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피스트 시즌2 (2018) by 멧가비


제목의 의미가 종전과는 다르다. 아이언 피스트인 '대니 랜드'가 주인공이라는 뜻이 아니고, 아이언 피스트를 "장착"한 사람은 누구나 주인공일 수 있는 드라마. 혹은 아이언 피스트 자체가 주인공인 거다. 어쩌면 [드래곤볼] 같은 제목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야광 주먹 쟁탈전으로 흐를 줄은 예상 못 했다. 주인공 몸에 있는 어떤 특수한 능력이 무슨 USB 메모리처럼 탈부착식인 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전개인데 하필 그 걸. 그 와중에 대니 랜드는 지난 시즌처럼 기 모은다고 찌질대진 않지만, 아예 뺏겨버린다. 그래서 어느 시점 쯤 가면 대니 저 정도면 그냥 사이드킥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이건 사실상 콜린 윙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기분 탓인가 액션 시퀀스도 대니보다 많은 것 같고, 특히 다찌마리가 많아서 더 재밌다. 요즘 드라마 치고는 쇼트 잘게 쪼개는 잔 트릭도 많이 안 썼고, 배우 본인이 스턴트를 소화한 장면도 은근히 많다. 확실히 액션 안무 자체도 지난 시즌보다 진일보 했다.


대니는 명색이 주인공이란 놈이 다리 좀 부러졌다고 바로 저렙으로 떨어진다. 아니 씨발 썩어도 준치지, 손오공이 뼈 좀 부러졌기로서니 야무치한테서 수련을 받으면 되겠냐. 물론 실전 훈련만 받으면서 인간 흉기로 길러졌다고 하니, 나름대로 정석적인 무도가인 콜린한테서 기본 교육을 다시 받는다는 전개도 꼭 이상하지만은 않지만, 단지 그 뿐만이 아니라 그냥 전사로서의 수준 자체가 뚝 떨어진 것처럼 묘사되니까 문제인 거지.


물론 현실이라면 다리 골절 하나가 전체 운동능력에 어마어마하게 지장을 주는 건 맞다. 운동 선수라면 은퇴까지 직결될 정도고. 근데 용을 때려잡았다는 남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쓸 데 없는 부분에 리얼리티 꽂아야 했나. 아무튼 대니 랜드라는 놈은 쫌만 아프거나 쫌만 뭐 자극 받으면 바로 리셋 돼 버리는 희한한 놈이다. 무슨 심인성 조루도 아니고.


최후반부 가면, 콜린한테 불주먹 양도했지만 그래도 주인공 갑빠가 있는데. 불주먹 없이도 어떻게든 싸워서 이기거나, 아니면 "용은 언제나 네 안에 있었다" 따위의 쪼다같은 나레이션이라도 넣어서 근성으로 불주먹 하나 다시 각성하는, 뻔하지만 뭔가 로망같은 전개 기대했다. 근데 씨발 주인공이 마취제 주사기 들고 싸울 줄이야. 심지어 그 주사기 꽂는 거 성공해버렸고.


이게 존나 개똥같은 전개인 게 뭐냐 하면, 시즌 전체 플롯을 불주먹 쟁탈전으로 구성해놓고 그 불주먹을 존나 힘들게 뺏어서 제3자한테 양도함으로써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을 묘사했는데, 다 건너뛰고 후일담에서 다시 주인공이 불 쌍권총 존나 쏴댄다는 거지.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아니 뭐 코믹스 속 선대 아이언 피스트가 그랬다고 하니 그거 오마준지 뭔지 한 거 같은데, 그걸 그 타이밍에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넣어버리고 스탭 롤 올려버리면 안 되는 거다. 그 한 장면이 이번 시즌 전체를 부정해버리는 짓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던 걸까. 아니면 그렇게 깜짝쇼 해놓고 다음 시즌에서 다시 천천히 썰 풀려던 거였을까. 아무려면 어때 다음 시즌 캔슬됐다는데.




