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지대 Westworld (1973) by 멧가비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는 말이 개척이지 사실은 야만적인 식민 역사의 상징 중 하나다. 그 서부시대를 무대로 꾸민 로봇 시뮬레이션 유원지가 배경. 방문객들은 모험과 낭만을 즐긴다는 핑계 하에,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 서부시대 테마파크를 유린하고 욕보인다.


19세기 말 미국의 "진정한" 역사가 어떠한 야만성에서 시작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설정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거리낌 없이 헤집고 약탈할 수 있는 미개척지란 이 영화의 기초 설정이기도 하지만 미국 영토가 지나온 대학살의 역사이기도 하질 않은가. 때문에 이 영화는 식민 역사 위에서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 중이었던 당시 미국인으로서의 자성적인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침략의 역사를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 영웅담처럼 팔아먹은 헐리웃 서부극 장사꾼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아시모프가 고안한 "로봇 3원칙"을 위반한 로봇이라는 설정 자체는 하나의 클리셰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이 없겠으나 그것을 시각화한 센스, 로봇 서스펜스로서의 뛰어난 연출력은 후대에 있어서 하나의 롤 모델처럼 남은 영화라는 점이 특별하다 하겠다. 자아에 각성해서 인간에게 반기를 든 노예 피조물이라는 설정으로는 [블레이드 러너]보다도 훨씬 앞서 있으며, 제임스 캐머런은 끝내 인정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은 [터미네이터]의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본작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은 아주 약간만 디테일하게 변주한 또 다른 공포의 테마파크 소설로 크게 이름을 날렸으니 그게 바로 [쥬라기 공원].


나름대로 문화적 파급력이 있었던 작품이라 하겠으나 사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공공기물은 다음 사람을 위해 깨끗이 사용하자 이거지. 매너 없는 인간들 학살하는 거 솔직히 속 시원하다.






연출 각본 마이클 크라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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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율 브린너가 연기한 로봇은 [황야의 7인]에서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영화 속 테마파크를 고안한 직원들 중 디자인 담당이 [황야의7인]을 재미있게 보고 판권을 구매했다고 상상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다.


핑백

  • 멧가비 : 25주년 재감상 -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2018-11-04 14:00:44 #

    ... 하게 구현된 피조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그들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블레이드 러너] 보다도, 본작과 같은 원작자가 연출 까지 한 [이색지대]의 변주에 더 가깝긴 하다. 존 해먼드는 "벼룩 서커스"로 어트랙션 비즈니스 경력을 시작한 인물. 그의 벼룩 서커스는 모터로 작동했을 뿐 실제가 아니었다. 해먼 ... more

덧글

  • 포스21 2018/11/04 17:23 #

    80 년대 쯤 , 주말의 명화 로 본거 같군요. 90년대 마이클 크라이튼 소설이 잘 나갈때 저것도 소설로 출간되어 읽어 본 기억이 납니다. 아마 군대 갔을 때 동생녀석이 멋대로 빌려 줘서 분실한 거 같은데? -_-
    그러고 보니 , 미드로 얼마전 다시 만들어졌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 멧가비 2018/11/04 22:30 #

    저는 본 적이 없지만 율 브리너 출연작이니 주말의 명화든 토요명화든 어느 쪽에서든 안 할 수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드라마판은 시즌2 까지 나왔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저는 1 중반 까지 보다가 접었습니다
  • 오오 2018/11/05 07:36 #

    방영했죠. 제 기억에는 1,2부로 나눠서 했던 것 같은데...율 브리너의 얼굴 내부가 너무 인상적이었죠.
  • 멧가비 2018/11/06 10:13 #

    정말 강렬한 원 쇼트죠
  • 잠본이 2018/11/06 01:24 #

    얼굴뚜껑 열면 이질적인 뭔가가 나온다는건 V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 멧가비 2018/11/06 10:13 #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 블랙하트 2018/11/09 09:44 #

    테마파크에서 시간보내는거만 나오다가 본격적으로 긴박해지기 시작하는게 거의 후반부터라 요즘 영화들 전개하고는 좀 다르죠. (그당시 영화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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