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지 데이즈 Strange Days (1995) by 멧가비


주인공 레니 네로는 말하자면 감각을 파는 장사꾼이다. 이른바 "스퀴드"라는 기술은 단말기 착용자의 오감을 디스크에 저장하는 기술. [토탈리콜]에서의 체험이 일종의 가상현실이라면 이쪽은 실제 체험의 공유. 영화 속 묘사에 의하면 디스크에는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기억만 담을 수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짧다는 것 때문에 더욱, 게다가 누군가의 "실제 체험"이라는 사실 때문에라도 더더욱 스퀴드의 중독성은 거의 흡입형 마약 이상인 것으로 표현된다.


감각이 저장된 기억을 파는 밀매상 레니는, 동시에 그 자신부터가 자신의 호시절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흔한 얘기다. 기억이란 잊히기 때문에 더 가치있다 어쩌고 하는 그 흔한 메시지를 위해 영화는 쓸 데 없이 두 시간을 달리는 것이다.



영화는 크게 세 개의 플롯으로 구성된다. A는 과거의 연인 페이슬르 잊지 못하는 레니, 그래서 인생 막장가도를 달리는 그런 레니를 사랑하는 메이슨의 이야기다. B는 스퀴드와 관련된 의문의 연쇄 살인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후더닛 미스터리 장르. C는 뜬금없지만 LA 폭동 은유다. 얼핏 봐도 참 섞기 힘든 플롯들이 한 영화에 때려넣어져 있고, 실제로 잘 안 섞인다.


레니와 페이스의 이야기는 영화 속 플롯 중 하나로서 존재만 할 뿐 스토리로서 의미있게 전개되지 않는다. 페이스와 맥스의 밀월관계는 그 전에 어떠한 단서도 없었으면서 그저 반전을 위해 뜬금없이 튀어나온다. 살인마의 변태성욕, 색맹 등 단서도 없는 이야기에 맥거핀만은 쓸 데 없이 많다. 맥거핀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주의를 돌리는 적당한 트릭이라는 선 안에서 존재해야지, 아예 이야기를 오독하게 만들어선 오히려 해가 된다. 이 영화의 맥거핀은 그 선을 조금 넘는다.


스퀴드의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서도 짧지 않은 분량으로 언급되는데, 엉뚱하게도 영화는 미래 기술 오남용에 대한 경고 대신 그 기술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결말을 끌어온다. 즉 영화 속 중심 소재인 기술에 대한 작가점 관점 없이 귀고리가 필요하면 귀에 걸고 코걸이가 필요하니 코에 거는 식이다. 추리물로서도, 사이버펑크로서도 아웃이다.


LA 폭동 메타포에 대해서 말하자면, 시기적으로는 적절한 풍자이지만 영화 전체에 전혀 섞이지 안을 뿐더러 메타포로서 다뤄지는 방식도 어설프다. 다른 사건들과 얼키고 설켜서 그 결과로 폭동이 일어났다! 하는 식인데, 영화의 세계관 자체가 24시간 도시 어느 곳에서든 크고 작은 소요가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폭동 도시"에 가까운 세계관이기 때문에 최후반부의 폭동이 전혀 드라마틱하게 벌어지지 못한다. 모델이 된 실제 사건에 대한 영화의 특징적인 관점도 없이 그냥 이미지만 빌려 온 수준이다.


단 한 가지, 영화를 통해 고찰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실. 영화 속 스퀴드는 사실상 현재 현실 세계의 VR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10년 안에 VR 전용으로 제작된 메이저 스튜디오의 두 시간 짜리 영화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는데, 이 영화 속에선 기술의 가능성이고 나발이고 그냥 밀매품이고 마약일 뿐이다. 기술이든 상품이든 양지에서 발전되어야 소비 역시 건강할 수 있다는 점. 영화에서 그거 하나 건질 수 있다. 두 시간 이상 걸려서 말이다. 제임스 캐머런의 필립 K. 딕 흉내는 그 선에서 멈춘다.






연출 캐스린 비글로
각본 제임스 캐머런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1/26 10:28 #

    제임스 캐머런이 이런 각본을 짰었다니
  • 멧가비 2018/11/26 23:49 #

    감독이 이혼한 전 부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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