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7인 Battle Beyond The Stars (1980) by 멧가비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 [황야의 7인]을 또 리메이크한 기묘한 기획. 번역 제목은 [황야의 7인]에서 따왔겠지만 사실 이 영화 속 용병은 일곱 명도 아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처럼 그냥 상징적인 제목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용병은 어째선지 총 여섯 팀. 제목의 "일곱" 중에는 용병을 스카웃하러 떠난 마을 청년 섀드가 포함 돼 있다. 즉 [7인의 사무라이]에서 시작된 리메이크 연작은 이 쯤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마을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 이는 용병과 마을 사람들 사이의 계급 갈등이나 양방향적 타자화 등 갈등 요소를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온전히 오락성만 추구한 모험물로 리메이크 한다는 의미다.


단지 무대만 우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장르 규칙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점이 좋다. 예컨대, 음파 병기에 대항할 때는 청각이 없는 외계인 용병이 선봉에 나선다던가, '하이브마인드'를 이용해 일부러 생포되는 암살 작전 등. 원본 영화들에서 칼잡이들과 건맨들이 인간적인 개성과 달리 "칼잡이 집단", "건맨 집단" 등으로 한 데 묶였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의 외계인 군단은 용병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선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 뛰어나다. 이 과정에서 로저 코먼 특유의, 돈으로 메꾼 미장센보다는 배짱과 아이디어로 쇼부 보는 끝내주는 가성비 예산 집행이또 한 번 빛을 발한다. 로저 코먼 영화는 로저 코먼이 직접 연출하지 않아도 언제나 로저 코먼 영화다.


우주를 돌며 스카웃한 외계 용병들의 개성은 단지 외모와 출신성분 등 표면적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주 무대인 아키르 행성에 모여서 서로 상대방의 특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이었던 칼잡이들과 건맨들이 서로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외계 용병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한다. 아키르는 단지 지켜야 할 마을일 뿐만 아니라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굳이 또 한 번 반복되는 리메이크에서 어느 부분은 유지하고 어딘가는 변주해야 할지에 대한 감각과 판단력이 뛰어난 작품.






제작 로저 코먼
연출 지미 T. 무라카미
각본 존 세일즈
원작 쿠로사와 아키라 (7인의 사무라이, 1954) - no credit


덧글

  • 더카니지 2018/11/24 08:54 #

    원조 황야의 7인 중 한 명 로버트 본이 나오는데 물론 의도적인 캐스팅이죠ㅋ 로버트 본 출연비가 엄청 나왔다던가ㅋ 죄근 리메이크된 매그니피센트 7처럼 한번 리메이크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멧가비 2018/11/24 09:49 #

    그러네요. 헐리웃 리메이크 영화들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굳이 한다면 이런 걸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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