 보는 사람과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하고야 말겠다는 사람의 차이 같은 것이다.


그것을 체험적 허영이라 하든, 아집 중독이라 하든, 뭐라 부르든 본질은 하나다. 두뇌가 더 이상 옳은 방향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세상을 이성과 합리로만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 앞에서 사람의 이성은 경고를 보낸다. 그것을 감지하지 못 하거나 감지해도 무시하는 건 두뇌의 어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즉 하지 말라는 짓을 기어이 하다가 여러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는 건 결과적으로 지능이 낮기 때문이다.


생활 가까이에선 자동차 도로에 목숨을 던지고 질주하는 자라니들이 떠오른다. 여행 가지 말라고 나라에서 권고하는데도 선교니 뭐니 굳이 선을 넘었다가 탈레반한테 잡혀서 뒈질 뻔한, 차라리 뒈지면 좋지 괜히 국가 차원으로 민폐만 끼쳤던 병신들도 떠오른다. 


영화에 의하면 케빈은 자의식에 지나치게 취해 맹목적으로 돌변했고 요시는 비겁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성을 되찾고 후퇴했던 마커스만이 최악의 결말을 맞은 건, 이래서 삶이라는 게 아이러니의 연속이고 늘 공평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토대가 된 그 실화가 보편적인 예시가 될 순 없다. 이성적이었던 사람보다 선을 넘었던 사람이 조금은 나은 결말을 맞았다는 아이러니함 같은 게 있으니까 책으로도 나오고 영화로도 나오는 거겠지.






연출 그렉 맥린
각본 저스틴 몬조
원작 요시 긴스버그 (Jungle : Harrowing True Story of Survival, 2017)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0/13 20:34 #

    공포영화에서 보면, 하지 말라고 해도 꼭 하는 사람이 죽죠
    현실은 반대구나를 느꼈습니다 (?)
  • 멧가비 2018/10/13 23:09 #

    본문의 요지는, 현실이 반대인 예시가 있다고 해서 그걸 보편적인 사례로 여기면 안 된다는 겁니다. 현실에서도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본인이든 주변 사람이든 누군가는 댓가를 치른다고 생각합니다.
  • 로그온티어 2018/10/13 23:18 #

    (?)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농담친 겁니다, 멧가비님.

    츳크미를 걸어주셨다면 저는 매우 행복했을 텐데요!
  • 멧가비 2018/10/13 23:20 #

    기껏 열심히 리뷰 써놓고 댓글은 못 받아먹었네요. 역시 현실은 빡셉니다.
  • 로그온티어 2018/10/13 23:51 #

    하하, 네 맞아요 현실은 그렇게 빡셉니다.
    하지만 허탈감 느껴지는 덧글 같아보여서 간단한 소감하나 길게 적을게요.

    저는 [정글] 보면서 그 클리셰를 떠올렸습니다. 젊은 혈기요. 막무가내고, 들뜬 꿈에만 부퍼서 아무짓이나 해버리는, 언급하신 자의식 과잉인 캐릭터의 원인은 거기에 있습니다. 그 젊은 혈기 클리셰를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로 아주 격렬하게 사용한 셈이죠. 근데 그냥 극에 문제를 일으키는 클리셰만 써먹고 상황 해결에 관해서는 관객에게 깨달음을 남길 여지를 추호도 남기지 않았다는 게 본 문제입니다.

    작품 자체가 탈출 플롯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성숙에 대한 플롯이랑 섞여서 와리가리하기 때문입니다. 회상씬과 주인공의 광기씬 때문에 저는 주인공이 탈출에 대한 플롯 뿐 아니라 주인공의 통찰이라도 있을 줄 알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을 깨닫고 세상과 타협하며 거칠게 성숙해지는 Brat의 성숙기를 그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라면 공감할 아조씨들이 많거든요. 길 거리 가다가 아무나 붙잡고 젊은 시절 얘기를 해보세요. 다들 "그때는 무모했지"라는 클리셰 어린 대사 하난 던져줄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나... 실화 내용에서 주인공은 여전히 탐험가인 겁니다! 친구가 실종되고 다른 친구에 의해서 좆나 허접한 상태로 구조되었는데 여전히 모험가라뇨!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멧가비 님 말대로 세상의 아이러니 뿐일까요? 아뇨. 영화는 거짓말이라도 뭔가를 남겨야 합니다. [컨저링]에서 실화 부분이 적지만 [컨저링]이 괜찮은 호러영화이고 그게 대다수에게 적용된 이야기 였던 것처럼요.

    여담으로, 리뷰에서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사실 멧가비님 이번 리뷰는 정말 다른 리뷰와 달랐어요. 물론 그 리뷰에서도 분노가 느껴지긴 했지만, 그런 사람들과 캐릭터에 대한 비난 묘사가 영화가 표현하는 바와 어설픈 부분보다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엔 [정글]은 어설프고 방향을 헤매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걸 탈출 플롯이라고 본다면, 쓸데없는 회상 씬이 너무 많았고, 그렇다고 성장 플롯이라고 보기엔 주인공이 스스로 탈출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의 내용을 보면... 너무 현실적이고 재미없잖아요!

    주인공을 보세요! 마치 가출했다가 고생만 직살라게 하고, 결국은 길바닥에 마약하다 쓰려져 있는 걸 엄마한테 질질 끌려서 집에 돌아가는 모양새잖아요! 그런데 그래놓고선 저 사람은 여전히 정글에 매료되어 탐험가의 삶을 살고 있다라는 결말이라니 (...)

    초반의 낯선 이방인의 히스테릭한 행동도 나중에 정글을 해메는 주인공의 모습이 주는 이미지와는 대조적입니다. 솔직히 이게 조난물이지, 사이코스릴러가 아닌데 사이코스릴러로 흐르려는 저 초반을 봐요! 저는 저 이방인이 문제를 일으킬 줄 알았는데, 결국 일을 내고 말죠. 그것도 실화지만, 히스테릭하고 미스터리한 묘사에서 저는 감독의 전작을 보았습니다. 제 생각에, 감독도 가닥을 헤맨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감독은 [울프크릭] 정글판을 만들고 싶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사실)이 받쳐주진 않은 것이죠...
  • 멧가비 2018/10/14 00:27 #

    저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는데 말씀 듣고 보면, 정말 전에 쓰던 리뷰랑은 다른 것 같기도 하네요. 확실히 개인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건드려지는 영화라서 그럴 거예요. 예리하십니다.

    본문에서도 몇 가지 예시를 들었지만, 뽕 맞듯이 뭔가 한 가지에 꽂혀서 주변에 끼칠 피해는 아랑곳 않는 인물 유형은 현실에서도 이미 지치도록 많이 겪었는데, 영화에서도 그걸 날것으로 표현해버리니 영화를 그냥 영화로 감상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라고 표현을 한 건지, 영화들 보시고 이런 사람 같이 깝시다! 하고 만든 영화인지 종잡을 수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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