웃기지만 멋있다



그냥 웃긴다




다보스는 생각해 볼 측면이 많은 복잡한 캐릭터다. 얼핏 생각하면 느닷없이 뉴욕 치안에 집착하는 게 이치에 안 맞아 보이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지. 다보스는 대니 이상으로 "아이언 피스트가 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고 인간병기로 길러진 인물이다. 아이언 피스트가 돼서 직접 핸드를 물리친 대니도 그 후에 일종의 공황 장애에 빠졌는데, 삶의 목표 자체였던 아이언 피스트가 되는 데에도 실패했고 친구로부터는 배신당했(다고 느꼈)고, 아이언 피스트를 뺏었지만 주적인 핸드는 없고 돌아갈 쿤룬도 없다. 이게 뉴욕에 집착하는 이유로서는 타당하다고는 말이 아니라, 다보스로서는 이미 논리적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조건들이 충분했다는 소리다. 거기에 인간 병기로 자란 특유의 목적지향적 성격과 잔혹함만 남은 상태니, 당장 가까이에 있는 사회악에 눈을 돌리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럽지. 실제로 [데어데블] 시즌1에서 핸드는 삼합회랑 잠깐이나마 동맹이었으니 완전히 엉뚱한 타겟을 고른 것만도 아니다.


다보스가 그렇게 철학 없이 신념만 가진 인간 병기가 된 데에는 작중 묘사되는 엄마의 비뚤어진 욕망 투영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원래 타인의 욕망을 대신 욕망하는 사람의 끝이 좋은 경우가 드물다. 부모가 정해준 길만 생각 없이 걸어 온 엘리트들의 불행, 이거 진짜 많이 본 클리셰지만 현실에서도 있는 케이스거든.


메리 워커 캐릭터가 제일 좋았다. 코믹스 한창 읽을 때도 '타이포이드 메리' 캐릭터는 전혀 본 적이 없어서, 메리라는 이름 듣고도 빌런일 줄 몰랐고, 이중인격 복선 엄청 깔릴 때도 그냥 이중인격인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다보스 목에 칼 겨눌 때 현실로 소름 돋았다. 원래 다중인격 캐릭터가 취향이기도 한데, 메리 워커는 진짜 다음 장면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와일드 카드 같은 인물이라 맘에 들었다. 작중 흐르는 긴장감의 절반 이상은 얘가 혼자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 아닌데,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게 만드는 건 좀 있더라. 


이런 느낌인 거지







디펜더스 멤버들 단독 시리즈의 패턴 중 하나가 시즌2에서 러브라인 깨지는 건데, 이쪽은 왠지 마지막에 가서 그래도 잘 풀릴 것 같았는데  어김없이 패턴 지킨다. 아이언 피스트 코믹스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워드 미첨을 저기 왜 데려간 건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다음 시즌 안 나온다고 하니 대니 랜드는 결국 자기한테 소중한 불주먹 양보한다면서 여자친구한테 온갖 생색은 다 내다가 사실은 더 좋은거 갖고 있지롱 하면서 쌍권총 빵야 빵야 하는 게 마지막 모습이 돼버린 셈이다. 루크 케이지도 우미관 오야붕 먹고 시즌 끝낸 채로 캔슬 된 것처럼. 둘이 합쳐서 디즈니 채널에서 '히어로즈 포 하이어' 드라마 하나 나오면 어떨까 싶다. 마침 고스트 라이더도 현재 백수 상태고.


덧글

  • 우르 2018/10/22 14:34 #

    아이언피스트는 시즌 1, 2 둘 다 끝까지 못보고 찍 싸서 미련은 없는데 루크 케이지는 아쉽더군요. 진짜 둘을 묶어서 히어로즈 포 하이어로 가줬으면 하네요
  • 멧가비 2018/10/24 05:28 #

    하필 기껏 이제 좀 재밌어지려고 할 때 끝내버려서...
  • 로그온티어 2018/10/23 14:26 #

    캐릭터가 호불호 짙어서 캐릭터를 교체하려는 떡밥을 던진 게 아니었을까.
    대니는 좀 덜 떨어진 시푸가 되고 콜린이 바톤을 이어받는거죠.
    캔슬된 상황에서 뭔 말을 더 하겠냐만은...
  • 멧가비 2018/10/24 05:34 #

