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Eva (2011) by 멧가비


자아를 갖게 된 로봇(혹은 다른 어떤 형태의 피조물)이 언제나 반란을 일으키거나 인간을 말살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자아를 넘어 정서라는 것을 갖게 된 로봇은 사랑을 사이에 두고 인간과 갈등할 수도 있다. 로봇이 인간에게 인간과도 같은 애정을 요구한다면 인간은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영화에서 알렉스가 집사 로보소 맥스에게 그랬듯 "너의 감정 레벨을 낮추라" 건조하게 명령할 것인가, 아니면 [A.I.]에서의 엄마가 그런 것처럼 그 가련한 인조 휴머니티를 외면한 채로 상처 줄 것인가.


결국 또 한 번의 피노키오 이야기의 변주다.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의 제페토는 무에서 창조된 피노키오 대신, 사랑하는 여자의 딸을 카피해 소녀 로봇을 만들려는 괴상한 선택을 했다는 것. 그 하나의 선택이 영화의 장르를 단순한 로봇 SF에서 비극적인 멜로 드라마로 디졸브 시키는 것.


영화는 감정을 갖게 된 로봇이 인간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생길 수 있는 파국에 대해 쓸쓸하게 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측면도 엿보인다. 사실 영화에서 로봇이라는 소재를 지워버려도 완벽히 똑같은 (다분히 소프오페라적인) 영화일 수 있따. 즉, 로봇이 로봇이어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로봇이든 인간이든 상관없는 어느 미래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미 영화는 로봇의 미래를 긍정, 아니면 적어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연출 키케 마이요
각본 세르지 벨벨, 에인차 세라, 크리스티나 클레멘테, 마르티 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