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컨대, 엘리자베스 헐리 주연의 [일곱가지 유혹]이 떠오르는, 누군가의 욕망이 왜곡된 형태로 성사되는 소동극 코미디의 뉘앙스.
주인공 발렌타인은 척박한 네바다 컨테이너촌에 근거지를 두고 돈만 주면 온갖 허드렛일은 다 해주는 이른바 심부름 센터 콤비의 한 명인데, 파트너인 프레드에 비해 젊고 그만큼 현실에 대한 불만, 상승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시작부터 줄곧 밉지 않게 투덜대던 그의 상승 욕구는, 본작의 대표 괴물인 '그라보이드'가 출현하면서 엉뚱한 국면을 맞는다.
땅 밑에서 진동을 감지하며 움직이는 괴물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트럭 위에서 바위로, 건물 옥상 위로. 빌은 어느샌가 더 이상 세속적인 욕구 때문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해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바위산 정상에 도달해 더 오를 곳이 없는데도 목숨은 여전히 위협받는다. 이에 발렌타인은 그라보이드를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림으로써 긴 싸움을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영화가 제시하는 절묘한 대안. 내가 더 올라가지 못한다면 적을 끌어내려라. 치사하지만 적확한 가르침이다.
상승하강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반복 은유하는 이 영화는, 마치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처럼 과학자 론다의 발의 커플 성사를 암시하며 어쨌든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그래서 후속작이 안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연출 론 언더우드
각본 S. S. 윌슨, 브렌트 머덕
덧글
영화를 자주 되집어 보는데 이영화를 그리 많이 보면서 더 오르지 못하면 남을 추락시킨다는 생각은 못해봤네요.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