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3 Superman III (1983) by 멧가비


헨리 카빌 하차설 사실은 루머였던 기념 재감상


흔히 이 시리즈가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한, 소위 "꺾인 지점" 쯤으로 평가받는 영화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취향이다. 어린 시절 가장 처음 접한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사실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어른이 되어서 거듭 감상할수록 단순히 취향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순간에는 "4부작 중 제일 잘 만든 거 아닌가 이거?"라는 못된 생각마저 든다.


유머 코드가 전작들에 비해 많아졌으나 그 코미디들의 타율이 좋고 타이밍 역시 영화 전체의 균형과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은 '신호등 픽토그램 파이트' 장면은 그 중에서도 조금 황당한 편이지만 어쨌든 두고 두고 기억에 남는 킬링파트 중 하나이질 않겠는가. 당시의 슈퍼맨 시리즈가 현대의 블록버스터들처럼 대단히 진지한 영웅 서사와는 어쨌든 거리가 멀기 때문에 나는 이 코미디 파트들이 영화에 절대 독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를 얼핏 떠올렸을 때 멋진 장면은 대부분 이 영화에 나온 것들이다. 호수를 통채로 얼려서 대형 화재를 진압하거나, 석탄을 악력으로 쥐어서 다이아몬드로 바꾸는 장면 등 말이다. 결정적으로 슈퍼맨과 클락 켄트의 자아 분열 시퀀스. 이 시리즈에서 리브는 슈퍼맨과 클락의 캐릭터를 정말 전혀 다른 사람처럼 연기함으로써 주변 인물들이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에 설득력을 부여하는데, 이 작품에 한해서는 기존 슈퍼맨과 클락 켄트와 더불어 이른바 "드렁큰 슈퍼맨" 까지 1인 3역인 셈이다. 이게 요즘 서브컬처 용어로 치면 "흑화"한 슈퍼맨인 건데, 마을 펍에서 땅콩으로 행패 부리는 장면에는 웃기면서도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묘한 테이스트가 있다. 그 흑화 슈퍼맨과 클락의 폐차장 격투 씬이 훗날 [드래곤볼]에 까지 영향을 준 것은 말 할 나위도 없고.


악당 캐릭터로 말할 것 같으면 4부작 중 유일하게 렉스 루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기획 단계에서는 3편의 악당으로 브레이니악이 고려되었으나 기각되고, 대신 컴퓨터 시스템을 악용하는 악당이라는 설정으로 '로스 웹스터'라는 영화판 오리지널 캐릭터가 렉스 루터의 부재를 대체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쪽이 더 렉스 루터 같아서 아이러니하다. 이 영화를 제외한 나머지 세 편을 보면, 그 따위로 캐릭터 만들 거면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진 해크만 데려다 썼나 싶을 정도고.


역시나 4부작 중 유일하게 주요 사건들이 메트로폴리스가 아닌 스몰빌에서 벌어진다. 당연히 라나 랭 등판. 슈퍼히어로의 고향 마을과 첫사랑이라는 소재가 아련한 느낌을 준다. 다만 그 전 까지 진행되던 로이스 레인과의 로맨스는 없었던 척 시치미 뚝 떼고 있는 점은 이 때 부터 시리즈의 기획이 중구난방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바로 전작에서 크립토니안으로서의 정체성 까지 버리고 로이스랑 백년해로 하려고 했던 슈퍼맨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라나한테 흔들리다 못해 도시로 데려와 버린 모습을 보면 되게 줏대없는 새끼처럼 보인다.


악당 보스 로스 웹스터의 동생인 '베라'는 슈퍼전대 시리즈로 치면 괴인 제국의 여간부였다가 본인이 괴인으로 개조되는 비운의 캐릭터 쯤 된다. 클라이막스에선 베라가 슈퍼 컴퓨터에 의해 사이보그로 강제 개조되는데, 이 장면 어지간한 전설적 호러 영화들 뺨따구 때릴 정도다. 과장 좀 보태서 [엑소시스트] 레건 목 돌아가는 장면 만큼 무섭다. 어릴 때 이 장면이 꿈에 계속 나와서 상당히 괴로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깔 건 메인 포스터 밖에 없다. 뭐니뭐니해도, 피사의 사탑 장면은 정말 최고잖아.






연출 리처드 레스터
각본 데이빗 뉴먼, 레슬리 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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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슈퍼걸 Supergirl (1984) 2018-10-31 10:24:21 #

    ... 그 첫 테이프가 망한 거다. 폭삭. 또 최초인 게 있는데, 워너가 배급하지 않은 최초의(아마 현재 까지도 유일한) DC 코믹스 기반 영화라는 사실. 이유인 즉슨, [슈퍼맨 3]의 성적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란다. 치사한 자본의 논리. 물론 당시는 DC 코믹스가 아직 타임워너의 자회사가 아니었으니, "버린 자식" 까지는 아니었어도, ... more

덧글

  • 2018/10/29 10: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0/29 12: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듀얼콜렉터 2018/10/29 13:12 #

    저도 어릴때 사이보그 개조 장면 보고 며칠동안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어리기도 했지만 밤에 불 다 끄고 봐서 그런지 공포심이 배가 됐던...
  • 멧가비 2018/10/30 00:08 #

    그거 트라우마 있는 사람 은근히 많죠ㅎㅎ토요명화에선가 꽤 여러번 틀어주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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