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지대 The Dead Zone (1983) by 멧가비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대학살자를 눈 앞에서 만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대답. 영화가 택한 답은? 그 어떤 딜레마와 반문 없이 깔끔하게, 죽인다. 크리스토퍼 워큰이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은 존 스미스. 영미권에서 김철수, 홍길동 쯤의 뉘앙스로 통하는 이름이다. 즉 이 영화의 주인공 존은 영화가 제시하는 질문에 대응하는 불특정 다수 보통 사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존은 불의의 사고로 5년 간 코마에 빠진다. 5년이면 약혼자가 기다림을 포기하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참고로 [캐스트 어웨이]에서는 4년) 그렇게 따가 5년을 누워 지내다 깨어난 존에게 초능력이 생긴다. 얼핏 보면 사이코 메트리 같기도 하지만 나중에 가선 미래 예지도 한다. 미래를 바꾸려는 시도가 결국 그 미래를 만든다는 패러독스 같은 거 없이 깔끔하고 날카로운 예지력. 수 많은 존 스미스 중에서 신(神)이 영화 속 존 스미스를 선택했노라, 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가 밝혀진다.


존이 개인 교사를 맡은 아이의 아버지는 "우연하게도" 상원의원 후보 그렉 스틸슨의 홍보관이다. 여기서 그림이 그려진다. 5년 전의 사고는 운명처럼 존을 스틸슨에게로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 전반부에 존이 보여준 초능력들은 스틸슨을 만난 후 존이 결정할 선택지가 결코 오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걸 관객에게 설득하기 위한 밑밥이었고.


한 마디로 영화를 요약하자면, 히틀러를 능가할 또 하나의 대량 학살자가 출현할 것을 막고자 신이 혹은 운명이 존에게 사고를 일으키고 인생을 빼앗아 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존 스미스에게 신의 권능을 빌려 줄 수는 있고 학살자의 탄생을 직접 막을 수는 없었다는 소리지.


존의 인생을 무너뜨린 주체가 신이라면 거 참 더럽게 무능하고 게으른 신이고, 운명의 장난이 그런 거라면 그 운명을 설계한 신이 또 더럽게 무능하고 게으른 거다. 신은 언제나 자기가 똥을 싸고 인간더러 치우라고 하더라.






연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각본 제프리 보엄
원작 스티븐 킹 (동명 소설,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