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Spider-Man (2002) by 멧가비


플4 게임 엔딩 본 기념 재감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한다. 이 영화 속 격언은, 원작 코믹스 내에서 언급된 적이 있기나 했었나 싶을 정도로 이젠 이 영화를 대표하는 너무나 유명한 대사다. 조금 더 깊게 파고 들면, 욕망을 이룰 수 있는 큰 힘을 가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태도의 대비. 즉,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태도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피터는 세상에서 소외 당했음에도 자기 자신은 힘을 얻은 후 친절한 이웃이 되길 택한다. 물론 숙부의 비명횡사가 그에 영향을 끼쳤겠으나, 그것을 범죄에의 복수가 아닌, 이웃에의 배려와 도움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킨 점에서 어쩌면 "친절한 영웅"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다.


반면 영화에서 피터의 대립각인 노먼 오스본. 가진 게 이미 많은 사람임에도 작은 상실에 불 처럼 복수심을 불태우며 괴물이 된 남자다. 물론 그에게도 일말의 얇은 명분은 있다. 고블린 가스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 부작용을 겪기 전에도 이미 결과주의적이거나 엘리트주의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한참이나 나중에 나올 비슷한 장르의 영화 [퍼스트 어벤저]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탄생 시킨 어스카인 박사는 말한다. "평생 힘을 갖고 산 사람은 힘을 존중할 줄 모르지만 약한 사람은 힘의 가치와 연민을 이해한다"고 말이다. 이것은 현실 세계에서도 씁쓸함을 남기는 명제다. 자신이 가난함에도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의 절대다수를 독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작은 것 하나 나누는 것에 민감한 자들도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 영화는 이런 태도에 대한 대비로 감상할 수도 있다.


노먼의 또 하나의 문제는, 자신과 다르게 자랄 수도 있었던 아들의 가능성을 꺾어버렸다는 점에 있다. 죽음의 진실을 은폐할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저택 어딘가에 고블린 가스와 각종 도구를 유품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가진 것에 대해 이기적인 태도가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대개의 경우 그것이 되물림 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 하자면 삼부작 중에서는 특수 효과나 시각 효과, 스턴트 등의 완성도가 가장 낮다. 그래서 나는 삼부작 중에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점을 윌렘 데포의 소름 끼치는 노먼 오스본 연기로 꼽는다. 이중인격의 악당을 마치 마귀들린 사람처럼 연기하는데, 이는 데포 본인의 뛰어난 연기력의 증명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뚜렷한 샘 레이미 테이스트이기도 하다. 샘 레이미의 오랜 팬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데포의 그 유명한 거울 씬에서 [이블 데드 3]의 도플갱어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물론 슈퍼히어로 장르사에서 이 영화가 갖는 가치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블레이드]와 [엑스맨] 이상으로,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실사영화 시장의 르네상스를 이룩함으로써 지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기 까지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연출 샘 레이미
각본 데이빗 코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