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탈출 Escape From New York (1981) by 멧가비


나에게 이 영화는 멋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커트 러셀, 스네이크 플리스킨. 아놀드 슈월츠네거처럼 근육질의 거한도, 이소룡처럼 깎아낸 조각같은 몸도 아니다. 그렇다고 장 끌로드 반담처럼 예술적인 돌려차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중서부 블루칼라 노동자 풍의 미묘한 근육, 왠지 가슴털이 수북할 것만 같은 몸뚱이에,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절뚝거리기나 한다.


그런데 멋있잖아. 존나 폼 나잖아. 내가 이 영화에서 충격받은 지점은 거기다. 진짜 폼이란 건 폼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김치 따귀 맞듯이 눈이 번쩍 뜨이며 깨달았던 어느 순간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오일 쇼크에 대한 풍자로 가득한 B급 디스토피아 세계관. 그러나 그딴 것들 알 게 뭐냐 싶다. 노동자 계급 연기에 천부적인 커트 러셀이 지저분한 수염, 애꾸눈 해적 안대에 띠꺼운 표정으로 담배를 꼬나 물고 있지 않나. 그 똥 씹은 표정이며, 염세적인 미간 주름 하며.


나는 이런 류의 영화를 "갑빠 영화"라고 분류한다. 말인 즉슨, 지금으로서는 결코 좋은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 "마초"라는 단어를 위한 영화. 정치적 올바름이고 나발이고 그냥 드립따 남자답기만 한, 싸나이의 기백과 호연지기로 가득한 영화를 말하는 것이다. 커트 러셀에게 슈월츠네거에 버금가는 갑빠 라는 게 있는가? 하면 답은 노. 하지만 진정한 갑빠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연출 각본 존 카펜터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0/26 14:38 #

    갑빠가 아니라 가오는 어떨까요
  • 멧가비 2018/10/26 17:08 #

    저 혼자 쓰는 용어인데 그거 바꿔서 뭐하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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