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2019) by 멧가비


리키 저베이스는 일본 만자이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는 코미디언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캐릭터는 대개 정감 가는 바보이거나 눈치 빠른 독설가 둘 중 하나였다. 마치 보케와 츳코미처럼 말이다. 물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이 드라마의 저베이스 캐릭터는 기존과 어딘가 다르고 낯설다. 바보가 되어 세상과 부딪히거나 독설가가 되어 바보들을 후려치는 대신, 끝도 없는 우울함에 빠져 세상 전부를 미워하는 심술보 토니.  기존의 저베이스 캐릭터들처럼 무언가 대상을 두고 그에 대해 반응하는 대신 본 것도 못 본 척 하고 억지로 세상을 밀어내며 자기 자신과만 소통하려 애쓰는, 그것마저 그만 두고 자살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는 홀애비 캐릭터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저베이스 유머를 이따금씩 슬며시 꺼낸다. 독설의 해학은 줄었으나 훨씬 더 촌철살인이다. 세상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스스로 여기지만 사실은 그가 모르는 내면에 계속 살고 싶은 욕망와 세상의 따뜻함을 곁에 두려는 휴머니즘이 존재한다. 그리고 너무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 삶을 포기하기엔 삶으로부터 너무나 사랑받고 있다.


저베이스 스타일로 봐선 후속 시즌은 없을 것 같아서 아쉽다. 자학과 자기연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가련한 영국 뽀식이의 일상을 조금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


웃음기 하나 없는 데이비드 브래들리의 치매 아버지 연기에 담긴 묘한 페이소스. 여기서 가장 소름이 돋는다.





연출 각본 리키 저베이스