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Man 2 (2014) by 멧가비


플4 게임 엔딩 본 기념 재감상


이질적이고 비판도 많았던 전작의 거미 수트를 결국 만화판에 근접한 익숙한 디자인으로 교체하고 스파이더맨의 적대자로서는 약속된 듯이 그린 고블린이 등판한다. 나는 이 영화가 대형 스튜디오아래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고용 감독으로서의 마크 웹과, 작가주의 연출자로서의 마크 웹이 끊임없이 타협과 충돌을 반복하는 치열한 현장 그 자체라고 본다.


상기했다시피 코믹스 팬 혹은 대중 관객의 보편적인 요구를 받아들이는 듯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감독 고유의 스타일이 어정쩡하게 섞여있다. 시각 효과와 액션 안무는 이미 훌륭했던 전작보다도 눈에 띄게 더 좋아졌으나 정작 이야기 자체는 피터와 그웬의 로맨스에만 지나치게 편중된 경향이 강한 게 그 결과다. 작가주의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샘 레이미가 삼부작으로 공들여 빌드 업 했던 피터와 해리의 관계는 이 영화에서 단 한 편으로 후다닥 해치워진다. 하지만 그나마 피터와 그웬의 멜로가 잠시 쉬는 짜투리 시간만이 허락될 뿐이다. 피터와 해리에게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피터는 명확한 근거 없이 친구의 생사를 외면한 씹새끼가 되지 않았을 것이며, 해리는 나오자마자 "나 죽네" 하며 징징대는 노진구 같은 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리 오스본이라는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그웬의 샤방샤방한 죽음을 위해 마련된 소도구였을 뿐이다. 게다가 오스본 부자의 유전병은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할 무리한 설정을 전개했다는 생각만 든다.


전체적으로 삐걱거리는 영화 가운데서 일렉트로, 맥스 딜런 캐릭터는 인상깊다. 악당이라기엔 너무 가엾고 억울한 인물. 애초에 시작부터 별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경찰한테서 총부터 맞았다. 이런 캐릭터라면 개심하고 잘 풀리는 결말을 줫어도 좋았을텐데 끝까지 이용만 당하다가 자비없는 최후를 맞이했다는 점이 놀랍다. 비교하자면 [스파이더맨3]의 샌드맨보다 딱히 나쁜 놈도 아니잖아. 현실 사회가 맥스 딜런 같은 타입의 인물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새삼 느껴져서 씁쓸하다.


하지만 맥스 딜런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그 가능성을 백퍼센트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피터 파커의 캐릭터성 변화가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샘 레이미의 영화들과 달리 이 시리즈에서의 피터는 아웃사이더도 아니고 너드도 아니다. 왕따에 소심한 너드로서의 피터 캐릭터가 여기서도 유지되었더라면 피터와 맥스의 공감대 형성이나, 같은 아픔이 있지만 그것을 긍정적으로 극복해 낸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대비를 통해 더 흥미로운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도 있있을 것이다.


비단 맥스 뿐만 아니라 애초에 영화 자체가 지나치게 피터와 그웬의 로맨스에만 관심을 두고 나머지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홀대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조금 뜬금없지만 메이 숙모와 피터의 가족애를 깊게 묘사한 점은 나쁘지 않다. 사실 메이 숙모한테 누가 관심이나 있었겠냐고. 차기 메이 숙모 배역에 마리사 토메이가 캐스팅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쪽이 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마크 웹은 극장 영화보다는 호흡이 긴 드라마의 감독을 맡으면 더 잘 해낼 것 같다. 드라마판이면 메이 숙모 뿐 아니라 옆집 마이클 아저씨가 기르는 요크셔테리어의 이야기 까지 할 수 있잖아.


