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파워스 Austin Powers: International Man Of Mystery (1997) by 멧가비


패러디 영화라는 게, 그냥 다른 영화의 유명 장면들을 흉내내면서 말초적이고 휘발성 강한 웃음을 자극하는 류가 있다. 이를테면 [못말리는 람보] 등의 영화가 그렇다. 이런 건 웃음의 수명이 짧다. 영화 속에 전시된 레퍼런스들을 추억하는 세대가 사라지면 그 패러디의 수명도 끝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좀 얄팍하잖아. 그저 내가 아는 그 장면들을 어떻게 따라하는지 구경하기 위해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 씩이나 필요한가.


이 영화는 패러디라는 것을 하나의 장르로 승화시키는, 패러디라는 건 이렇게 하는 거다, 의 정석을 보여주는 좋은 표본이다. 이 영화가 레퍼런스로 삼은 '007 시리즈나 영국 드라마 [어벤저스], [6백만 달러 사나이], [국제 첩보국 (The Ipcress File, 1965)] 등의 작품들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하더라도 그냥 이 영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웃기다. 패러디를 담는 그릇 자체에 뛰어난 오리지널리티가 있다는 말이다.(에드거 라이트의 영화들 역시 이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오스틴 파워스라는 어글리 섹시 캐릭터에 기묘한 흡입력이 있으며, 60년대 히피 문화에 젖어있던 영국 탕아가 2천년대의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문화와 충돌하면서 빚는 해프닝에는 웃음과 페이소스의 적절한 조화가 있다.


여기에 'SNL' 출신으로 잔뼈 굵은 마이크 마이어스의 개인기가 적재적소 배치된다. 마이어스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기교에 힘입어, 오스틴 파워스와 닥터 이블 두 캐릭터는 장르적 양식화와 위선적 가족주의에의 통쾌한 조롱과 해학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 영화가 뿜는 패러디의 공력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B급 화장실 유머 영화로 즐길 수 있을 것이요, 마이어스가 영화 안에서 응용한 레퍼런스들에 공감한다면 이보다 더 잘 다듬어진 마스터피스 패러디 영화도 없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헐리가 하차하고 헤더 그레이엄이 오스틴의 파트너 역을 맡은 2편은, 사실 1편과 거의 유사한 패턴이지만 파트너의 비중을 조금 높임으로써 헤더 그레이엄이 연기한 펠리시티 섀그웰 캐릭터의 매력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시간 여행 소재를 동원해 플롯에는 디테일한 변화를 주고, 시리즈 최고의 스타인 미니-미를 등장시킴으로써 코미디를 더욱 독하게 강화시키기도 한다.


3편은 오스틴과 닥터 이블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실 뜬금 없는 사족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전형적인 백인 코미디 일색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70년대 B급 장르인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롤러 스케이트 필름 등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들에대한 오마주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분위기 자체를 일신한다. 여기에 새로운 파트너로 비욘세가 출연하지만 전작들의 파트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할이 작은 점은 아쉽다. 이 영화에서 비욘세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첫 등장 씬, KC & 선샤인 밴드의 'Shake your booty'와 'That's the way'를 개사해서 메들리로 부르는 뮤지컬 시퀀스 정도다. 이 때는 이미 마이크 마이어스가 1인 4역을 소화하는 데다가 서브 플롯이 빡빡하게 채워졌기 때문에 파트너가 활약할 틈바구니가 없다.


편 수를 거듭하면서 마이크 마이어스는 1인 다역의 수를 하나 씩 계속 늘려간다는 것도 잘 알려진 트리비아인데, 아무래도 이 세편에 마이어스의 'SNL' 짬밥을 전부 쏟아붓듯이 하고 있으니 세 번째 영화 쯤 와서는 뒷심이 떨어질 만도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다소 






제작 데미 무어
연출 제이 로치
각본 마이크 마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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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비아



덧글

  • nenga 2018/11/04 02:24 #

    헤더 그레이엄은 이 이후의 필모도 그냥 그랬던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전에는 더 안좋았나 보군요.
  • 멧가비 2018/11/04 10:13 #

    성접대 요구 등의 헐리웃 갑질에 잘 응하지 않았다 카더라, 하는 후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얼마나 신빙성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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