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7인 The Magnificent Seven (1960) by 멧가비


원작인 [7인의 사무라이]에서 일곱 칼잡이가 농민들의 마을을 구함에 있어서는 순수한 의협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사무라이들의 시대가 저물고 상업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명분을 잃어버린 직업 칼잡이들의 허무주의, 그리고 신분제와 전쟁의 주체였던 사무라이들의 평민들에 대한 속죄와 화해의 제스처 등 복잡한 것들이 뒤엉켜 있다. 사무라이들은 모시는 주군에게 목숨을 내놓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 사무라이들이 시대에 밀려 방랑하던 끝에 목숨을 걸고 지킬 대상을 찾았는데다 영화에서는 그게 농민들이다. 이것은 계급 구분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해지는 시대 변화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사무라이들이 시대에서 밀려난 방랑자라면 본작의 건맨들은 아직 한창인 시대의 바람을 타고 떠도는 풍운아들이다. 영화 속 말마따나 모두가 바지 입듯이 총을 차고 다니는 시대에, 사격 실력과 배짱만 있다면 어디가서 어떤 일이든 구할 수 있기에 자유로운 사람들인 것이다. 사무라이들이 그들의 시대 끝자락에 매달려 서서히 힘을 잃고 있었다면 이 영화 속 건맨들은 그들의 시기를 한창 관통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즉 건맨들이 마을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데에는 속죄의 상징성이나 시대에 대한 어떠한 은유가 없었다는 말이 된다.


즉, 사명감과 죄책감에 일정 부분 메여있던 사무라이들과 달리, 율 브린너 일행은 상대적으로 순수한 정의감과 공명심, 혹은 모험 정신에 이끌린 자들이라는 점에서 캐릭터성, 그리고 사건에 참여하는 동기 부터가 다르다. 이것은 어쩌면 원작의 상징성을 양키식으로 그저 단순하게 탈색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반대로 그 "쿨함"은 이제는 사양길에 접어든 서부극이, 형식미와 플롯으로나마 '스페이스 오페라'나 '슈퍼히어로 판타지' 등 현대적인 영웅 서사 장르로 계승되어 그 명맥을 이어 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요즘에 와서 "시대"를 이야기 한다.)


물론 보호 임무를 착수하는 과정은 심플했으나, 임무 수행의 배경인 국경지대 멕시코인들의 마을에 머물면서 건맨들은 새삼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서부극 속에서 카우보이는 곧 자유인을 뜻한다. 즉 어느 것에도 메일 게 없는 삶이란 반대로 책임지고 가꿔 나가야 할 것도 없는 비생산적인 삶이라는 것, 말이 총잡이지 그냥 총 든 부랑자란 소리다. 늘 누군가를 죽이거나 자신이 죽을 고비를 넘기는 삶을 살던 건맨들은 농민들이 비굴한 태도를 보이면서 까지 지키려 것을 보며 "진짜 삶"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시대에 번민하던 일곱 사무라이가 농민 마을에 동화되면서 오히려 심플하게 변하던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7인의 사무라이]의 계급 갈등과 달리 미국에는 계급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원작과 다르다는 분석도 있었는데, 대신 이 영화에는 오히려 영화 외적으로 오히려 계급주의가 팽배하게 깔려있다. 백인 건맨들이 멕시칸 농민들을 구원한다는 설정은(수정주의 서부극이 기존 백인 중심 서부극에 대한 안테테제로서 태동했음에도) 그 서부극이 메이저 장르였던 동안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일종의 인종주의와 오만한 선민의식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계급 갈등에 대해 영화 내에서 언급하지 않는 진짜 이유가 어쩌면 있었던 거지.






연출 존 스터지스
각본 윌리엄 로버츠
원작 쿠로사와 아키라 (7인의 사무라이, 1954) - no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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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우주의 7인 Battle Beyond The Stars (1980) 2018-11-23 14:50:41 #

    ...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 [황야의 7인]을 또 리메이크한 기묘한 기획. 번역 제목은 [황야의 7인]에서 따왔겠지만 사실 이 영화 속 용병은 일곱 명도 아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처럼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