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카 Gattaca (1997) by 멧가비


사회 경력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한창 쌓아 나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자격, 경력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불공평함을 단적으로 체감하게 만들어주는 개념이며 영원히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현실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고 사람들을 그렇게나 고통받게 하는 자격, 커리어라는 것에 대한 우화다.


태생적으로 "부적격자"이지만 제2의 남자 제롬의 신분을 빌려 밀입사한 '가타카'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주인공 빈센트. 이 작은 설정 하나에 세상의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 자율적으로 다양한 학문을 경험할 "자격"을 얻기 위해, 관심도 없는 모든 학문에 대해 12년 동안 진행되는 주입식 교육을 견뎌야 한다. 영어와 하등 무관한 업무를 보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토익 점수를 얻어내야 한다. 아니 당장에 이력서에 넣을 한 줄을 위해 어학연수를 다녀올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공평한 기회"라는 말 만큼 뜬구름이 또 없을 것이다.


영화가 상상한, 사회 진출의 관문은 태어나면서 결정된다는 미래. 게다가 그 근간에는 유전자 조작, 즉 자본의 논리가 숨어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지금의 금수저라는 말과 상통하는 그 "적격자"라는 개념 조차 그저 이력서에 넣기 위한 스펙 한 줄에 불과한 미래라는 점이다. 영화는 빈센트의 승리를 통해 적격이니 부적격이니 하는 판정 따위는 그 인간의 본질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이상을 논하지만, 빈센트는 단 한 명 뿐이라는 한계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영화 속 세계관은 태아에게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이상한 쪽으로) 고도록 테크놀러지가 발달한 세상이지만, 동시에 나찌 독일의 우생학과도 같은 유사과학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 설정이 슬프게 느껴지는 건, 발전된 기술과 문명이 반드시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들의 현명함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이율배반 때문이다.



제롬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맘에 든다. 자신의 신분을 빌린, 다른 뜻으로는, 자신이 이루지 못할 입신양명의 비전을 대신 완성해 줄 빈센트를 위해 자살하는 기묘한 비극성. 내가 본 어떤 영화에서도 이렇게 기꺼이, 열렬한 태도로 자살하는 인물은 없었다. 이상의 실현이 그 어떤 것보다도, 심지어 자신의 물리적 존재보다 더 가치있다 여기는 궁극의 이상 지향적 인물이다. 어쩌면 영화 전체에 배어있는 비관주의적 룰에 혼자서 역행하는 인물인데, 그런 세상에 섞이려는 빈센트에게 가장 중요한 조력자라는 아이러니한 점도 근사하다.






연출 각본 앤드류 니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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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아논 Anon (2018) 2018-11-28 10:15:39 #

    ... 울타리 안 화분에 꽃처럼 고이 모셔두는 이 졸렬한 각본 안에 존재하기엔, 아이디어들이 아깝다. 앤드류 니콜의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그가 여성 배우를 다루는 소홀함은 [가타카] 이후로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 연출 각본 앤드류 니콜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