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スパイダーマン (1978) by 멧가비


이제는 특촬 문외한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일명 "토에이 스파이더맨". 단순히 현대의 기술력이나 헐리웃 실사 영화들의 진지한 완성도와 비교해 농담거리로만 삼을 가벼운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초반 너댓 에피소드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를 실사화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재해석이 가해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것이 잘 되면 작가주의요 안 되면 원작훼손 같은 소리를 듣겠지만, 이 드라마는 작가주의 까지는 아니더라도, 토양에 맞게 훌륭히 현지화를 해낸 쪽이라 볼 수 있다.


슈퍼 비클이나 거대 로봇에 탑승한다는 설정은 그저 황당하다며 웃을 일이 아니라, 이 버전의 스파이더맨이 토에이의 특촬 비즈니스 아래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츠부라야 프로덕션과 토에이가 주도한 일본의 티비 특촬은 특히나 완구 판촉 영상물로서의 기획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분야다. 미국에서 건너 온 거미 남자 뿐 아니라, 만일 일본 특촬에서 한국의 홍길동을 소재로 삼고자 한다면 패랭이에 쫄쫄이를 입은 홍길동이 호부호형로봇을 탈 수 밖에 없게 된다. 쇼와 시대의 토에이 특촬이라면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정도로 악당은 '괴인 제국'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이 드라마도 역시나다. 스파이더맨이 과학 실험의 피해자가 아닌, 명백한 침략을 의도로 제작된 괴인들과 싸우는 이야기는 그 많은 스파이더맨의 미디어믹스 중 오로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이다.


특히 70년대는 완구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특촬의 스폰서로 참여해 완구 홍보가 메인이요, 영상은 부수적인 수단으로 위치가 전도되는 역사적인 지점이다. 그 가운데에서 본작은 (기획 단계에서의) 후속작인 [배틀피버 J]보다 먼저 거대 로봇을 선보이고 그 형식을 후속작에 넘김으로써, 본작 스스로는 전대물이 아님에도 슈퍼전대 = 거대 로봇이라는 공식을 확립시킨 선구자적 위치에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스판을 입은 주인공들의 과장된 변신 모션이나 메카닉의 출동, 변형, 합체 등 스폰서의 요구에 의해 반드시 할당되는 완구 홍보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를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말이다.


낮은 제작비 안에서 탄생한 소품 활용과 촬영 기교는 대중에게 일견, "특촬은 유치하다"거나 싸구려라는 인식을 오래 전부터 줘 왔으며 그런 시각이 생기게 된 것 역시 어쩌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하는 작품이니 만큼 오히려 맨몸으로 때울 수 있는 액션 스턴트는 더욱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미 [가면라이더] 첫 작품 때부터 예산 대신 몸으로 빡세게 구른다라는 모토가, 토에이 특촬 제작 현장에 존재하던 정신이었다. 


즉, 액션에 대해서만큼은 성룡이나 톰 크루즈 못지않은 열정과 장인정신으로 가득한 드라마 제작 방식이 있는데 이 토에이의 스파이더맨이 그 카테고리에 당당히 속한다는 것. 이건 분명한 미덕이다. 싸구려 가짜 가라데가 난무했던 70년대의 미국 드라마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나 그린 스크린과 CG 퍼펫의 도움을 제법 받은 본 샘 레이미 삼부작과 비교하면 그 점은 더욱 도드라진다. 일본 시대극이나 특촬에서 활약하곤 하는 스턴트 전문 팀들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다.


히어로 특촬의 발전사 그 뿌리에는 일본 시대극이나 닌자 영화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소위 "전대물"로 통용되는 '슈퍼전대 시리즈'의 맨몸 격투 장면의 양식미나 절도 있는 다찌마리 씬 등이 그 흔적이다. 생각해보면 멋지질 않나. 닌자 영화를 뿌리로 두고 터프하게, 절도있게 싸우는 스파이더맨이라는 게 말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거기에 있다. 소위 수트 액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땀이 배인 정교한 합을 주고 받으며 양식미 있게 완성시킨 스파이더맨 실사판 드라마 하나가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 말이다. 매체를 막론하고 배트맨 캐릭터 자체의 팬들이 [배트맨 TAS]를 최고 걸작으로 꼽곤 하는 것과 일대일 비교는 무리겠지만, 스파이더맨 팬들에게야 이 작품은 언제가 됐든 반드시 재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도 특촬 팬덤에서는 특촬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작품 중 하나로서 컬트 대접을 제법 잘 받고 있긴 하다.






프로듀서 요시카와 스스무
감독 타케모토 코이치
각본 우에하라 쇼조 外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18/10/28 10:07 #

    문제는 이걸 만든 후 토에이가 "배껴도 너무 배꼇어"라는 생각에 마블과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흑역삭로 치부하여 아예 묻어두다 시피 했지만 스텐리씨가 이걸 어떻게 찾아서 시청하고 난 후 "훌륭한 현지화다"라고 하여 토에이로써는 크게 한숨 돌렸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 멧가비 2018/10/28 10:18 #

    토에이 측 봉인설이 전부터 돌긴 했는데 그거 루머일 걸요. 그냥 계약이 만료돼서 더 이상 상품화를 할 수 없었던 거겠죠. 애초에 정식 라이센스인데 베꼈어도 문제될 게 없고, 베꼈다고 봉인 하기엔 오리지널리티가 훨씬 많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