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1988) by 멧가비


80년대 인기 프로레슬러가 주연인 영화. 그러나 헐크 호건의 영화들처럼 해당 레슬러의 이미지를 팔아치우는 한 철 장사가 아닌, 나름대로 영화의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존 카펜터의 테이스트 역시 진득하게 묻어 나오는 영화다. 헐크 호건의 영화와 로디 파이퍼의 영화는 그렇게 다르다.


번역 제목과 달리 화성에서 왔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는, 아무튼 싸구려 분장이 지나치게 흉측한 외계인들은 도시 곳곳에 메시지를 감춰두고 지구인들을 통제한다. 인간들은 마치 '서브리미널 기법'에 낚이는 관객처럼 외계인들에게 무의식을 지배당한다. 작중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메시지 중 눈여겨 볼 것은 소비를 촉진하는 문구다.


레이건 정부 시절의 경제 정책. 제조업은 위축되고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 이거야 말로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alien"들이 들여오는 물건들이었을테니 말이다. 외계인을 식별하는 물건과 외계인들의 통신 기구가 공통적으로 사치품에 해당하는 선글라스의 손목 시계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숙자 커뮤니티가 공격받은 직후에는 티비에서 패션 모델들이 런웨이를 휘젓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냉전 시대의 사회적 불안감은 물론, 레이거노믹스의 위기감을 동시에 직격하는,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는 해학으로 가득 차 있다.


미디어에 대한 불신 역시 영화가 노골적으로 풍자하는 부분이다. 외계인들의 무의식 통제 수단 중 최종 단계가 TV이며, 주인공이 의지하려 했던 방송국 직원은 결국 배신한다. 그런가 하면 외계인들의 싸구려 분장이라든가, 그런 외계인들을 식별하는 선글라스의 시야가 흑백인 것은 50년대 SF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겠다.


사회 풍자 메시지에 구식 SF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와중에 카펜터는 프로레슬링에 대한 취향에 고집을 부린다. 주인공 나다와 동료인 프랭크의 이상하리만치 긴 싸움 장면. 영화 전체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쓸 데 없이 분량이 긴 장면인데 또 이상하게 액션 자체는 박력있다. 이 시퀀스 하나로, 전체적으로 영화가 장르 기성품 대신 컬트 지향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게 된다.






연출 존 카펜터
각본 존 카펜터
원작 레이 넬슨 (단편 소설 [Eight O'Clock in the Morning],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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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ogion 2018/10/15 12:47 #

    레슬링 장면 미리 경고 받고 봤는데도 정말 길었어요. 전체 내용이랑 아무런 관련도 없고. 그래도 영화 자체는 즐겁게 잘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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