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by 멧가비


헨리 카빌 하차설 사실은 루머였던 기념 재감상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신에 은유하는 건 코믹스와 실사를 통틀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영화는 슈퍼맨이 가진 신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구체화한 연출로도 유명한데, 영화 속 슈퍼맨은 그리스도교 신의 절대자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리스 신들처럼 인간적인 신의 면모를 복합적으로 갖추고 있다. 특히 혼외 아들을 아들이라 부를 수 없는 입장인 것을 보면 이건 영락 없는 제우스다.


재미있는 건 이 호부호형불가의 비극이 대를 이은 것이라는 점이다. 슈퍼맨이 사경을 헤메는 병원 바깥에서 맘 졸이며 기다리는 마사 켄트. 오히려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 로이스 레인은 아들을 대동하고 당당하게 들어가는데도 엄마는 그럴 수가 없다. 절대자 아들을 둔 필멸자 어미의 불가피한 슬픔, 상실감 같은 것은 영화 초반부에서 부터 이미 절절하게 묘사되고 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마사 켄트라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좋은 유일한 슈퍼맨 영화다. ([맨 오브 스틸]의 다이안 레인 버전보다 훨씬!)


렉스 루터는 자신을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한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면 그렇게 탐욕스런 악당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진 핵크먼의 렉스 루터도 영화 전체의 톤을 경박하게 떨어뜨릴 정도로 얄팍하기만 한 캐릭터였는데, 그걸 피상적으로 흉내만 낸 이쪽은 아예 존재감마저 희미하다. 싱어는 렉스 루터에 대해서 광기 들린 망상가 쯤으로 해석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실제 결과물은 그냥 욕심 많은 동네 깡패 두목처럼 보일 뿐이다. 자기객관화가 더럽게 안 되는 연출과 각본이다.


이 영화의 제작이 발표되고 싱어가 감독으로 고용됐다,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를 버렸다, 등등이 당시의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마치 버섯이라도 잘 못 먹은 것처럼 지나치게 상기돼서 슈퍼맨에 대한 빠심을 절절이 늘어놓던 싱어의 각종 인터뷰 등이 기억난다. 당시의 싱어는 마치 소파 위에서 쩜프 뛰던 톰 크루즈가 생각날 정도로 뭔가 사람이 묘하게 들떠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거짓말 안 치고 영화 구리겠다는 예감이 그 때 이미 들더라.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꽤 좋다. 아름답고 낭만적이고. 근데 그 좋은 장면들이 전부 사실은 리처드 도너 영화의 장면들 아이디어에 그냥 돈만 더 갖다 바른 거잖아. 물론 비행기 추락 막는 씨퀀스는 언제 봐도 이 영화에 있는 게 아까울 정도로 훌륭하다. 그 훌륭한 장면을 클라이막스가 아닌 초반에 지른다. 역시나 싶다.






연출 브라이언 싱어
각본 브라이언 싱어, 마이클 도허티, 댄 해리스


핑백

  • 멧가비 :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2018-10-30 11:07:51 #

    ... 의 평가나 흥행 성적은 놀란의 영화들이 장르 자체를 뭔가 대단하게 바꾼 듯한 착각을 하기에 충분한 것들이었으니까. 우려와 달리 결과물은 꽤 성공적이다. [수퍼맨 리턴즈]의 실패 이후로 또 다시 침체됐던 슈퍼맨 프렌차이즈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헨리 카빌 생긴 것 만큼이나 듬직한 새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특유의 톤 다운을 ... more

덧글

  • 풍신 2018/10/30 17:38 #

    저 개인적으론 슈퍼맨 희생 정신 쩔어줘요~하는 면에선 그럭저럭 좋은 연출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뭐 스토리가 꽤나 지루하고 이건 아니잖아 저건 아니잖아 싶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요. (슈퍼맨 아들이란 녀석이 어린애 시절에 이미 악당을 피아노로 압살하는 연출이라든지...)

    브라이언 싱어가 인터뷰에서 완전 빠돌이 모드로 있었지만, 정작 1990년 대부터 만들어진 질서 악 속성의 렉스 루터를 무시하고 완전 이상한 놈을 데려온 것이 난감하더라고요. (케빈 스페이시는 싫어하지 않지만...)...랄까 렉스 루터가 역사가 오래된 캐릭이라서 은근히 찌질하거나 슈퍼맨에 대한 질투로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거나 하니 그러려니 하지만 영화판에서 좀 더 현대적인 이미지의 렉스 루터를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 잠본이 2018/11/04 00:55 #

    애초에 원작보다는 도너판 영화의 렉스를 (안좋은 방향으로) 베껴온 터라...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