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 Hellboy (2019) by 멧가비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와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취향적 교집합. 델 토로의 앞선 두 편 [헬보이]와 [헬보이 골든 아미]는 아름다운 소품이다. 과묵한 듯 해학적인 미뇰라의 만화는 그렇게 페티쉬 동지를 만나 기괴한 탐미주의의 컬트 마스터피스로 승화했다. 물론 흥행은 시원하게 말아먹었고 배급사는 매 편마다 달라진다.


단순 비교하자는 건 아니다. 원작의 비전과 달리 재해석해도 잘만 만들면 좋지. 이 영화는 그렇게 비교적 작은 규모의 소동극이 주로 이어지던 컨텐츠를 액션이 끊이질 않는 블록버스터 재난물로 재창조한다. 그러나 그걸 잘 했냐고 묻는다면 글쎄올시다. 첫 술에 부페집을 통째로 삼키려 든다. 이 하나의 판권에 모든 것을 몰빵하려는 무모함처럼 보일 지경. 너무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그들 모두에게 각자 사연과 각자의 계획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직관적인 움직임보다는 대부분 대사로 전달된다. 야심에 비해 성실하지가 못하다. 줄기는 없고 가지만 계속 뻗는 형국이다. 원작에서 내가 좋아했던 닭다리 집이라든가 가재발맨이 나오는 순간에는 반갑지만, 대체 뭐가 얼마나 더 나올 생각인가 하는 불안감이 문득 드는 순간이 있다. 조연들은 적당히 물러나서 주연의 행보에 리액션을 해줘야 하는데, 모두가 자기 분량 욕심만 낸다.


걸작으로 손꼽히는 액션 영화들 대부분이 알고보면 굵직한 시퀀스가 두 세개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누군가 계획을 떠들거나 사연을 늘어놓고 있지 않는 모든 빈틈을 액션으로 채우려고 한다. 심지어 그 바바야가조차 아크로바틱을 한다. 내가 기억하는 바바야가는 [매트릭스]의 오라클처럼 담백하게 툭 나오는 이상한 할머니일텐데, 이 영화의 바바야가는 혼자서 소규모 호러 하나 쯤 찜쪄먹을 만큼 자기 어필이 강하다. [독 솔저스]라든지 [디센트]라든지, 감독이 틈만 나면 남의 영화에서 경력 자랑을 하고 있는 꼴이다. 알겠으니까 그만 좀.


헬보이가 엑스칼리버를 뽑은 후 이어지는 러브크래프트 시퀀스. 이제 좀 볼 만한 게 나오는구나, 저 걸 위해서 블록버스터로 뻥튀겼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아무도 쥬만지를 외치지 않았는데 모조리 수챗구멍에 모조리 빨려 들어간다. 너네 진짜 뭐하는 거냐...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악마이면서도 인간의 편에 서서 싸울 수 밖에 없는 헬보이의 신세 한탄인데, 그 마저도 델 토로의 2편이 더 간결하게 잘 했다. 이 영화는 뭐든지 1절, 2절을 넘어가거든.



제목은 됐다 치고, 노상 징징대기만 하는 헬보이 보다는 니무에의 영화다. 밀라 요보비치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연기야 어쨌든 아우라는 죽이고, 이 누나는 이제 위어드 픽션계의 메릴 스트립처럼 보인다.






연출 닐 마샬
각본 마이크 미뇰라, 앤드루 코스비
원작 마이크 미뇰라 (만화 Hellboy: The Wild Hunt, 200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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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나오다가, 문득 그 헬보이 1편이 15년도 더 된 영화라는 걸 깨달았다. 시간 진짜 미쳤구나...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4/11 22:28 #

    바바야가에 [매트릭스] 이야기까지 나와서 혹시 그분 나오셨나 짐짓 설렜네요. 그분이 다시 존 콘스탄틴으로 돌아왔나 싶었습니다 (...)
  • 멧가비 2019/04/12 21:50 #

    돌아와도 헬보이엔 안 나오죠 회사가 달라요
  • 로그온티어 2019/04/12 22:34 #

    네, 근데 꿈은 꿀 수 있잖아요 (시무룩)
  • 멧가비 2019/04/13 02:22 #

    아쉬운 마음으로 존윅3 기다리시죠
  • 나이브스 2019/04/12 01:23 #

    많은 걸 한 방에 이야기 하고 싶었던 원작자의 과한 욕심이 엿보였죠.
  • 멧가비 2019/04/12 21:51 #

    원작자가 직접 참여한다고 해서 반드시 작품의 질이 나아지는 건 아니더군요
  • NRPU 2019/04/12 11:20 #

    로튼 한자리수 찍었던데요....
    주말에 보려다가 그거 보고 생각 접음ㅠㅜ
  • 멧가비 2019/04/12 21:51 #

    로튼이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그럴 만 한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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