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2009) by 멧가비


크리스틴은 금지된 땅에 발을 딛거나 정체불명 고서적의 라틴어 문장을 읽지 않았다. 심지어 충실한 남자친구와는 플라토닉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공포 영화의 모든 금기를 비껴감은 물론 영화의 등급을 Pg-13으로 맞춰 스튜디오에게도 좋은 일을 한다. 일단은 좋은 사람이다 크리스틴은.


그럼 대체 크리스틴은 뭘 잘못했길래 지옥행 티켓을 받아놓고 고통 받아야 하나. 잘못이 있다면 사람을 잘못 본 죄? 이것은 컨슈머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의 악몽이자 비극이다.


컨슈머를 A, 컨슈머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을 B로 놓자/ 모든 참극은 A와 B가 "A와 B"라는 관계를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온다. A에게 B는 언제나 한 명이다. 단순 상담이든 클레임이든 원하는 바가 있을 때 앞에 앉은 사람, 전화를 받은 사람이 언제나 단 한명의 B이다. 그러나 B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A가 있다. 그 A들은 욕구를 관철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란 것에는 B의 희생 역시 포함된다. 그러면 B는 귀 기울여 들어줘야 하는 A와, 적당히 건성으로 대해도 좋을 A를 눈치껏 선별해야 한다. 바람직한 직업 윤리는 아니나 그것이 현실이며, 정신병 걸리지 않으면서 무사히 직업을 유지할 생존 전략임은 사실이다. 고도의 눈치 게임이자 마피아 게임인 것이다.


세상의 많은 B들은 그 선택에 실패함으로써 고통 받는다. 상쾌하게 출근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하게 흘러가던 하루가, 그 단 한 번의 잘못된 선구안으로 인해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드잡이를 넘어 직장 상사로의 찌푸린 미간과 경찰 까지 마주하게 되는 더러운 하루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크리스틴의 패착 역시 그 지점에 있다. 호구 탈출, 냉정한 보험 사정인이 되기로 마음 먹은 그 순간 만난 사람이 집시 저주의 마스터인 진상 고객이었을 줄 누가 짐작했으랴. 재수가 없는 거지. 슬프지만 B라는 사람에게는 재수도 직업 스킬이다.


이 영화를 볼 때 나는 늘 김영하의 소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떠올린다. 이 영화의 결말이 조금 맘에 들지 않는다. 저주에 걸린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여운을 남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연출 샘 레이미
각본 샘 레이미, 이반 레이미


덧글

  • IOTA옹 2019/03/16 12:01 #

    전 여주인공이 너무 억울하다 생각하고 집시 할머니가 진상중의 상진상이라 기억합니다.
    지하 주차장서 싸울때 여주인공이 공포영화 여주인공처럼 비명만 지르고 도망치는게 아니라 열받아 맞서 싸우는게 좋았네요.
    마누라는 그장면보고 이영화 코미디냐고 물어 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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