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탐구 - 피터 파커 3人 인성 비교 by 멧가비


토비 맥과이어, 샘 레이미판 피터 파커


셋 중 가난에 대한 묘사에 가장 공이 들여진 케이스. 도시의 영웅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그로 인해 삶의 일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가 특히 섬세하게 다뤄진다. 가장 드라마틱한 피터 파커.


본론. 1편에서는 해리와 "일단은" 사귀고 있던 엠제이를 꼬셔서 키스한다. 엠제이와 본격 사귀는 3편에서는 엠제이가 보고 있을 줄 알면서 그웬과 키스한다. 그 외에도 사소한 행동들을 보면 충동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갖추게 된 계기도 플래시의 차를 보고선 자기도 차 살 돈을 모으려고 나간 야매 레슬링이었다.


샘 레이미가 원래 완벽한 인간상을 잘 다루지 않는다. 이블데드 시리즈의 주인공인 애쉬에게도 얄팍하고 거만한 면이 있었다. 피터 파커에게는 선한 마음과 의협심 등과는 별개로 음흉하고 이기적인 일면이 숨어있었는데, 고교 시절에는 워낙 주눅들어 있느라 드러날 수가 없었던 거고, 3편에서 복수의 대상이 눈 앞에 나타났는데 마침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의 강력한 힘까지 얻게 되자 내면 깊은 곳에 있던 약간의 어둠이 튀어 나온 거지. 심비오트는 멀쩡하던 피터를 타락시킨 게 아니라 피터 안에 잠재된 충동과 욕망을 끄집어내줬을 뿐이라는 것. 레이미의 B급 걸작 [다크맨]이 사실은 이 영화를 위한 프로토타입이 아니었냐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셋 중에선 제일 입체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다. 인간이란 게 원래 훔친 돈으로 기부하기도 하는 복잡한 동물이니, 참 인간적인 스파이더맨이었다.








앤드루 가필드, 어메이징판 피터 파커


샘 레이미 삼부작 막내리고 거의 바로 나온 리부트라서 이미지에 변화를 크게 준 캐릭터. 피터에 비해 학교 생활 비중이 조금은 더 큰데, 일단 한 눈에 봐도 왕따나 너드(nerd)가 아니다. 맞을 걸 알면서도 플래시한테 바른 소리 하는 깡다구 까지. 심지어 그웬 쪽에서 먼저 대시했잖아. 엠마 스톤한테서 대시 받은 남자.


하지만 그만큼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 그웬 아빠가 그웬이랑 헤어지라는 게 그냥 잔소리도 아니고 유언이었는데 그걸 어겨버린다. 2편에서는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결국 헤어지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교환학생 못 가게 붙잡고. 경솔하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편이라고 봐야지.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처럼 비열한 면은 없지만 지나치게 자신만만하고 그만큼 직선적이어서, 결과적으로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케이스. 성격 자체가 당찬 데다가 초능력 까지 생겨버린 후에는 과시적이기 까지. 정체를 너무 쉽게 밝혀버리기도 하고, 큰 고민이나 고찰 없이 해리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는 등. 종합하면 근시안적인데다가 약간의 나르시시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만심이 시야를 좁혀버려, 결국 그웬을 죽음의 길로 끌고 들어간 게 피터다.


너드도 아니고 딱히 약골도 아닌 뭔가 애매한 피터 파커. 단 두 편 뿐이지만 그래서 시리즈 내내 성장 서사가 거의 없다. 앤드루 가필드 얼굴빨 빼면 정말 그렇다.










톰 홀랜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판 피터 파커


일단 셋을 비교했을 때 제일 눈에 띄는 점은 고전 영화들을 인용하면서 그걸 전략으로 활용하는, 오타쿠와 지략가의 면모를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다. MCU풍의 유머 코드가 캐릭터에 영향을 준 케이스.


셋 중 나이는 최연소지만 인격적으로는 제일 흠 잡을 데 없다. 단적인 예로,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할 정도의 책임감을 가졌고 공정함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는 소리다. [스몰빌]에서 클락이 미식축구 하고 싶다고 찌질대면서 거의 한 시즌 내내 아빠랑 싸웠던 거 생각하면 특히나 그렇다. 한 마디로 스파이더맨 실사판 최초로 "소년의 순수함"을 갖춘 피터 파커.