    그럴 정도로 콜린이 인기 캐릭터라고 보긴 힘들고다그저 대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인 건데, 겨우 그 정도 명분으로 백인 남성 주인공을 밀어내고 아시안 여성 주인공으로 교체하려는 초강수를 과연 뒀을까 싶습니다
  • lelelelele 2018/10/25 23:45 #

    드라마 실사화 인기가 영 아니긴 했고 결국 캔슬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무리수 초강수는 두지 않았을거라고 봅니다.
  • Dannykim 2018/10/25 10:56 #

    아이언피스트 시리즈는 볼때마다 참 아쉬워요. 다른 시리즈들이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에서 시종일관 시청자에게 압박을 줄때 이 시리즈가 진지한 분위기를 조금 걷어내고 아얘 대놓고 소년만화적인 맛을 풍겼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이번 시즌에서 약간 그런 향을 첨가한 듯 했지만 결국 와규 스테이크에 오뚜기 케챱 뿌려놓은 모양이 되어버렸네요.
  • 멧가비 2018/10/26 13:06 #

    맞습니다. 앗쌀하게 방방 뜨는 분위기로 갔으면 차라리 나았을 거예요. 디펜더스라는 크로스오버를 너무 의식해서 뭔가 일관성에 대한 강박에 붙들렸던 것 같네요.
  • lelelelele 2018/10/25 23:50 #

    디즈니가 자기네 스트리밍엔 R등급은 안할거라고 했으니, 이참에 캔슬된 아이언피스트나 루크케이지는 그냥 훌루 같은데로 옮겨서 방영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국내방영이 안되니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캔슬보단 어떻게든 이어나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거기다 디즈니스트리밍에 선보일 드라마들은 케빈파이기랑 마블스튜디오가 관여하는데다가 영화쪽 서브 캐릭터들을 위주로 다룰거라고 루머/정보들이 나온걸 봐선, 텔레비전 부서가 구축한 주역캐릭터들을 영화부서가 가져다 쓰진 않을거 같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크로스오버 이벤트성으로 한두번 게스트로 나와주는 정도면 모르겠지만....
    데어데블 빼고 나머지는 썩 좋아하진 않아서 크게 미련이 남지는 않았지만, 막상 캔슬됐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좀 아쉽기도 하네요.. 디즈니가 훌루 지분을 60% 넘게 가지게 됐다는데 그냥 훌루에서 하면 안되려나..
    위에분들 말씀처럼 아이언피스트랑 루크케이지는 원작처럼 엮어서 히어로즈포하이어 팀 타이틀로 내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어차피 둘 다 엄청 잘나가는 건 아니었으니..
    근데 참 아이러니한게, 파워맨 아이언피스트 둘다 고전시절에 안팔려서 마블이 둘을 붙여 콤비로 만들어서 수명연장을 시켰다는데 현실도 딱 그렇게 되버렸네요. 데어데블 퍼니셔 제시카존스는 아직 차기 시즌에 대한 여유가 있는데, 콤비인 저 둘만 딱 캔슬되어버렸다니...
  • 멧가비 2018/10/26 13:08 #

    그나저나 제시카 존스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인가요. 평가랑은 달리 실제 성적으로는 그 쪽도 간당간당하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 lelelelele 2018/10/27 22:37 #

    https://screenrant.com/marvel-punisher-jessica-jones-netflix-canceled-renewed/

    저도 국내웹에서 본 정보가 딱 여기까지.. 데어데블 말고는 나머지도 그닥 여유가 좋은 상황은 아닌가보네요. 말씀하신것처럼요. 그나마 차기시즌들에 제시카존스/촬영중 퍼니셔/촬영완료 라고 하니 이것들까진 일단 방영은 해주지 않을까요... 흑흑. 데어데블 빼고는 그냥저냥 팬심만 있는 정도였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꽤나 싱숭생숭하네요.. 이러데 데어데블만 시즌4까지 나오고 끝내고, 제시카3시즌 루크2시즌 아이언피스트2시즌 퍼니셔2시즌 정도로 마감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어차피 제작주체가 마블텔레비전이라, 방영처를 옮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이 안되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비정기 한 마디

"다시 보고싶다 오렌지캬라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