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트러블 Big Trouble In Little China (1986) by 멧가비


헐리웃 영화에서 아시아 문화를 다룰 때의 오만함이란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여전히 어느 정도는 남아있는 부분이다. 나는 이것이 자기들 문화가 근본이 없으니 남의 문화도 장난감 쯤으로 취급하는 미국 특유의 무식함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존 카펜터의 B급 걸작 중 하나인 이 영화도 사실은 그런 "양키 오리엔탈리즘"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카펜터는 역시나 단순한 반달리스트에서 그치질 않는다. "푸만추"를 필두로 한 양키 오리엔탈리즘의 오랜 역사. 영화는 그 푸만추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다 못해 사정없이 뻥튀기한 캐릭터가 등장해버리기도 하고, 삿갓 쓴 번개 무사들이며 기타 등등, 씨발, 기괴한데 뭔가 멋지다. 불쾌할 틈을 안주는 속사포 화법.


양키들이 늘 소비하던 중화 신비주의를 마치 유원지 어트랙션처럼 영화 곳곳에 배치해놓고 관객을 손님으로 모신다. 인종적 대상화, 오리엔탈리즘 등등. 하려면 이 영화처럼 앗쌀하게 해버리면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영화에서의 카펜터의 능청스러움이란, 면전에서 욕을 해도 밉지 않은 넉살 좋은 사람의 짓궂은 화술과도 같다. 사실 중국이라는 문화권에 대한 이미지를 보기 좋게(?) 왜곡했을 뿐이지, 인종주의가 배어있는 영화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 하겠다.


영화는 스토리랄 것도 없이 중국의 신비! 쿵푸와 신비한 주술과 저주! 혼돈과 파괴! 같은 술주정으로 일관한다. 아시안으로서의 비판의식을 잠시 버리면, 영화는 그저 타문화에 대한 무지함을 감추지 않는 어느 재담꾼의 스탠드업 코미디다.


커트 러셀은 정말 노동자 계급 연기에 천부적인 배우다. 이 영화에서의 제임스 홍은 내가 본 중 가장 뜨겁게 연기하고 있다.






연출 존 카펜터
각본 개리 골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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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는 흥행에 실패했는데도, 에디 머피는 무슨 생각인지 이 영화의 아류작인 [골든 차일드]를 내놨다. 재미로 말하자면 개인차겠지만 특유의 똘끼는 과연 카펜터한테 안 되는구나, 싶은 게 솔직한 감상.




핑백

  • 멧가비 : 그렘린 Gremlins (1984) 2018-11-05 10:21:33 #

    ... 미국 80년대 영화에 특히 많이 있었던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의 상상력이 발단인 영화다. 후에 나올 [빅 트러블] 등의 모험물보다는 조금은 더 음침하고 신비주의를 강조한 쪽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 이 영화에 일본식 기괴한 정서 까지 덧붙여서 그걸 만화로 그리면 [펫숍 ... more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0/15 00:08 #

    크으 제 속을 긁어주는 리뷰군요. 고맙습니다.
  • 멧가비 2018/10/15 12:04 #

    공감해주는 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 2018/10/15 06:4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0/15 11: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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