하지만 인격적으로 순수하고 건강한 것과는 별개로,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세계관에 진출했다는 게 불안요소이긴 하다. 단독 타이틀 영화는 단 한 편 뿐이지만 그 안에서 이미 공명심이 너무 커서 성급하게 일을 그르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즉, 숙련도에 비해 의욕이 지나치게 앞선다는 거다. [인피니티 워]에서도 초반부터 이미 까딱하면 죽을 뻔 했고. 어쩌면 이 지점에 MCU판 피터 파커만의 차별성이 있다.


일단 이쪽의 피터는 앞의 둘과 달리 과학고 학생. 즉 또래 집단에서 겉도는 너드(nerd)가 아니라, 이미 너드로 가득한 집단에 속해있다. 심지어 그 안에서 에이스, 모두의 기대주잖아. 물론 앤드루 가필드의 피터도 너드 캐릭터가 강조되진 않았지만 반대로 (되게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 같지도 않은) 일종의 아웃사이더이긴 했거든. 이건 피터의 학교 생활을 다루면서 주눅든 너드 캐릭터를 앗쌀하게 배제했다는 뜻이다. 앞의 두 시리즈에서 퉁퉁이 포지션이었던 플래시 톰슨이 여기서는 비실이로 변해버린 게 그 증거.


이미 어벤저스가 먼저 세상에 존재하는, 즉 더 큰 세상에 이미 속해있으니 '약골 소년이 강한 힘을 얻었을 때의 변화'를 통한 대비 효과를 플롯에 담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 순서가 달라진 거다. 학생으로서의 피터는 특별히 뒤떨어지는 점도 없고 오히려 스터디 그룹(?) 친구들로부터는 영웅 취급 비슷한 것도 받고 있지만, 정작 스파이더맨이 되고 나면 이미 날고 기는 영웅들 사이에서 꼬마 거미가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는 앞의 둘과는 정반대로, 책가방을 메면 스파이더맨인데 가면을 쓰면 피터 파커가 되는 거지. 어벤저스 세계관에 소속된 스파이더맨을 다룬 첫 실사 캐릭터로서 이런 설정 변화는 대단한 센스다.






기타 등등

- 개인 취향으로, 캐릭터로서 제일 재밌었던 건 토비 맥과이어 버전.

- 앤드루 가필드가 심비오트로 흑화한 버전은 꼭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직도 아쉽다.

- MCU판 스파이더맨 악당으로 스콜피온을 제일 기대했었는데 다음 편 서브 악당인 것 같더라 젠장.




덧글

  • 풍신 2018/11/08 14:07 #

    샘 레이미 판은 고등학교부터 시작했지만 어느 쪽이냐 하면 대학생 감각의 구성이었고 말씀하신 가난함 때문에 가장 이런저런 정신적 문제도 많이 일으켜도, 나름 책임감에 대한 고민을 많이하는 느낌이었습니다.(스트레스나 심비오트 시절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일단 인명 존중이란 면에서 가장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어쨌건 솔로 히어로로 문제를 대부분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하기 때문에 용액이나 웹슈터를 만들지 않았어도 충분히 과학 GEEK이란 느낌이었죠.

    엔드루 가필드판은 반쯤 틴에이저 고교 청춘물 느낌에 평소엔 열심히 살면서 중요한 국면에서 무책임한 면이...(언급하신 것처럼 유언 안지킨 것도 있고요. 그래도 인명 존중이란 면에선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는 퍼포먼스를 보이죠.) 과학 GEEK란 면에선 과학지식을 읽고 해석하는 면에선 뛰어난데, 원작 피터의 기술력이 활약할 장면의 일부를 그웬이 다 가져가서...(그웬이 더 과학 GEEK)

    MCU판 스파이더맨은 은근히 갓 졸업한 중딩 느낌에, 무책임한 면이 부각되고(인명 존중이란 면에서 원작 피터의 행운/불운을 생각하면 대참사 났어도 이상하지 않은 장면이 너무 많고, 아마 다른 스파이더맨보다 이 스파이더맨이 가장 쓸데없는 기물파괴가 많았지 않나 싶네요.), 너드 학교의 퀴즈왕 설정치곤, 사이드 킥이 생겨서 기술적인 면에서 어정쩡하더라고요. (피터 파커라면 혼자서 유니폼 해킹을 하고 해야 하는데, 전부 사이드 킥의 능력이 되어버렸죠.)

