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4 최강의 적 Superman IV: The Quest For Peace (1987) by 멧가비


헨리 카빌 하차설 사실은 루머였던 기념 재감상


팀 버튼으로부터 시작된 배트맨 실사 영화 시리즈가 조엘 슈마허의 4편에 이르러서 시리즈를 폐점 시켰다고 평가받는 것처럼, 그보다 앞선 이 시리즈 역시 4편이 공히 망국의 전범과도 같은 대접을 받는다. 그런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트맨 시리즈의 뒷 이야기들과 달리, 전작들에 깔려있던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시종 진지하고 암울한 분위기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즈 중 이 영화만은 B급 영화 전문 제작사가 만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아이러니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지금의 기준으로는 이 영화가 오히려 현대적이고 보다 리얼리즘을 추구한 인상을 준다. 미소 냉전의 살얼음판 무드가 절정에 달했던 80년대 중후반, 영화 역시 현실의 정세를 반영해서 핵보유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전한다. 꼬마 팬이 낭독한 고작 편지 한 통으로 슈퍼맨이 전세계의 핵을 모아 우주에 내다 버린다는 발상은 물론 지나치게 낙관주의적인 면이 있으나,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나 클래식 슈퍼히어로 작품들이 주로 독자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의 판타지를 제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어긋난다고 보기도 힘들다. 지구 역회전 시켜서 시간 되돌리던 영화의 후속작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도 있지.


게다가 이 강제 핵폐기가 시리즈 중 (일단은) 최강의 적인 누클리어맨을 탄생시킨다는 흐름 자체는 스무스하다. 물론 자판기에 동전 넣고 버튼 누르면 레쓰비 떨어지듯 슈퍼악당이 뭐 저리 간단히 튀어나오나 싶은 의아함은 있지만, 핵 손톱에 긁혀 생명력을 잃어가는 슈퍼맨의 모습에서는 전작들에 없던 치명적인 위기감이 느껴진다. 사실 크립토나이트 이제 그만 써먹을 때도 됐고. 물론 초기 구상대로 '비자로'가 등장했더라면 더 근사한 영화가 됐을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한편 '데일리플래닛'은 신진 경영주의 출현으로 내부적인 언론 탄압이 시작된다. 역시나 냉전시대에 만연했던 황색 언론에 대한 풍자다. 더불어 황색 언론의 선동으로 슈퍼히어로 코믹스 자체가 백안시 되던 역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슈퍼 키스로 로이스의 기억을 지우는 건 벌써 세 번째다. 솔직히 이쯤되면 조금 지겹다. 로이스 레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가서는 슈퍼맨과 클락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그런가하면 전작에서 삼각관계를 암시했던 라나 랭은 존재 자체가 소멸됐다. 난 또 클락이 시골에서 잘 살고 있는 라나를 굳이 상경시키길래 데리고 살려는 줄 알았지.


이 영화의 가장 큰 업적(?) 하나. 네 편 중 클락 켄트가 공중 전화 부스에서 변신하는 유일한 영화다.


업적 둘. 아니 사실은 영화가 아닌 렉스 루터의 업적. 렉스는 박물관에 전시된 슈퍼맨의 머리카락을 평범한 가위로 잘라내는 대단한 일을 해내고 말았다. 그 가위 날이 크립토나이트로 만들어졌다거나 하는 언급은 물론 일절 없다.


서구권에서는 78년작의 감독인 리처드 도너의 이름을 따서 이 영화 까지를 '도너버스(Donnerverse)'로 명명하더라. 그러나 굳이 유니버스로 까지 인식하기엔 고작 네 작품인데 일관성이 너무 떨어지는 면이 있다. 상기 했다시피 고작 네 번째 영화에서 전작들의 설정을 다 뒤집어 엎어버리는 데 뭘.


반은 미심쩍은 상태로 출연한 크리스토퍼 리브도 이 영화를 못마땅해 했다는 후문이고, 야심차게 영화화에 뛰어든 '캐논'은 얼마 못 가 간판을 내린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영화 자체가 특별히 시리즈를 파괴했다기 보다는, 그저 시리즈 막 내릴 시기가 오면서 자연스럽게 쇠락한 쪽에 가까웠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슈퍼히어로 실사 영화 붐을 지나 이제 메이저 장르로 자리 잡은 지금을 기준으로 해도 한 캐릭터를 타이틀롤로 삼은 시리즈가 네 편 넘게 존속한 경우가 정말 드물다. 이 시리즈도 그저 기대 수명을 아슬아슬하게 채우고 스러졌을 뿐이라 생각해도 좋겠다.







연출 시드니 퓨리
각본 로렌스 코너, 크리스토퍼 리브


덧글

  • 더카니지 2018/10/29 15:58 #

    헨리 카빌 하차 뉴스는 루머로 판명되긴 했지만 워너 이 망할 놈들이 맨 오브 스틸2를 안 만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라 여전히 불안하네요ㅠㅠ

    그래도 리처드 도너 감독이 안 짤리고 3편을 맡았더라면 시리즈의 운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네요. 4편은 도너 감독의 1, 2편 계획과 마찬가지로 4,5편을 한꺼번에 찍어서 나눠 개봉할 계획이었고 그래서 쓰이지 못한 분량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있던데...음;;;
  • 멧가비 2018/10/30 00:10 #

    사실 헨리 카빌 슈퍼맨은 하차 안 하면 더 볼 수 있어서 좋고, 하차하면 또 하차 하는대로 그 바닥에서 벗어난 거 축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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