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2 Superman II (1980) by 멧가비


헨리 카빌 하차설 사실은 루머였던 기념 재감상


슈퍼맨과 동향인 악당들이 지구에 나타나고 슈퍼맨이 그들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은, 슈퍼맨이 가진 "이방인" 아이덴티티의 서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슈퍼맨은 원래 가진 절대자적 위치와, 초능력을 포기한 필부로서의 편안한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


슈퍼 영웅이 자신의 정체성 중 한 쪽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를 플롯으로 삼은 건 실사 영화로서는 그 [스파이더맨 2]의 먼 조상 격이다. 그러나 선천적인 체질을 마치 탈착 가능한 무언가처럼 묘사한 것은 이 영화를 처음 본 그 옛날의 어린 내게도 의아한 부분이었다. 물론 영화가 만들어질 시대는 코믹스 속 온갖 기묘한 설정들을 실사 영화로 옮길 때 가져올 것과 거를 것을 세련되게 구분하지 않던 시기였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전작에서 슈퍼맨의 초월적인 능력을 가감없이 과시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셋이나 악당으로 투입함으로써 순식간에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액션 부분에서는 상당히 굼뜨고 뻣뻣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대가 가졌던 기술적 한계에도 초월자들의 싸움을 구현하려던 과감한 시도를 인정하면 될 것이다. 속도감 하나만을 추구했다면 와이어 액션 대신 광학 합성으로 간편하게 해치울 수 있었을 것. 그러나 [제국의 역습]에서 설원을 날던 스타 파이터처럼 정형의 오브젝트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합성했더라면 그보다 훨씬 부자연스럽고 누끼 따는 것도 훨씬 빡셌을 게 자명하다. 이 영화가 선택한 와이어 액션은 느리지만 조금 더 실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현대 블록버스터들의 발전된 CG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스럽게 잘 만든 세트 특유의 질감도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흡사 돈 많이 들인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1편에 이어 더욱 얄팍하고 궁색해진 렉스 루터 대신 새로 등장한 악역 조드 장군의 캐릭터는 훌륭하다. 경력 많은 군인 출신으로서의 강력함과 위엄, 그리고 일급 범죄자로서의 위협적인 모습이 테렌스 스탬프의 묵직한 음성 안에 모두 담겨있다.


훗날 이 영화는 개봉 버전인 레스터 판과, 지금으로치면 일종의 감독판 쯤 되는 도너 판으로 나뉘어 재평가, 재해석 된다. 그러나 나는 그 두 버전에서 의미있는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겠으며, 특히 로이스가 클락을 추궁해 슈퍼맨과 동일인이라는 대답을 받아내는 씬은 양쪽 모두 웃긴 각본이라고 생각한다.






연출 리처드 레스터 (리처드 도너)
각본 마리오 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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