    결론은 메이 숙모는 MCU가 가장 미인!
  • 잠본이 2018/11/11 19:43 #

    거기에 더해서 어느 얼티밋 거미남 팬은 그 사이드킥도 사실 마일스 모랄레스 친군데 피터에게 붙여줬다며 분노를 터뜨리시더군요... 이래저래 미묘한 홀랜드 피터
  • 멧가비 2018/11/12 05:30 #

    기술적인 면을 논하려면, 셋 중에 거미줄을 혼자 힘으로 직접 만들어 쓴 게 톰 홀랜드 피터가 유일하다는 점이 핵심이죠. 해킹이야 "의자에 앉은 사람"의 몫이고요.
  • 포스21 2018/11/08 15:41 #

    엔드루 가필드 버전만 못봤네요. 나중에 한번 보고 싶은데..
  • 레이오트 2018/11/08 15:53 #

    전 가장 파릇파릇한 MCU판이 마음에 드는 듯. 샘 레이미 판은 너무 삶에 치여서 암울했고 가필드는 너무 까불거리기만 함...
  • 멧가비 2018/11/12 05:18 #

    피터의 성격이 곧 해당 시리즈 자체의 성격이기도 하죠.
  • 로그온티어 2018/11/08 17:41 #

    전 Mcu버전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맘에 듭니다. 악당성격도 내 스타일이라 가장 맘에드는게 홈커밍이었... 벌쳐앞에서 똥줄타는 거 넘 귀여웠음

    이빨까는건 앤드류판이 좋았긴 하지만...
  • Scarlett 2018/11/08 17:42 #

    저에게 베스트는 샘 레이미 버전이었습니다. 아직도 3편까지 나오고 끊어진게 너무너무 아쉬워요 ㅠㅠ
  • 멧가비 2018/11/12 05:20 #

    저도 캐릭터에 대해선 아쉽습니다만 할 얘기는 세 편으로 다 쏟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왔으면 사족이었을 거예요.
  • xxx369 2018/11/08 21:02 #

    애니메이션 버전도 있는데 그것도 좋았어요. 옛날 2000년 초반에 엠비씨였나 어느 공중파에서 방영도 해줬었거든요? 그따 초딩이었는데 아직도 결말이 기억나네요. 피커 파커가 스파이더맨 슈트를 항구 근처 바닷가에 던져버리는 라스트씬인데 어린 맘에 약간 충격이었나봅니다 ㅎㅎ
  • 멧가비 2018/11/12 05:23 #

    3D로 만든 [스파이더맨 NAS] 말씀하시는 듯 하네요
  • 뇌빠는사람 2018/11/09 10:43 #

    저한텐 90년대 말에 KBS에서 했던 스파이더맨 TAS가 최고. 중반부부턴 엑스맨에 아이언맨에 퍼니셔가 나오는 등등 매니아는 아니어도 적당히 마블에 관심이 있던 사람한테는 최고의 파티죠. 가장 재미있게 봤던 TV 애니 하나만 꼽으라면 저도 주저없이 이걸 고를 겁니다.
    이 쪽 피터는 성격이나 환경상 앤드류에 가까운데 입 터는 거에 비해 떡대도 좋다보니 마냥 가벼운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밸런스가 되더군요.
  • 잠본이 2018/11/11 18:52 #

    아무래도 TAS는 대학생 이후부터 시작이라 나이대도 좀더 위고 성우도 이정구님이다보니 최강이죠...
  • 멧가비 2018/11/12 05:25 #

    TAS의 피터는 70년대 TV 실사 드라마판 주인공이었던 니콜라스 해먼드를 모델로 디자인 됐습니다. 그게 무게감이라면 무게감인데, 한편으로는 극장판 실사영화들의 피터랑 비교하면 너무 아저씨같지 않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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