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경주 Death Race 2000 (1975) by 멧가비


어린이와 노인을 치어 죽이면 높은 보너스를 획득하는 죽음의 레이싱을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고 국민들은 열광하는 아찔한 세계관. 한 사회가 이 정도로 뒤틀리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그 답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이 세계에서 폭력이란 가장 직관적인 언어라는 점이다. 시민들은 폭력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고 위정자들은 폭력을 기반으로 권세를 유지하며,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 역시 그에 상응하는 폭력을 앞세운다.


우리의 주인공. 몸이 부서져도 칠전팔기 주야장천 오로지 레이싱 밖에 모르는 뚝심의 사나이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뒤틀린 세계관의 연쇄를 끊고 파쇼로부터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인물이다. 그것을 위해 그가 하는 일은? 그 폭력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에 서는 것. 사람 쳐죽이는 세상을 끝내고자 사람 쳐 죽이는 대찬 남자. 이토록 지독하게 모순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명쾌하고 개운한 안티히어로 캐릭터를 나는 이 영화 이후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폭력을 위한 폭력과, 비폭력을 위한 폭력이 혼재하는 정신 나간 세계관. 이미 우민화에 찌들대로 찌든 시민을 계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에게 통용될 방법으로 세상을 흔들 수 밖에 없던 것이렸다. 세상을 바꾸는데 멍청이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설득시키는 길은 너무 멀고 고되다. 우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위선 대신 직선을 택한다.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이라는 명제에 대해 한 치의 고민 없이 답을 내리는 배짱을 동력 삼아 영화는 달린다. 로저 코먼 영화 이런 게 좋아 씨바.


플롯을 가만 보면, 독재자를 암살하기 위한 위악. 이거 이연걸, 양조위 나온 [영웅]이랑 똑같다. 장예모가 이 영화를 보고 영향 받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똑같은 이야기다. 이렇게나 통렬한 체제전복 피바다 활극이 장예모의 손에 가설랑은 공산당 프로파간다로 둔갑해 버린다. 대체 귤이 회수를 몇 번이나 건너면 그렇게 되는 거냐.







제작 로저 코먼
연출 폴 바텔
각본 로버트 돔. 이브 멜키어



덧글

  • dennis 2018/11/24 06:44 #

    아니 이거슨 몇달전 로쿠 에서 우연히 봤던 병맛극치의 바로 그영화 아닙니까! ㅋㅋㅋ
  • 멧가비 2018/11/24 09:50 #

    로저 코먼 영화들이 어떤 면에서는 현대 병맛 코드에 제일 잘 맞긴 하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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