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J Johnny Mnemonic (1995) by 멧가비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 외적으로 할 얘기들이 더 재미있다. 당시 키애누 리브스는 [폭풍 속으로], [스피드]를 통해 젊고 곱상하게 생긴 차세대 액션 스타의 등장? 쯤의 느낌으로 주목 받는 중이었고, 이 영화 역시 한국에서도 꽤 적극적으로 홍보 된다.


그러나 뚜껑 까 보니 정작 내용이란 게, 뒷통수에다가 USB 케이블 같은 걸 꽂더니 '뇌'를 이동식 디스크로 이용한다고? 키애누 리브스가 뛰고 구르고 하는 거 보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은 잘 이해도 안 가는 미래 기술에 당황한다.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이고 아직 플로피 디스크가 대세이던 시절이니 대중 관객에게는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사이버펑크 자체가 대중적인 장르였던 역사 자체가 없으니 더군다나 어리둥절할 수 밖에. 윌리엄 깁슨이 누군지 알 게 뭐야 씨발.


단지 시대를 앞지른 소재 때문이라면 영화는 지금 쯤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반열의 컬트 대접을 받고 있겠지. 그러나 계급투쟁 등 서브 플롯들을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그저 사건 해결에 필요한 편리한 도구로만 소비하는 안일함. 티켓 삐끼였던 얼굴마담 키애누 리브스는 영화 내내 아퍼서 찔찔대거나 잘생긴 얼굴을 VR 바이저로 가리고 있다. 볼만한 액션은 상대역인 디나 메이어가 다 하는데, 이 배우 역시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데다가 극중에서 확실하게 밀어주는 것도 아니다. (사고 당하기 직전인지 직후인지의) 기타노 다케시도 출연하고 있는데, 사악한 끝판왕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연 많은 제 3의 비중있는 세력도 아니다. 죽은 딸에 대한 사연 역시 단편적으로 언급만 될 뿐.


그러니까 지금 까지 나열한 부분 중 어느 한 가지만 확실하게 밀어붙여서 확 터뜨렸어도 영화의 인상이 강해졌을텐데, 변두리 예식장 부페처럼 차린 것만 많고 애매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니, 키애누 리브스 액션 보러 극장 간 관객들은 출구에서 침을 뱉을 수 밖에.


서두에서 말한 외적으로 재미있는 일들. 키애누 리브스는 머리에 케이블을 꽂고 가상현실에 접속하는 인물. 가끔은 태극권 투로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게 어느 영화의 모티브가 됐을지는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기타노 다케시의 첫 헐리웃 영화인데, 위에서 밝힌 이유들로 정말 어지간히도 화제성 없이 묻혔는지, [공각기동대]를 헐리웃 진출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물론 두 작품 다, 사이버펑크 걸작인 원작에 비해 실사화가 너무 늦은 애매한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연출 로버트 롱고
각본 윌리엄 깁슨
원작 윌리엄 깁슨 (동명 단편 소설, 1981)

덧글

  • IOTA옹 2018/11/26 09:31 #

    저도 최근 다시 집어봤는데 아무래도 몇GB였나 몇십GB였나 기억은 정확치 않지만 고작 고정도 용량배달한다고 저 고생을 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안 들수 없는 영화였네요.
  • 멧가비 2018/11/26 23:47 #

    "640kb이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메모리 용량이다"
    -빌 게이츠

    물론 실제로 한 말은 아니라고 합니다만ㅎㅎ
  • 로그온티어 2018/11/26 10:26 #

    진짜 외적인 얘기들이 재밌네옄ㅋㅋㅋㅋㅋㅋㅋ
  • ogion 2018/11/26 14:28 #

    이걸 극장가서 보았죠. 룸서비스가 필요해 가 가장 남는 대사였던. 몰리가 아니라 제인이라 다행이었고요.
  • 멧가비 2018/11/26 23:48 #

    그 씬이 저는 다른 의미로 인상깊습니다.
    상당히 속물적인 대사를 저렇게 금욕적으로 생긴 배우가 하다니,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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