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by 멧가비


인생의 막바지를 준비하는 노부부에게 무심한 자식들을 조명하고 있지만, 과연 영화가 그들에게 비판의 시선을 대고 있는 걸까.


물론 관객은 친자식들의 괘씸한 태도와 오히려 생판 남인 전(前) 며느리의 극진한 봉양을 비교하며 분통을 터뜨릴 수 있다.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관객이 느낄 씁쓸함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뒤이어 나오는 장면에서, 친자식들 중에서도 가장 성글던 큰 딸이 유품을 뭘 갖고 싶느니, 아버지가 먼저 가셨어야 하느니 등등의 눈치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모습 까지 그대로 묘사해 버린다.


하지만 동서고금 이것이 현실이고 인생의 민낯이다. 막내딸은 언니의 불효막심한 태도에 대해 끝내 불만을 드러내지만, 가장 극진했던 전 며느리는 오히려 막내딸을 다독이며 중립의 관점을 제시한다. 며느리 말마따나 품 안의 자식과, 이미 부모 곁을 떠나 그 자신도 부모가 되어 자신만의 인생을 가진 자식의 입장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어리기는 커녕 젊지도 않은 자식들이 삶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노부모와, 그런 노부모에게 더 이상 극진한 자녀가 아니지만 어쨌든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뿐인 자식들, 사별했지만 아직 젊어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준비하는 전 며느리 까지. 각 세대는 동시대를 살며 각자의 시대를 따로 통과해내고 있는 것이다. 


혼자 남은 아버지 슈키치는 불효하는 자식들에게 단 한 마디의 불평을 토로하지 않지만 끝에 가서 전 며느리에게는 '친자식보다 더 잘 대해준' 고마움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그리고는 마지막 장면에 가선 날씨 얘기나 나눌 뿐인 이웃에게 '좀 더 잘해줄 걸 그랬다'며 먼저 간 아내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삶이라는 게 가끔 그렇다. 그 때 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얘기는 늘 그 때 하지 못 한다.





연출 각본 오즈 야스지로

덧글

  • 解明 2018/10/17 11:54 #

    주인공 노부부 자식들이 악인이 아니라 주위에서 볼 법한 장삼이사라는 게 더 씁쓸하게 다가오지요.
  • 멧가비 2018/10/17 13:26 #

    네 맞습니다. 마치 영화가,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니냐, 고 묻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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