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무법자 Per Un Pugno Di Dollari (1964) by 멧가비


카피 대상인 [요짐보]와의 결정적인 차이, 요짐보의주인공 무명의 방랑 검객 일명 '산주로'는 남루한 행색이나마 전직이 사무라이, 즉 특권 계층이었을 것임을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본작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분한 (역시나 무명의) 건맨에게는 산주로가 가졌던 일말의 선민의식이 있을 수가 없다. 불분명한 시대적 배경이지만 대충 남북전쟁 전후라고 간주하더라도 작중에는 그 어떤 아프리카계 노예 출신들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건 영화가 계급의식에 대해 이야기할 의도가 없다는 뜻이다.


즉, 사정 딱한 민초들을 구원하기 위해 같은 눈높이로 내려 온 특권계층이 산주로의 이미지였다면, 이쪽의 건맨은 총만 들었을 뿐 거기 뒹굴고 있는 멕시코인들과 하나 다를 것 없는 입장이다. 덕분에 건맨이 돈을 요구할 때는 괜한 너스레가 아니라 정말로 돈을 원하는 것을 알아들으면 된다. 친절한 속내를 짐짓 감추는 것이 아닌, 정말로 속물적인 영웅상.


그저 달러 한 주먹이라도 움켜 쥐어볼까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코를 끌어대는, 영화 속 흔한 불한당 중 그나마 조금 영리한 한 명일 뿐이지만 그 와중에 잠시 보인 연민 때문에 죽을 뻔 하기도 하는 남자.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사의 실질적인 개막이라고 알려진 영화이지만 대체 무엇이 스파게티 웨스턴인가, 하는 질문에 세르조 레오네는 이스트우드의 염세적인 미간을 빌어 그렇게 대답하고 있다.








연출 세르조 레오네
각본 세르조 레오네
원작 쿠로사와 아키라 (요짐보, 1961) - no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