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잠 Shazam! (2019) by 멧가비


가장 납득이 안 된 점은 주인공 캐릭터의 일관성이다. 변신을 통해 외모가 달라진다는 설정을 끼고, 두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하려면 의도적으로 같은 톤을 유지해야 하는데, 빌리일 때와 샤잠일 때가 전혀 다른 인격처럼 보인다. 빌리의 안타까운 가족사와 샤잠의 신규 초능력자로서의 흥분, 그 두 지점 모두 납득 가는 바이지만 그 둘이 잘 붙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오히려 닥터 시바나에게는 동정이 가는 부분이 있다. 마법사 샤잠 노인은 전형적인 꼰대다. 전세계 수많은 아동들에게 희망고문함으로써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처럼 보이게 만든 그 일을 그가 해낸다. 작중 묘사에 의하면 되게 급한 것처럼 서두르지만 의외로 시간이 충분했다. 줄줄이 불러서 사탕 줬다가 뺏는 짓 대신, 싹수 보이는 하나 잘 골라서 10년 계획으로 육성했어도 될 일이다. 애들 불러다가 좋은 거 보여주고 윽박지르는 꼴이 마치 악덕 기업 면접 갑질처럼 보이질 않는가.



예고편으로는 한껏 힙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전 지향인 영화의 톤. 톰 행크스의 [빅]이라든가, [구니스], [슈퍼 특공대] 등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포셋 코믹스 시절 부터의 원작이 끼친 영향력일 것이다. 테스트를 통해 점차 능력을 숙지해 나가는 시퀀스는 심지어 [아이언맨]을 철저히 벤치마킹했음이리라.


어쨌든 그렇게 많은 레퍼런스들이 떠오르지만 본작만의 고유한 색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성인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건지, 순수하게 저연령을 공략하는 건지 헷갈린다. 작중 아동학대 코드가 은근히 많은데, 아싸리 로알드 달 원작 영화들처럼 블랙유머를 통한 풍자극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영화의 문제는 부장님 개그처럼 눈치껏 끝낼 줄을 모르는 코미디다. DC 유니버스 영화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묘한 짭냄새가 나는데, 그 대부분의 원인이 매끄럽지 못한 코미디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어질만한 타이밍에 너스레로 흐름을 끊는다. 그런 맥커터가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액션 시퀀스와 지긋지긋한 농담의 불협화음. 액션에 자신이 없어 그걸 농담으로 때우려는 듯한데, 결과물은 그저 촬영팀과 편집팀의 상호 팀킬인 듯한 형국이다.


그 수 많은 단점들 가운데, 샤잠이라는 캐릭터 하나만은 괜찮다. 영화의 톤과 더불어, MCU에서의 스파이더맨과 같은 역할을 이 샤잠에게 시키려는 것 같다. 혈연이 아닌 가족과의 유대감이라든가, 큰 힘에 책임감을 느끼는 성장담 등등. 그래서 이 다음이 더 기대된다. 마블이 기어이 [시빌 워]를 실사 걸작으로 보란듯이 내놓은 것처럼, 어쩌면 [킹덤 컴]을 구현해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라도.







연출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각본 헨리 게이든, 대런 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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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탁 가정의 미쓰라진 부부는 푸근한 인품 묘사에 비해 작중 역할은 거의 없더라.


- 시바나 아빠 역할로 존 글로버인데, [스몰빌]을 본 사람이라면 라이오널 루터를 안 떠올릴 수가 없을 것이다. 노리고 한 타입 캐스팅이겠지. 그가 둘째 시바나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아마도 그가 집착하는 제왕학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유약한 아이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아들은 자라서 대머리가 되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고..




- 어린 아이가 주문을 외우면 성인 슈퍼 영웅이 되는 캐릭터, 특촬 팬이라면 이 쪽을 떠올렸겠지.


덧글

  • 포스21 2019/04/11 19:17 #

    아동영화에 가까운데... 감성이 미국쪽이라... 우리나라엔 잘 안맞는거 같네요. 전 재밌게 봤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느끼한? 양키센스가...
  • 멧가비 2019/04/12 22:14 #

    진짜 아동 영화인 건지, 아동 영화를 추억하는 어른들을 위한 건지 불분명 하더군요.
  • 듀얼콜렉터 2019/04/12 02:48 #

    전 나쁘지 않았지만 이쪽에서 공통된 의견은 샤잠의 캐릭터가 짜증을 유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어린이가 어른이 됐으니 성숙하지 않은게 당연하지만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이 나오면 큰 마이너스가 되는것 같네요. 말씀하신대로 아직 DC는 다듬을 부분이 많은것 싶습니다.
  • 멧가비 2019/04/12 21:49 #

    미성숙한 내면을 묘사하는 데에 인상깊은 한 두 씬이면 충분했을텐데, 이 영화는 자잘하게 계속 끌고 가죠. 말재주 없는 사람이 중언부언 말 길어지듯이요.
  • 엑스트라 2019/04/12 12:03 #

    흙수저 어린이들에겐 희망의 슈퍼 히어로 같아 보이던데요. 대신 악당의 금수저 어린시절은.....오히려 우리의 현실이 잘 반영된 것 같아 보이던데...
  • 멧가비 2019/04/12 21:48 #

    어떤 면에서 그렇게 보였는지 궁금하네요
  • Dannykim 2019/04/13 12:01 #

    역시 솔로몬이 지혜는 있지만 지능은 없는게 분명합니다
  • 멧가비 2019/04/16 21:59 #

    솔로몬 의문의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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