소니의 어긋난 욕심에 또 한 번 무리하게 쑤셔 넣어진 많은 캐릭터들과 떡밥. 그러나 한 끗이 부족한 센스. 캐릭터 프랜차이즈 영화는 기본적으로 관련 상품의 판매 까지를 염두에 두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데인 드한 얼굴을 망가뜨린 고블린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잘 생긴 데인 드한 얼굴을 끝까지 화면에 보여줬으면, 과장 좀 보태서 그린 고블린 피규어 매출만으로 다음 영화까지 찍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연출 마크 웹
각본 알렉스 커츠먼, 제프 핑크너


덧글

  • 풍신 2018/10/28 07:44 #

    소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보다 보면 스파이더맨 팬들이라면 이런 배경 설정이면 이렇게 갈 것 같다 하는 루트가 A,B,C 있는데, 처음엔 A로 가는 척 하다가 뭔가 이것저것 빼먹고 B노선을 타더니 B에 정착하기 전에 C로 끝내버리는 감각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각 루트에서 나와야 할 중요 캐릭터들은 없는 것이 되어버려서 있었다면 스토리가 밸런스 좋게 흘러갔을텐데 어딘가 2% 부족한 감각이 계속 존재하고요. 그야말로 감독, 각본가, 제작사 중 누군가가 한쪽에서 스토리를 노선에 정착시키면, 다른 한쪽에서 교차선 레버를 당기고, 속도가 나기도 전에 이번엔 종착역에 도착해버리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 멧가비 2018/10/28 21:36 #

    맞아요 전형적으로 손발 안 맞는 기획 티가 나죠
  • 더카니지 2018/10/28 09:00 #

    MCU 팬들은 어스파 시리즈를 과도하게 망작이라고 까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진짜 오프닝의 활공 씬과 액션 씬은 정말 최고였어요. 어스파 2부작이 영상미만큼은 압권이었는데 홈커밍은 볼거리가 상대적으로 심심했죠.
  • 멧가비 2018/10/28 21:39 #

    그러게요, 시각효과는 또 참 잘 썼어요. 졸업식 전 까지는 재미있었고요.
  • lelelelele 2018/10/28 21:45 #

    무슨 통계가 있는것도 아니고, 어스파 시리즈 까내리는 팬덤이 다 MCU팬들인가요? 이분은 예전에도 홈커밍 스파이더센스 관련해서 잘못된 정보 전파하고 그러시더니 또... 히어로무비 왠만하면 다 좋아하는 입장에서 봐도 좀 어이가 없네요. 저도 샘레이미판이나 어스파의 장점을 더 선호했고, 홈커밍을 썩 좋아하진 않는 편인데, 개인 호불호나 완성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리즈별 장단점이 있는건데 말이죠. 이렇게 돌려까느니 차라리 직설적으로 홈커밍이 싫다고 하시는게 훨씬 나을거 같네요.
  • 포스21 2018/10/28 09:21 #

    어스파 2부작도 한번 봐야겠네요
  • 멧가비 2018/10/28 21:41 #

    까면서도 가끔 다시 보는 영화입니다
  • 듀얼콜렉터 2018/10/28 13:26 #

    개인적으로 보면서 너무 심심한 작품이었죠, 보는내내 '슈퍼히어로 영화가 이렇게 지루할수 있다니!?'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던 작품입니다.
  • 멧가비 2018/10/28 21:41 #

    마크 웹이 연출은 조용한 대신 내용이 섬세한 게 장점인데, 이 영화에서는 연출만 조용하고 섬세하게 내용 전개할 시간은 많지 않았던 게 패착 같네요.
  • Dannykim 2018/10/28 18:50 #

    어스파 시리즈의 여주인공이 그웬 스테이시인것은 약간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기존 코믹스 팬들이야 당연할테고 영화만 보는 팬들에게도 유튜브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정보를 통해 그웬 스테이시라는 인물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니까요. 이름 자체로 스포일러가 된달까요. (물론 그들만 영화를 소비하는 고객층이 아니지만) 그웬이 최후를 맞이할때 탄식하는 관객들도 몇몇쯤은 있었지만, 제 경우에는 충격적이고 안타깝지 않았는데 단지 결말을 예상했기 때문이라기엔 2편 극중에서 그웬에게 할애한 깊이가 부족했던게 아닐까 싶어요.
  • 멧가비 2018/10/28 21:39 #

    일리가 있네요. 그웬이 쓸 데 없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깊이는 없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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