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3 Spider-Man 3 (2007) by 멧가비


플4 게임 엔딩 본 기념 재감상


내내 우울하던 삼부작의 끝은 제법 얼키고 설킨 복수극이자 치정극이다. 끝에 가서 피터가 샌드맨을 용서한 부분만 기억한다면 용서에 대한 영화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전의 과정들을 보면 이토록 모순적인 진흙탕 복수극이 또 없다.


피터는 메리제인이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키스한다. 그래놓고선 자신을 떠난 메리제인에게 상처와 망신을 준다. 그것도 꼴불견 같은 뮤지컬 퍼포먼스와 함께. 해리는 부친의 사인을 곡해한 채 피터에게 복수를 시도한다. 물리적인 능력으로 실패하자 메리제인과의 관계를 파탄내기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이에 대해 피터 역시 복수를 감행해 해리의 잘생긴 얼굴에 화상 흉터를 낸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이미 해리와 연인 관계였던 메리제인과 키스한 전적이 있질 않은가.


샌드맨 역시 자신부터가 강도이며 살인범에 탈옥범임에도 또 다른 범죄를 방해했다며 피터에게 앙갚음 하고자 했으며, 베놈은 파렴치했던 자신의 커리어를 망쳤다며 피터를 복수의 타겟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렇게 뻔뻔한 두 철면피가 손을 잡는다. 이렇듯 복잡한 이 영화의 가해-피해 관계며 복수의 주체와 객체며 등을 요약하면, 가해자가 뻔뻔하게 가한 명분 없는 복수들은 모두 성공한다. 모순이요, 지독한 악취미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닐 수 없겠다.



영화는 스튜디오의 개입과 감독과의 불화 등 외부적인 요소들로 인해 다소 어긋난 결과물인 채로 관객과 만났고, 관객들 역시 일부는 전작들의 팬이었음에도 외면해 버린다. 그러나 영화의 물리적인 완성도 만큼은 삼부작 중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제서야 정말 스파이더맨 답게 싸운다는 느낌인 거지. 1편에서는 정작 격투 장면에서는 땅에 두 발 다 붙이고 싸웠으며 2편에서는 공중전이래봐야 공중에서 얼싸안고 뱅뱅 돌면서 주먹질이나 하는 게 전부, 마지막 영화에 와서야 정말 코믹스를 보며 상상했던 그 장면들을 완벽히 재현한 것이다. 초반부 피터와 해리의 맨 얼굴 격투 파트는 기술적 완성도를 과시함과 동시에 연출과 편집의 마법으로 정수리 까지 끌어올린 긴장감, 그리고 비극적인 드라마 까지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마스터피스 시퀀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토록 흐릿하고 찜찜하게 마무리 된 삼부작이 또 있었나. 이 영화의 끝을 해피엔딩이라 해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그렇다고 모든 게 파괴된 대단한 묵시록적 파국 또한 아니다. 그저 삼부작 내내 소프 오페라 주인공들처럼 지긋지긋한 관계를 이어오던 세 친구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고 등 돌렸으며, 그 중에서 악당의 길을 걷기로 한 한 남자가 영웅처럼 근사하게, 그러나 어쨌든 죽었을 뿐이다. 지지리도 인생 안 풀리던 세 청춘의 그 씁쓸한 마지막 모습은, 오히려 미완으로 끝난 시리즈를 미완이 아니게 만든다. 세 편 내내 우울하던 삶이 갑자기 뭐에 씌인 듯 확 펴지는 것도 이상하고, 그냥 저들의 저 구겨진 삶을 그저 구겨진 채로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반드시 모든 문제를 거국적으로 매듭 짓고 대단원의 막을 내릴 필요가 있었겠냐는 것이다.






연출 샘 레이미
각본 엘빈 사젠트, 이반 레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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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김안전 2018/10/27 17:23 #

    시리즈 자체가 3부작 구성이 아니었고, 계약이 끝나면서 감독이 개판을 친건지 제작과 서포트에서 개판을 친건지 따지기 보다는 양쪽 다 문제였다고 해야겠죠. 결과물은 이런식으로 나왔고 관객이 납득하지 못하니 흥행도 그런거고요.
  • 로그온티어 2018/10/28 06:04 #

    흥행 못한 게 이해 안간거나 감독이 잘못이니 니가 잘못이니 따지는 글도 아닌데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좀 미묘하지 않나 싶네요. 덧글 내용이 마치, 흥행을 못한 것은 관객이 무지한 탓이다라는 글을 보고 쓰는 덧글 느낌이 들잖습니까.

    평론은 개인의 견해에 따라서 작품을 재발견하거나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부분을 조명하는 것이 목표가 되기에 본문은 거기에 맞춰서 썼을 뿐이고, 작품 방향이 어긋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 사실이 누락된 점도 없는 것 같은데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 김안전 2018/10/28 06:32 #

    저는 최악의 스파이더맨이니 그런 평도 있지만 시간 버렸다. 이리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대로 흥미롭게 봤죠. 3편이 있었기에 베놈도 나온거고 그런거죠. 관객이 무지하다라는 문제보다는 관객은 좀 더 명확한 뭔가를 원하는 취향이 있는데 그런면에서는 갈등해소니 악당과의 결말이 별로였다는거죠. 물론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죠.

    뭐 어쨌건 간에 스파이더맨의 싸움은 계속되고 할 이야기는 많이 남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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