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80년대 영화에 특히 많이 있었던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의 상상력이 발단인 영화다. 후에 나올 [빅 트러블] 등의 모험물보다는 조금은 더 음침하고 신비주의를 강조한 쪽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 이 영화에 일본식 기괴한 정서 까지 덧붙여서 그걸 만화로 그리면 [펫숍 오브 호러스] 같은 물건이 된다.
기본적으로는 "금기 클리셰"에 충실하다. 헐리웃 크리스마스 영화(사실 북미에서는 6월 개봉이지만)라는 게 대개 이거하지 말라, 저거하지 말라 등등 훈화말씀 하는 게 많다. 다만 이 영화는 귀여운 이생물과인간의 뻔한 우정극 따위는 아니다. 까놓고 말해 이거 전체 관람가 슬래셔다. 때문에 작중 모과이 종이 야식 쳐먹고 각성하는 그렘린들은 그 숭한 생김새와 달리 허술하고 귀여운 면도 있다.
사람을 잡아먹거나 찢어 죽이는 대신 그저 장난끼가 심할 뿐이다. 다만 그 장난이라는 게 거의 사보타주 수준이라는 게 문제. 그보다는 사람을 죽이는 대신 자신들이 잔인하게 죽어나감으로써 역으로 슬래셔 장르 형식을 완성하는 살신성인의 캐릭터들이다. 그 과정에서 PG 등급에서 구현할 수 있는 슬래셔 테이스트를 극한 까지 추구한 도전정신도 엿보인다. 딱 이 선 까지만, 이 이상 넘으면 애들 영화 아니야, 하는 느낌.
1편이 크리처 호러의 장르적 순수함에 충실했다면 2편은 좀 더 기즈모 캐릭터 쇼에 가깝게 변화한다. 기즈모 인형 자체의 프로포션도 바뀌고 표정은 더욱 풍부해졌으며, 등에서 튀어 나온 형제 모과이들의 개성도 훨씬 강할 뿐더러 좀 더 일찍 그렘린으로 변한다. 이미 1편의 존재로 신비감의 약발이 사라진 대신 액션은 강화하겠다는 거다. 원래 순수한 호러에서 시작해 점점 캐릭터 장사로 가는 건 캐릭터 프랜차이즈의 숙명이다. [고지라], [13일의 금요일]도 다 그런 과정을 거쳤다. 특히 어딘가 기괴한 구석이 있었던 주인공 캐릭터의 디자인을 손 봐서 귀여운 부분을 강화한 점은 좀 더 관객의 요구에 영합한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먼 훗날 일본 만화인 [원피스]의 토니토니 쵸파가 정확히 같은 길을 걷는다.
두 편을 연거푸 보고 나면 드는 생각이, 그렘린이라는 괴물이 되기 전에도 저 모과이란 놈들은 기본적으로 성미 고약한 놈들이다. 아마도 자기들의 진정한 모습은 그렘린이라고 여기는지 태어나자마자 각성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기도 하다. 즉 야식 먹으려고 태어난 놈들이다. 그러나 모과이의 성질이나 그렘린의 공포 등 영화에서 읽을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결론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포" 이거다.
연출 조 단테
각본 크리스 콜럼버스
덧글
근데 그렘린이 동양의 괴물이던가요;; 난 서구의 요정에서 모티브 따온 줄 알앗는데
저는 괴물의 모티브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찾아보니 어원이 신화는 아니었네요. 동양의 괴물(요괴)을 실체화한 게 아니라서, 오리엔탈리즘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땐 그냥 캐릭터라고 생각했기에; 그나저나 1편을 본 지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펫샵 오브 호러스는 거기에 뒹귁인 쥔장을 미청년으로 바꿔야 완성되죠(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